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버타이징(Artvertising)의 미래
아트버타이징(Artvertising)의 미래
  • 신현일 (jun0689@naver.com)
  • 승인 2017.07.1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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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일의 컨버전스토리] 상업 메시지, 음악·미술·기술과 결합

[더피알=신현일] 간만에 과거의 느낌을 살려서 조어 하나를 만들어 봤다. 아트(Art)와 광고(Advertising)를 합한 아트버타이징(Artvertising).

광고쟁이들은 가끔 그런 소리를 듣는다. “지금 아트하냐?” 상업적 아이콘의 표상인 광고가 예술과 맞붙어 이야기가 되는 이유는 영화평론에서 매번 나오는 대중성과 예술성을 논하는 맥락과 비슷하다. 대중이 문화를 접하는 기회가 지금보다는 낮았던 과거엔 광고도 때로는 예술로 평가됐다. 그 자체로도 문화이며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적 메시지와 이미지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광고의 본질은 제품에 혼을 넣는 것도, 정체성에 매력을 더하는 것도 아니라는 의견이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자주 나오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결국 매출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고 고객의 구매동기를 유발해야 하는 본업에 포커스가 맞추는 시각들이다. 자연히 광고는 아주 상업적으로 해석된다. 이런 현상은 디지털로 오면서 더욱 심화되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 마케팅 수장이 광고의 성패가 시청 5초 안에 결정된다고 한 것을 보면 분명 초를 다투는 비즈니스가 된 것은 맞는 듯하다.

광고 그 이상의 감흥

아트의 정의는 매우 폭넓은데, 광고 자체의 카피나 영상미가 뛰어나도 예술적이라고 표현하곤 한다. 본 칼럼에서는 소재에 조금 더 집중해 광고에서 흔히 보지 못하는 예술적 요소, 즉 음악, 미술, 기술적 차별성이 광고의 핵심요소가 되는 것을 아트버타이징이라 하겠다.

최근 광고업계를 강타한 B급 감성, 병맛, 스낵컬처라는 키워드와는 상반되는 흐름이나, 어찌 보면 시대의 역행이 주는 돋보임을 기대할 수도 있다. 그 중 눈에 띈 몇 개의 광고를 소개하자면 우선 겐조의 광고가 있다.

영화 ‘허(HER)’로 유명한 스파이크 존즈 감독이 제작한 ‘겐조 월드(KENZO WORLD)’ 광고는 여주인공의 독특한 안무와 음악이 도대체 왜 이게 향수광고인지 의아함을 안긴다. 뭔가 짧은 뮤지컬을 본 듯한 느낌을 선사받는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내용이지만 겐조 향수에 대한 궁금증은 그 어떤 향수광고보다 강하게 어필된다.

영상 속 향수의 콘셉트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강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여성’이라고 하니 겐조가 가진 유니크한 무언가를 예술적 요소로 표현하려는 의도가 이해된다. 유명 영화감독이 연출했다는 점이 그 감흥을 더하지만, 그것을 제외하고 보더라도 메시지에 대한 예술적 표현은 그대로 느낄 수 있는 광고이다.

국내에도 뚝심 있게 예술을 접목한 광고를 제작해 화제가 되고 있는 기업이 있다. 바로 SK이노베이션의 ‘빅피처 오브 이노베이션(Big Picture of INNOVATION)’ 캠페인이다. 해당 캠페인은 2탄째 나왔는데 지난해 김정기 아티스트의 드로잉 작업으로, 올해엔 에브루(Ebru)란 생소한 미술기법으로 제작됐다.

에브루는 금속의 큰 그릇에 물을 담고 그 위에 여러 색상의 물감을 흩뿌리거나 붓질을 해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번 에브루 광고는 세계적인 마블링 아티스트인 터키의 가립아이(Garip Ay)가 담당해 더욱 화제가 됐다. 반 고흐 및 여러 유명화가들의 명작을 에브루 기법으로 재해석해 세계적인 인지도를 얻고 있는 예술가다.

앞서 겐조 광고가 뮤지컬이었다면 이 광고는 움직이는 미술 전시회를 보고 나온 느낌을 전달한다. SK이노베이션의 사업영역을 다양한 변주와 과감한 붓터치를 통해 기하학적인 문양과 컬러로 표현해 화려함을 극대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이런 섬세한 표현이 자칫하면 예술만 뇌리에 남길 수 있는데 이번 콜라보레이션은 꽤나 SK이노베이션의 이미지를 적절히 매치해 전달하고 있다. ▷관련기사 바로보기

놀라운 기술과의 만남

최근 나오는 SF영화 못지않은 신세계를 보여주는 광고가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해 좋은 점은 고퀄리티의 기술이 가미된 광고를 볼 수 있다는 것인데 이런 비주얼 이펙트 효과 또한 예술적 감흥으로 우리에게 전달된다.

게토레이의 신제품 ‘G Active’ 광고를 꼽을 수 있다. 모션 캡쳐 기술을 통해 실제 사람의 움직임을 프로그래밍해 물방울을 특정 형태로 형상화하는 3D 리퀴드 기술이 접목됐다. 이를 통해 러닝, 점프, 발차기 동작 등 다양한 스포츠 액션을 구현했다. 필자의 허름한 기술 분석 외에도 디테일하게 들여다보면 수많은 모션과 비주얼 이펙트가 가미된 이번 광고영상은 보는 내내 감탄을 금할 수 없을 정도다.

캠페인 슬로건인 ‘Water Made Active(물이 활성화시킨다)’를 구현하기 위해 광고 제작 스태프들이 어떤 노고가 있었는지 메이킹 필름을 보면 알 수 있다. 특수 촬영 및 카메라 장치는 둘째 치고 로봇이 등장하는 것만 봐도 엄청난 스케일과 준비기간을 짐작케 한다.

예술영화가 필요한 이유

상업영화, 예술영화 둘 다 관객의 사랑과 관심이 있어야 지속될 수 있다. 관객 수가 몇 명이 되서 얼마나 흥행에 성공했느냐도 분명 중요한 의미가 있지만, 영화 그 자체에서 내보내는 메시지와 의도의 예술성 또한 하나의 관람 기준이 될 수 있다.

광고도 마찬가지다. 보는 순간 피식하는 가벼운 웃음을 주는 광고, 눈물 찔끔 나오게 하는 감성광고, 예술적 요소와 결합해 유니크한 감정과 브랜드를 연결해주는 광고, 그 어떤 것도 좋다 나쁘다의 기준이 아니라 그 자체의 제작의도와 가치를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분명 상업적 굴레에서 절대 벗어나지 못하는 광고, 그리고 디지털로 넘어오면서 퍼포먼스라는 무거운 짐까지 지게 된 광고와 예술의 결합이 자못 사치처럼 느껴지지만 그 자체로 분명 의미 있고 지속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그랬다. “잔디가 자라는 건 보이지 않지만 우린 매일 잔디를 자른다.” 광고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신현일

브랜드컨설턴트에서 디지털의 매력에 빠져 현재 IT기업 브랜드매니저로 서바이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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