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것을 리뷰한다
세상의 모든 것을 리뷰한다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7.07.25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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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기업 모두에게 필수 된 콘텐츠…리뷰어 색깔로 소화해야

# 새로 나온 과자를 쭉 늘어놓는다. 초코맛부터 딸기맛, 와사비맛까지 다양한 제품 중 어떤 것부터 먹을지 물어본다. 소비자 대답에 따라 하나씩 먹어보고 주관적 평가를 내놓는다. “이건 좀 괜찮고, 이건 생각보다 별로네”

# 화장품 파운데이션을 제품 별로 준비한다. 팔뚝에 차례로 바르며 색깔 차이를 비교하고 좋은 제품을 추천한다. “제 피부엔 A가 잘 받는데, 야외에서는 B가 더 괜찮아요”

[더피알=이윤주 기자] 손에 잡히는 모든 것이 리뷰거리다. 여행, 제품, 서비스, 트렌드 등 소재의 한계를 뛰어넘었다. 스마트폰에게 “나 잠이 안 와”라고 말하고 인공지능 답변을 모아 보여주거나 혹자는 4년 8개월 동안 짝사랑한 썰을 풀어놓는다. 더 나아가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를 논하기도.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한 개인적 경험과 평가를 보여주는 리뷰가 뜨고 있다. 1인 크리에이터들은 신작 게임을 플레이하거나 여행지를 다니며 생생한 감상을 전달한다. 리뷰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흔한 콘텐츠가 됐다. SNS, 유튜브, 미디어뿐만 아니라 심지어 이동하는 버스 TV에서도 리뷰를 다룬다.

‘얼리어먹터’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남들보다 먼저 신제품을 사서 접하는 ‘얼리어답터+먹는다’는 의미가 합쳐진 단어다. 새로운 단어가 만들어질 만큼 리뷰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다.

이는 밀레니얼 세대의 특성에 따른 자연스러운 변화다. 이들은 무언가를 구매하기 전 사용후기나 리뷰를 탐색한 후 구매판단을 하는 경향을 보인다. SNS가 활발해지면서 누구나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반이 마련된 것도 리뷰가 확산되는 배경이다.

김운한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소비자들은 전통적인 오피니언 리더에게 의존하기보다 그들만의 새로운 영향력자를 선정하고 신봉하려는 경향이 늘어나고 있다”면서 “기존 매체나 상업적 목적에서 오래 노출된 사람들을 덜 신뢰하며 설득당하기를 싫어한다”고 설명했다.

객관적인 정보 < 리뷰어의 주관

흔히 리뷰하면 떠오르는 플랫폼은 블로그다. 주로 제품 정보나 맛집 영업시간, 메뉴와 가격 등 정보 확인 수단으로 사용돼왔지만, 최근 흐름이 바뀌고 있다. 단순한 정보전달 리뷰 대신 리뷰어의 주관적인 생각을 궁금해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빠르게 쫓아간 사이트가 ‘디에디트’다. 두 명의 에디터들이 자신의 취향에 따라 스펙이나 수치 자료 대신 오로지 자신들의 개인적인 경험과 브랜드에 대한 감성적 평가를 늘어놓는다. 기사와 소셜 글의 중간적인 성격을 띠면서 제품의 민낯을 여과 없이 드러낸다.

캐릭터 설정대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것도 특징적이다. 에디터 H는 애플 브랜드를 좋아하고 에디터M은 남들이 잘 모르는 브랜드 발굴을 선호한다는 식의 콘셉트를 잡았다. 이들은 미디어보다 친근하지만 일반인보다는 전문적인 큐레이션을 진행한다.

예컨대 ‘디에디트는 다이어트 중’이라는 콘텐츠에서는 말 그대로 다이어트를 리뷰한다. 다섯 개의 다이어트 프로그램 후보 중에서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골라 직접 체험해본 후 생생한 후기를 적는다. 거침없는 의견을 쏟아내며 친구와 대화하는 듯한 친근감을 준다.

