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대 금융사들, 캐릭터에 빠지다
모바일 시대 금융사들, 캐릭터에 빠지다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7.07.21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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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적 이미지 벗고 젊고 친밀하게…‘프렌즈’ 만들어 다양한 사업으로 확대

[더피알=안선혜 기자] ‘캐릭터 마케팅’이 금융권의 대세로 떠올랐다. 과거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조금씩 시도되던 것에서 한 발 나아가 메인 캐릭터를 중심으로 여러 서브 캐릭터가 군단을 이루는 프렌즈를 형성, 이를 활용한 다양한 사업까지 시도하는 추세다.

“희망은 희망은~” 경쾌한 CM송에 맞춰 다소 육중한 몸집으로 춤추고 노래하던 희망로봇 ‘기은센’. 광고가 나온 지 벌써 2년 반이 흘렀지만 아직도 이 희망로봇을 기억하는 이들은 많다.

IBK기업은행이 지난 2015년 금융권의 미래 성장동력인 핀테크와 중소기업을 위한 기술금융 이미지를 드러내기 위해 장기적 관점에서 도입한 홍보 캐릭터다.

3d 프린터로 만든 기은센 피규어. 출처: 기업 블로그

지금은 이 캐릭터를 활용한 광고를 선보이지는 않지만, 여전히 은행 상품이나 고객 사은품 등에 사용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고객에게 친근하게 다가가고 정서적 유대관계를 강화하고자 만들었다”는 은행 관계자의 말대로 소기의 목적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셈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캐릭터 대열에 합류했다. 물꼬를 튼 건 역시 모바일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서였다. 지난해 KB금융그룹 차원에서 ‘별비와 깨비’ 캐릭터를 제작한 데 이어, 6월에는 모바일 플랫폼 ‘리브(Liiv)’를 출시하면서 동시에 리브, 미스힐, 닥터파이, 라피, 노바로 구성된 ‘리브와 친구들’을 선보였다.

하나의 메인 캐릭터 외에 추가적으로 다양한 캐릭터가 존재하는 것이 확장성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판단에서다. “과거보다 개인별 선호도 또한 다양화되고 있어 저마다의 특색이 있는 프렌즈 캐릭터로 이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그간의 캐릭터들이 주로 구체화된 동물 등을 모티브로 했다면, KB리브는 단순미가 돋보이는 비정형적 도형을 토대로 만들어진 게 특징이다. 캐릭터의 세계적 추세에 따른 것이란 설명이다. 컬러는 파스텔톤을 사용해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고, 각 캐릭터에 다양한 표정을 담아낼 수 있다.

kb국민은행 '리브'(가운데)와 친구들

리브 캐릭터는 현재 리브앱을 비롯해 ‘KB리브와 함께 매일매일 적금’과 같은 금융 상품에 활용되고 있다. 컬러만 분명한 비정형 캐릭터인만큼 다양한 모바일 서비스 UI(사용자 환경)에 활용돼 직관적으로 서비스를 소개하는 역할을 감당 중이다. 향후 KB금융그룹 전 계열사 모바일 상품 및 서비스 전용 캐릭터로까지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KB금융그룹 관계자는 “리브는 단순한 모양에 다양한 변형이 가능해 모든 세대로부터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며 “전 세계, 특히 KB가 글로벌화를 추진하고 있는 아시아권 고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도록 개발됐다”고 말했다.

내수용 넘어 수출형

기업은행과 비슷한 시기, 모바일은행 브랜드 ‘위비뱅크’를 론칭하면서 전용 캐릭터를 도입한 우리은행은 보다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모습이다. 지난 2015년 5월 출시된 꿀벌 캐릭터 ‘위비’는 우리(we)와 꿀벌을 나타내는 영어 단어 비(Bee)를 합성한 것으로, 역시 초창기 TV광고를 통해 이미지를 각인시킨 후 각종 금융상품과 고객사은품 등에 도입됐다.

지난해 4월에는 급기야 쿠(닭), 달보(호박벌), 봄봄(나비·위비의 여자친구), 바몽(원송이), 두지(두더지) 등 5종의 추가 캐릭터까지 합류해 ‘위비프렌즈’를 구축했다. 이 캐릭터들은 국내를 넘어 중국, 미국, 일본, 러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인도, 캄보디아 등에까지 진출했다.

