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기부심, 디지털로 꿴다
흩어진 기부심, 디지털로 꿴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7.07.27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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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관여도 낮은 20·30대 중심으로 삶 속 소소한 실천

[더피알=조성미 기자] ‘측은지심(惻隱之心): 인간의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마음씨로, 다른 사람의 불행을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이르는 말’. 누군가는 각박해졌다고 말하는 요즘 세상, 이러한 측은지심이 온라인을 타고 확산되며 ‘아직은 살맛나는 세상’이라고 느끼게 된다.

기부 캠페인의 확산을 위해 해시태그를 활용한 온라인 홍보 활동이 이어지고 있다.

기부나 사회공헌 캠페인도 커뮤니케이션 방식이 달라졌다. 디지털과 만난 기부 활동은 ‘공유’라는 행동으로 즉각 이어지면서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보다 쉽게 따뜻한 마음을 전하고 있다. 나아가 콘텐츠 자체를 즐기는 것만으로도 기부가 이뤄지는 경우도 있다. 무엇이든 재미난 콘텐츠로 소비하는 요즘 젊은 세대에 맞춰 기부 캠페인도 진화하는 것이다.

기아대책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는 김동은 간사는 “각자의 삶 속에서 간단하고 소소하게 실천하는 것도 기부가 될 수 있다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며 “단순히 감성을 자극하는 것이 아닌, 우리가 사회에서 무엇을 어떻게 고쳐야하는 지를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방식은 소소하지만 기부의 내용은 더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차희원 이화여대 언론홍보영상학부 교수는 “기부에 저관여인 타깃층의 특성과 매체소비행동, 그리고 참여자간 공유·확산이라는 소셜미디어 특성을 결합한 전략으로 볼 수 있다”고 풀이했다. 차 교수는 “‘쉽게 참여가능하다’ ‘정신적·물질적으로 큰 관여 없이 쉽게 기부할 수 있다’와 같이, 자기통제감과 효능감을 쉽고 빠르게 높일 수 있는 방법을 기부캠페인에 도입한 것”이라며 “기부관여도가 낮은 20·30대 젊은층이 많이 이용하는 매체인 소셜미디어를 활용, 기부에 쉽게 참여하고 공유·확산을 통해 이슈를 키우는 것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제2의 아이스 버킷 챌린지 꿈꾸며

지난 2014년 세계를 휩쓴 소셜미디어 기부 캠페인, ‘아이스 버킷 챌린지(Ice Bucket Challenge)’. 이른바 루게릭병으로 불리는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고 치료법 개발 모금을 위해 진행한 것으로, 얼음물을 뒤집어 쓴 후 캠페인을 이어갈 3명을 지목한다. 그리고 이들이 24시간 안에 동일한 미션을 수행하고 그렇지 않을시 100달러를 기부하는 방식이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의 ‘착한 이(齒) 릴레이 #그이를지켜라’

유현재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의 성공에 대해 “좋은 일을 숨어서 하는 것이 아니라 표 나게 하면서 자연스레 주변 사람들에게서 박수 받고 싶은 심리를 적절히 활용한 것”이라며 “선행을 하는 당사자인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포 미 도네이션(For-Me Donation)’의 전형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이유로 아이스 버킷 챌린지 이후 소셜미디어상에서는 자신의 선한 마음을 알리고 타인에게 동참을 권유하는 릴레이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 장기기증 인식개선 및 각막기증 활성화를 위한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의 ‘아이 프로미스 유(EYE PROMISE YOU)’, ‘삶을 변화시키는 희망의 집짓기 해비타트를 ‘000’이 응원합니다’란 손글씨를 소셜미디어에 올려 1000개가 모이면 아동 한 명의 주거 환경을 개선해주는 해비타트 손글씨 캠페인, 우유 마시는 모습을 ‘#우유원샷’ 해시태그와 함께 공유하면 참여자 한 명당 우유가 꼭 필요한 어린이 한 명에게 일주일 분량의 멸균제품이 전해지는 ‘#우유원샷 릴레이 캠페인’ 등이 성공리에 진행된 바 있다.