뷰티 크리에이터가 미용제품을 평가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는 리뷰콘텐츠다. 직접 화장품을 사용하면서 좋고 나쁨을 평가하기 때문에 크리에이터 사이에선 인기 높은 장르다. 주로 신제품이 출시되면 직접 화장을 하면서 방송을 진행한다. ‘대리인’(대신 리뷰해주는 사람)을 진행하는 김다영 뷰티크리에이터는 “리뷰는 솔직함, 자세함, 섬세함이 중요한 콘텐츠다. 제품구매 실패율을 최소화하기 위해 많은 분들이 양질의 리뷰콘텐츠를 찾는다”고 말했다.

리뷰콘텐츠의 최대 장점은 독자들의 공감을 쉽게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친구 같은 편안함, 쉬운 설명, 평범한 사람들이 전하는 제품 후기는 공감대를 형성하는데 유리하다. ‘나와 같은 사람’의 의견이라는 점에서 유사성과 친밀감, 신뢰감을 갖게 된다.

대표적으로 유튜브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외국인의 반응’ 콘텐츠가 그렇다. K-POP을 접하는 외국인의 반응을 담아낸 K-POP 리뷰콘텐츠다. 화면에는 신곡을 발표한 뮤지션의 뮤직비디오가 재생되고, 그걸 바라보는 외국인의 생생한 반응이 담겨있다. 노래를 들으며 감동받고 웃고 놀라는 리액션을 보면 색다를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처럼 리뷰어의 솔직한 모습이 담긴 콘텐츠는 독자들에게 진정성있게 다가간다. 다만 리뷰어만의 캐릭터가 구축돼있어야 독자와 친밀감 형성에 유리하다. 디에디터 하경화 에디터는 “요즘처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콘텐츠가 소비되는 시대에선 캐릭터 차별화가 중요한 포인트”라며 “캐릭터와 컨셉이 있어야 콘텐츠가 살아남는다. 리뷰어와 독자 사이에 관계가 형성되면 콘텐츠에 대한 애정도 따라온다”고 말했다.

협찬 많지만 색깔 맞는 브랜드 찾아야

블로그 리뷰의 경우 가장 문제됐던 점은 광고홍보성 글이었다. 리뷰해주는 대가로 이것저것을 요구한 사람을 일컬어 ‘파워블로거지(파워블로그+거지)’란 용어가 생기는 등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았다.

최근엔 대놓고 밝히는 게 대세가 됐다. 리뷰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는 인식 때문이다. 좋은 건 좋고 나쁜 건 나쁘다고 말하는 리뷰어들이 늘면서 스폰서를 받아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한다면 받아들이는 추세다.

다만 리뷰어들도 기업에서 제품 홍보 의뢰가 들어왔을 때 신중하게 고민한다. 다 받아들이는 대신 자신들의 색깔과 맞는 제품을 고른다. 섣불리 협업을 진행하다가 리뷰어 콘셉트와 맞지 않으면 독자들이 떠나기 때문이다.

김다영씨는 “소개하는 제품이 100개라면 그 중 5개가 광고제품이다. 협찬제의가 들어온다고 해서 100% 진행하진 않는다. 제 의견이 반영될 수 없는 프로젝트거나 제품의 퀄리티가 좋지 않다면 진행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경화 에디터 역시 “독자들은 예민하고 똑똑해 거짓말을 하면 바로 눈치 챈다. 장기적으로 이미지를 구축할 계획이라면 순간의 유혹에 빠지면 안 된다”고 당부했다.

리뷰콘텐츠 수익화에 있어 크리에이터들이 공통적으로 말하는 주의점은 ‘기업이 원하는 목소리를 그대로 담지 않는 것’이다. 오로지 기업 목소리만 담은 콘텐츠를 만들면 리뷰어는 그냥 앵무새나 다름없다는 이유다. 이들은 “리뷰 제품을 자기만의 콘텐츠로 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리뷰왕 김리뷰’ 페이스북에 올라온 여자구두 리뷰. 리뷰왕 김리뷰 페이스북

조금 독특한 형식의 리뷰도 있다. 자칭 리뷰계의 이단아라고 소개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리뷰왕 김리뷰’는 모든 리뷰를 극도로 주관적인 입장에서 서술하며 유명해진 캐릭터다.