같은해 8월에는 은행권 최초로 캐릭터 라이선싱 사업으로도 영역을 넓혔다. 캐릭터 전문업체인부즈와 대행계약을 체결, 위비프렌즈를 활용한 인형·우산·에코백·이모티콘 등이 출시되고 있다. 이 사업을 통해 지난해 거둬들인 수익은 3600만원. 아직 큰 규모는 아니나 금융 외에 새로운 수익원을 창출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위비프렌즈는 어린이 금융 교육을 위한 애니메이션으로도 활용되고 있다. 미취학아동에서 초등학교 저학년까지를 대상으로 하며 현재 한국어, 영어, 중국어, 베트남어, 인니어 등이 지원되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인도네시아에서는 상당한 인기를 끌면서 이를 보여 달라고 은행을 방문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며 “캐릭터라는 매개 자체가 국경을 초월하는 특성이 있는 듯하다”고 전했다.

우리은행은 위비프렌즈의 글로벌 홍보에 보다 박차를 가하기 위해 폰 테마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는 스마트폰 내 배경화면,대기화면, 아이콘 등에 디자인 요소를 적용하는 서비스다. 삼성전자 테마스토어에 입점해 출시 한 달여 만에 15만 다운로드를 돌파, 이중 90%가 해외에서 발생했다. 특히 태국, 중국, 브라질, 인도네시아 등에서 높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했다는 전언이다.

신한은행의 '신이'와 '한이'

신한은행은 보다 이른 2011년부터 강아지와 요정을 의인화해 자체개발한 캐릭터 ‘신이’와 ‘한이’를 마케팅 소재로 활용하고 있다.

“캐릭터는 기업 이미지에 인격, 생명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며 “일상생활 속에서 금융과 신한은행이 친근하고 따뜻하게 느껴질 수 있도록 하고 고객과 효과적으로 공감 및 소통하기 위해 개발했다”는 설명이다.

현재 온·오프라인 홍보물을 비롯해 통장 및 카드 등 은행물품과 고객을 위한 사은품에 캐릭터가 들어갔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고도화된 캐릭터 비즈니스 시대에 고객 니즈를 만족시킬 수 있도록 디자인 업그레이드 및 캐릭터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폭넓은 디지털 매체를 통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농협 '올원프렌즈'

H농협은행도 지난해 8월 모바일플랫폼 ‘올원뱅크’를 출시하면서 아기공룡을 모티브로 한 ‘올리’와 어미새 ‘원이’를 내놓았다.

지난 5월에는 NH농협생명과 공동으로 단지(돼지), 달리(강아지), 코리(코끼리) 등 3종 캐릭터를 추가시켜 ‘올원프렌즈’를 완성했다. 이들 캐릭터는 TV광고 및 이모티콘, 인형 등으로 제작되면서 농협은행의 이미지를 보다 젊고 친숙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디지털 콘텐츠 공략 위한 맞춤형 소재

최근에는 메이저 은행 외에도 지방은행 및 저축은행들도 캐릭터를 도입해 친근한 브랜드 구축에 힘쓰는 추세다. BNK부산은행은 키다리 아저씨 ‘Mr.B’와 꼬마천사 ‘K’ 캐릭터로 친근감을 형성하고 있고, DBG대구은행은 파랑새 ‘단디’와 ‘똑디’, 나무 ‘우디’를 마스코트로 활용하고 있다.

국내 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는 모회사인 카카오가 구축해 놓은 ‘카카오프렌즈’를 마케팅에 적극 활용한다. 카카오프렌즈의 인기 캐릭터를 체크카드에 새겨 넣어 젊은 소비자층에 소구할 계획이다.

롯데카드 '로카랩' 캐릭터(왼쪽)와 신한카드 '판귄'

카드사들의 움직임도 눈길을 끈다. 롯데카드는 모바일에 최적화된 채널인 인스타그램을 집중공략하기 위해 특화된 캐릭터 ‘로카랩(LOCA LAB)’을 선보였다. 스티키몬스터랩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탄생한 이 캐릭터들은 로카, 로카박스, 포잉, 디씨래빗, 솜솜이 등 5인방으로 롯데카드가 제공하는 다양한 서비스와 혜택을 상징한다. 다양한 콘텐츠 제작을 위해 마련된 캐릭터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10월 펭귄을 모티브로 ‘판귄’이란 캐릭터를 새로이 제작했다. 티셔츠, 우산 등 기본적인 기념품을 포함해 임직원 명함, 쇼핑백, 각종 문구류 등에 이를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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