소셜 공간 속 착한 릴레이는 2017년에도 진행 중이다. 전 세계 70개 이상의 국가에서 ‘One for One’ 기부 공식을 통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온 탐스(TOMS)는 2017년 글로벌 캠페인으로 ‘#탐스를응원해(#StandWithTOMS)’를 진행했다. 탐스의 올해 사회공헌인 ‘안전한 출산 지원’ ‘깨끗한 물 기부’를 비롯해 총 6개의 기부활동을 담은 핀뱃지를 증정, 인증샷을 소셜미디어에 올리는 방식으로 소비자 참여와 확산을 꾀했다.

보건복지부와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은 제72회 구강보건의 날(6월 9일)을 기념해 ‘착한 이(齒) 릴레이 #그이를지켜라’를 전개했다. ‘치아’를 평생 지켜야할 동반자란 의미의 ‘그이’로 표현해 구강건강관리 실천을 강조했다. 칫솔을 잡은 모습의 사진을 ‘#그이를지켜라’ 해시태그와 함께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올린 후 릴레이를 이어갈 다음 주자를 지목(@친구소환)하는 방식이었다.

특별함 아닌 일상화

소셜미디어를 통해 좋아요를 누를 필요도 없이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레 기부를 접할 수 있는 방법도 많아지고 있다. 쇼핑을 통해 쌓인 포인트를 기부하거나 모바일앱을 통해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캠페인에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을 활용해 csr 활동 펼치고 있는 롭스.

롯데쇼핑이 운영하는 헬스앤드뷰티스토어 롭스(LOHB's)는 사물인터넷(IoT)을 활용한 고객 참여형 CSR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매장에 설치된 매직 미러를 보고 미소를 지으면 자동으로 인식해 롭스가 일정 금액을 시각 장애인을 위해 기부한다.

고객은 매직 미러를 통해 촬영된 사진과 함께 쇼핑지원금을 받을 수 있고 또한 엘포인트(L.POINT) 앱을 통해서 포인트를 기부할 수도 있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은 한국점자도서관을 통해 시각 장애인의 일상생활에 직접 도움이 되는 따닷공병을 제작하고 배포하는 데 사용된다. 따닷공병은 국문·영문·점자를 샴푸·린스 등의 공병에 병기하고 각각의 독특한 무늬를 새겨 시각장애인의 독립적인 생활을 지원할 수 있는 용품이다.

SK행복나눔재단은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매칭그랜트 형식의 ‘일상 속 행복을 잇다’ 캠페인을 마련했다. 개인 사회공헌 및 기부활동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고 기부 활성화의 공감대 확산을 위해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사회공헌 플랫폼 행복 얼라이언스를 통해 진행되는 캠페인 이벤트에 개인은 참여하는 것만으로도 기부가 된다. 특히 이벤트 참여 수가 늘어날수록 기부의 규모도 커지며 기부금은 여러 멤버사가 매칭그랜트 방식으로 모인다.

김용갑 SK행복나눔재단 총괄본부장은 “일상 속 행복을 잇다 캠페인은 올 초 3만명이 참여해 성황리에 진행한 ‘세상에서 가장 긴 협약서’에 이어 두 번째로 진행하는 개인 참여형 기부 캠페인”이라며 “행복얼라이언스는 누구든 긍정적 사회 변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아대책은 누구나 도움이 필요한 곳을 찾아 후원 프로그램을 제안할 수 있는 ‘나눔1번가’를 오픈했다. 국민 모두가 정책을 제안하는 광화문1번가를 벤치마킹한 것이 특징이다. 나눔1번가는 물질적인 기부를 넘어 소외되고 도움이 필요한 우리 이웃을 향한 따뜻한 관심이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것이란 생각에서 출발했다.

김동은 기아대책 간사는 “광화문1번가에서 각계각층의 다양한 이야기가 오가며 서로의 상황과 처지, 입장을 이해하게 되고 많은 아이디어가 더해지면서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발전시켜나가는 것처럼 기부도 참여로 가야될 것이라고 판단해 광화문1번가를 오마쥬하게 됐다”고 밝혔다.