‘대한민국에서 애플 제품을 사용한다는 것’, ‘내가 경험했던 온라인 커뮤니티들을 리뷰’, ‘2016년 리뷰’ 등 개인적인 경험을 스스럼없이 풀어놓는다. 페이스북 팔로우가 48만 명에 달할 만큼 팬덤을 형성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리뷰리퍼블릭’ 사이트를 만들어 리뷰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다. 사이트에 가입한 유저들에게 어떤 주제라도 상관없으니 진정성 있고 흥미를 느낄 만한 내용의 리뷰를 쓰라고 말한다. 김리뷰씨는 “사업의 핵심은 유저들은 콘텐츠에만 집중하게 하는 것이다. 블로그의 경우 콘텐츠 노출 장소, 마케팅 방법 등 낭비되는 에너지가 많은데, 콘텐츠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한 마디로 리뷰의 가치를 이용한 리뷰포탈이다.

김리뷰씨는 리뷰의 가장 큰 매력과 경쟁력은 소비욕구를 만드는 데 있다고 봤다. 고민 중이던 상품 리뷰를 보고 구매를 결정하는 게 아니라 잠재 소비자조차 아니었던 사람으로부터 소비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이와 관련 리뷰리퍼블리의 ‘퀘스트’는 기업과 연결해 제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소비자들의 반응을 임상실험을 할 수 있는 코너다. 실험단계에서 걸러져야 할 기업의 아이디어를 리뷰를 통해 평가하는 장소다. 최근에는 서울시청과 정책적인 부분도 논의 중에 있다.

김리뷰씨는 “베타 테스터가 있으면 기업은 기회비용, 생산비용 등을 최소화하고 더 나은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리뷰리퍼블릭'에 올라온 베스트 리뷰글. 리뷰리퍼블릭

‘기업 앵무새’ 대신 진짜리뷰가 통해

밀레니얼 세대는 검색이 생활화되어 있다. 구매 전 사용후기나 리뷰를 탐색한 후 구매판단을 하는 게 일반적이다. 온라인리뷰의 영향력이 점점 커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블로그, SNS, 입소문 등 타인의 소비 경험을 참고해 물건을 구매하는 소비자를 일컫는 ‘트윈슈머’(Twin+Consumer)라는 용어도 생겼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온라인 리뷰가 비즈니스에 끼치는 영향’이란 연구결과에 따르면, 밀레니얼 세대 중 68%는 온라인 리뷰를 가장 신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트윈슈머가 많아질수록 리뷰어들의 역할이 중요해지는 것이다.

하경화 에디터는 “리뷰시장에서 저희 미디어가 정화작용을 하는 것이 목표”라며 “가짜리뷰를 배제하고 독자 신뢰를 쌓아서 ‘디에디트가 쓰는 제품’이라면 믿을 수 있다는 하나의 브랜드가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리뷰콘텐츠는 소비자나 기업 모두에게 없어서는 안 될 필수적인 요소가 됐다. 리뷰콘텐츠가 많아지면 소비자는 다양한 정보를 얻게 돼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리뷰어는 수익을, 기업은 홍보효과를 얻을 수 있어 윈윈하는 구조다. 다만 협찬을 진행하는 기업은 리뷰어에게 콘텐츠 제작 자율권을 보장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팬덤을 바탕으로 소비자 목소리를 듣고 반영하는 콘텐츠 개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운한 교수는 “기업은 협찬 시 리뷰어가 주체적으로 콘텐츠를 제작·편집하도록 자율권을 보장하고, 단순한 일회성 콘텐츠로 재미를 강조하기 보다는 콘텐츠 소비자들과 우호적 관계를 구축해 장기 관리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각종 리뷰가 봇물을 이루면서 ‘가짜뉴스’가 판치는 만큼 리뷰 수용자들도 리뷰어의 주관과 객관적 정보를 구분하는 눈을 길러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일방적으로 믿기보단 객관적으로 비교분석할 필요가 있다”면서 “리뷰시장이 작동되는 논리도 결국 돈이다. 리뷰콘텐츠가 마케팅적인 수단으로 전락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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