#경험점유율로_경쟁하는_시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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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지원 (jiwon@jnbrand.co.kr)
  • 승인 2017.07.11 16: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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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1+1] 웹, 모바일 시대 오프라인 경험설계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정지원] 두 개의 프로젝트 미팅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오전에는 금융 브랜드, 오후에는 유통 브랜드. 산업으로 보면 전혀 다른 군이지만 마치 하나의 프로젝트인 듯 서로 다른 이슈가 섞이기 시작했다. 공히 ‘고객경험’이라는 지점에서 공통의 큰 물음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최근 몇 년간의 브랜딩 화두를 한마디로 요약하면 단언컨대 ‘경험’이다. 그것이 어떤 산업이든, 온라인 혹은 오프라인이든 상관없었다. 각기 다른 맥락으로 소비자를 읽어냈지만 결론은 ‘가급적 재미있게, 편하고 쉽게, 공유할만하게, 멋지게 경험을 설계하고, 경험으로 남게 하라’였다. 단지 시장점유도, 라이프타임 점유도 아닌, 결국 소비자를 어떤 경험으로 묶어둘 것인가의 문제였다.

고객 삶과 분리되지 않게

올 것이 왔다. 사물인터넷을 결합한 오프라인 실험 아마존고(Amazon Go)를 지켜보며 많은 이들이 아마존의 다음 행보는 오프라인 점유일 것이라고 예측해왔고 마침내 현실화됐다. 아마존은 미국 뿐 아니라 캐나다, 영국에 거점이 있는 최대의 유기농 리테일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을 15조500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온라인 강자 아마존의 오프라인 점유는 홀푸드마켓 인수로 현실화됐다. 사진은 미 워싱턴주 시애틀의 아마존고 매장 앞. ap/뉴시스

홀푸드 인수가 천문학적인 금액보다 더 의미 있는 지점은 이제 아마존에서 제공하는 진정한 의미의 옴니채널(Omni channel)이 현실화될 것이라는 사실이다. 아마존이 의도했던 것도 결국은 경험이었다. 온라인 경험이 충만한 고객들이 오프라인에서 그 경험을 연장하고 정복하는 것, 그것이 반드시 필요했다.

온라인 최강자가 오프라인 식품소매점의 대표주자와 결합하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지금까지 아마존의 오프라인 거점은 서점 10개, 픽업매장 2개, 아마존고 매장 1개뿐이었다. 그런데 홀푸드 인수를 통해 미국 전역에 45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확보하게 됐다. 물리적 거점뿐만이 아니라 8000만명의 아마존 프라임 회원, 3000만명의 홀푸드마켓 회원을 한꺼번에 확보하게 된다. 450개의 거점, 1억1000만명의 회원, 이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아마존의 전략은 온·오프라인 모든 시간을 함께 하며 고객의 생활, 삶과 분리되지 않고 하나가 되는 것이다. 고객의 모든 맥락에 이미 존재하는 것 또는 고객의 삶 속으로 들어가 인식도 하기 전에 새로운 경험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하겠다.

잉여시간을 특별한 경험으로

발길이 뜸해진 코엑스를 신세계 스타필드가 인수한다고 발표할 때만 해도 별 기대가 없었다. 그런데 그 넓은 공간이 활력을 되찾기 시작하고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기까지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의외로 답은 ‘책’에 있었다.

신세계는 스타필드(Starfield)라는 테마파크형 쇼핑몰 브랜드를 코엑스에 붙였고 썰렁했던 메인광장을 책으로 가득 채워 ‘별마당 도서관’을 오픈했다. 왜 책이었을까? 왜 서점이 아니라 도서관이었을까? 신세계는 이 공간에서 직접적인 수익을 올리겠다는 목적이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다. 필자도 이곳에 들르게 된 이유가 약속과 약속 사이의 붕 뜬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 별마당 도서관에 시민들이 더위를 피해 책을 보고 고 있다. 뉴시스

잉여시간에 커피숍보다 더 편안한 공간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편안하고 유익한데 공간 자체의 멋까지 있어서 SNS에 자발적 공유를 불러일으키는 곳이라니. 실제로 내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들이 방문해 인증사진을 찍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5만여권의 책이 13m 높이 책장에 꽂혀있는 스케일은 별마당이 참고했다는 다케오 시립도서관보다 더 자유로운 공간감이 느껴진다.

특정 쇼핑의 목적 없이 외출하는 소비자들에게 잉여시간에 방문할 만한 도서관의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은 코엑스 입장에서는 공간의 가치를 한층 업그레이드시키는 장치가 된다. ‘복합몰’이라는 것이 재미없어진 것은 그곳에서의 경험이 뻔하기 때문이다. 어느 몰에 가도 볼 수 있는 고만고만한 글로벌 브랜드들 일색에 흥미를 잃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스타필드는 넓은 복합몰의 가장 중심이 되는 공간에 매력적인 도서관을 도입하면서 알게 모르게 ‘문화적 공간’으로서의 경험을 전체 몰에 전이하고 있는 것이다.

무의식적 불만을 해결하며

웹, 모바일의 경험이 증폭되고 있는 시대 경험설계의 단서는 아이러니하게도 오프라인에서 발견된다. 이제 오프라인 경험을 순수하게 오프라인으로 구분할 수 없다. 우리는 오프라인에서 늘 온라인 경험을 붙들고 살기 때문이다. 이제 본격적으로 오프라인에 거대한 온라인 경험이 침투되는 상황이 늘어나고 있으며, 결국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굳이 구분할 필요가 없어지는 경험이 하나 둘 실현될 것이다.

온라인은 두말할 것도 없이 편리하고 오프라인은 실체적이다. 앞으로 고객의 경험점유율을 높이려면 사용자 경험 차원에서 편리한 온라인 경쟁력을 오프라인에 연결해 양쪽의 장단점을 지원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셔츠 밑단을 바지 속에 넣는 것을 귀찮아하는 많은 사람들의 숨은 불만을 찾아내 가장 이상적인 길이와 라운드 처리로 놀라운 실적을 기록한 언턱잇(Untuckit), 온라인 안경구매에서 여러 개를 실제로 써보고 선택할 수 있는 오프라인 경험을 강화한 와비파커(Warby Parker)처럼 말이다. 100일 체험 서비스로 실제 써보는 경험까지를 구매의 과정으로 해석한 온라인 매트리스 브랜드 캐스퍼(Casper)가 그랬듯이.

고객경험의 점유를 높이는 경험설계는 우리의 무의식적 습관을 살살 흔들어 보는 것에서 시작한다. 당연한 불편에 물음표를 꽂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정지원
제이앤브랜드(J&brand) 대표이사

정교한 맥락과 매력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아내느라 골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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