디지털을 통해 일상으로 들어온 기부 플랫폼 나눔1번가와 행복 얼라이언스.

이에 따라 기아대책이 진행하지 않던 사업은 물론, 기존 사업을 더욱 발전적으로 펼칠 수 있는 아이디어들이 모이고 있다. 김동은 간사는 “‘이 사람, 이런 일에는 도움이 필요한데...’라고 생각만할 뿐 개개인이 혼자 돕긴 힘든 일들을 열린 장에 제시하면 대화를 통해 기아대책이 함께 하겠다”며 “‘이런 것도 될까?’란 고민하지 말고 기아대책의 눈길이 미치지 못한 곳이라고 생각되면 무엇이든 제안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나눔1번가는 7월 19일까지 모은 의견을 받아 검토해 9월 초 선정된 사업을 발표해 진행해 나갈 계획이다.

말하지 않아도 즐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모습과 낮게 깔리는 홍보대사의 후원 독려 멘트는 NGO 광고의 단골소재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접적인 후원을 요하는 전통적 광고와 더불어 기부의 가치를 담아내는 다양한 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도와줄 대상이 전혀 드러나지 않는, 기부캠페인인지도 모를만한 콘텐츠도 등장하고 있다. 그저 즐기고 공유하고 확산하는 것만으로도 기부가 이뤄지는 것이다.

마네킹처럼 동작을 멈춘 사람들, 그들이 모여 만들어낸 하나의 그림이 의미를 전한다. 지난해 10월 미국의 고등학생들이 만들어낸 디지털 놀이 ‘마네킹 챌린지(Mannequin Challenge)’ 모습이다. 아울러 사회적 메시지를 담아내기도 한다. 실제 미국 켄터키주 주민들은 마약에 중독된 부모를 마주한 아이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을 통해 마약의 위험성을 이야기했고, 민간구조단체 ‘화이트 헬멧(White Helmets)’은 시리아 참상을 알리려 마네킹 챌린지를 선보였다.

국내에서는 올 초 옥션이 스피킹맥스와 콜라보레이션 광고의 메이킹 필름을 마네킹 챌린지 형태로 제작해 희망을 나눴다. 페이스북에서 해당 영상의 ‘좋아요’와 ‘공유하기’ 건당 100원씩을 모아 장애어린이 재활을 위해 기부했다.

스포츠가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꿀 수 있다는 슛포러브(shoot for love)는 스포츠 콘텐츠를 통해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마음을 전하는 캠페인이다. 처음에는 국내외 유명 축구스타들이 양궁 과녁에 총 10번의 슛을 차 1점당 1만원씩 기부금을 적립하는 식이었다가, 이후 ‘70미터 거리에서 짐볼로 볼링 핀을 넘어트리기’ ‘축구선수들과 여고생의 박터트리기 대결’ 등으로 발전, 콘텐츠가 다양해진 만큼 도움을 주는 방법도 다양해졌다. 슛포러브는 콘텐츠를 통해 기부 캠페인임을 알리지만 아픈 아이들의 모습 없이 이벤트 그 자체가 재미난 콘텐츠로 소비된다.

한국을 찾은 토트넘 선수들과 여고생들의 김밥대결 이벤트를 진행한 슛포러브.

이 같은 디지털 기부 캠페인은 무엇보다도 거부감 없이 다가감으로써 기부의 장벽을 낮춰준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너무 감성적으로 그리고 일시적으로 접근해 남을 돕는다는 것의 무게를 고민하지 않고 가볍게 생각하게 되는 경향도 있다고 지적했다.

여러 가지 이유에서 아직까지는 디지털 캠페인을 고민하는 단계라고 말하는 한 NGO 단체 관계자는 “기부금의 사용에 대해 투명성이 강조되는 상황에서 캠페인에 들이는 비용을 차라리 실질적인 후원에 사용하는 것이 낫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이러한 비용적인 문제와 더불어 즉각적인 결과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수준의 아이디어를 내는 것도 쉽지 않아 아직은 실행이 쉽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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