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국정홍보의 거울
文정부 국정홍보의 거울
  • 이대현 (guriq@naver.com)
  • 승인 2017.08.11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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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 실패가 주는 교훈 살펴야…보여주기식 홍보, 자랑만하는 일방통행 경계

새삼 언급하기도 민망하다. 지난 정부의 ‘국정홍보’를 두고 하는 말이다. 무엇하나 상식에 부합하는 것이 없었던 박근혜 정부였으니 국정홍보라고 다를까마는, 굳이 되돌아 보는 것은 다시는 이런 천박하고 어이없는 짓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서다. 아무리 멍청한 정부라도 이러지는 않을 것이니 이 또한 ‘기우’겠지만.

이명박정부는 2008년 2월 29일에 국정홍보처를 공식 폐지했다. 당시 모습. 뉴시스

‘세월호 참사’에 끝없는 책임회피와 외면으로 일관하고, 독단적 정국운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바닥으로 곤두박질치기 시작한 2015년 5월, 박근혜 정부가 뜬금없이 문체부에 국정홍보 차관보 자리를 만들었다. ‘뜬금없다’는 것은 엄연히 문체부에 국정홍보를 총괄하는 국민소통실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1급 자리를 신설했다는 얘기이고, 또 하나는 역할이 그렇다는 것이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언론, 특히 진보매체들의 비판이 나날이 높아지던 때였다. 국회, 야당과 시민단체도 예사롭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근혜 정부는 이들과의 어떤 소통의 노력도 하고 있지 않았다. 극소수 우호적 보수매체 외에는 아예 귀를 막고 상대를 하지 않으려 했다. 야당도 시민단체도 외면으로 일관했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청와대에서 국정홍보를 맡은 사람들도 그랬다. 그도 그럴 것이 기자 출신들은 언론계에서 그다지 신망을 받지 못했고, 국정홍보비서관은 문고리 3인방인 안봉근이 맡고 있었으니. 언론과의 소통은 고사하고 접촉조차 하려는 사람이 없었다. 국민소통실도 마찬가지였다. 나름대로 애는 쓰지만 공무원으로서 한계가 분명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홍보비서관을 지낸 안봉근 씨. 지난해 최순실 사태 관련 검찰조사를 마치고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을 나서는 모습. 뉴시스

그래서 궁여지책으로 국민소통실에 언론인, 국회, 시민단체 출신으로 전문성을 가진 국장급 홍보협력관 3명을 두어 넓게는 국정홍보, 좁게는 소통을 넓혀보자는 것이었다. 그나마 그대로 했다면 비록 야당으로부터 ‘로비스트’란 얘기를 들어도 나름대로 의미와 성과도 있고 직제상의 충돌이나 불편도 없었을 것이다.

‘완장’ 찬 인사의 소통방식

실제로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면서 국정홍보 조직과 기능을 확대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국민이 모르는 정책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논리를 강조하면서 국정홍보 기능을 국무총리실로 가져오거나, 과거 국정홍보처를 부활하는 방안이 논의되기도 했다.

그것이 세월호 사고로 슬그머니 사라지고 대신 비선조직 비슷한 자리 하나를 만든 것이 바로 국정홍보 차관보였다. 그나마 그 자리에 제대로 된 사람이 앉아, 제 역할을 다 했다면 다행이련만 인사부터 최악이었고, 하는 일 역시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청와대에서 내리꽂은 낙하산은 그렇다 쳐도 극단적 보수주의에 막말과 기자시절부터 재벌옹호에만 거품 물기로 소문난 인물이 ‘완장’을 찼으니, 국정홍보는 고사하고 가장 중요한 역할인 ‘언론과의 소통’은 말 뿐일 수밖에 없었다. 끼리끼리 마음에 맞는 사람들이 서로 만나고 맞장구나 치는 것을 ‘소통’이라고 하면 몰라도. 청와대도 차관보도 소통이란 자신과 의견이 다른, 반대편과 마음을 열고 공감을 넓혀가는 것이란 기본상식조차 없었다.

그러니 고작 한다는 것이 청와대 사람들 대신 우호적인 보수매체 간부들이나 만나 기사나 부탁하고, 국정 홍보보다는 청와대 요구에만 맞춰 오로지 대통령 개인 홍보와 비판 막기에 열을 올리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가장 강력한 무기라고 생각하는 정부 광고를 주머니 속에서 만지작거렸음은 짐작하고도 남는다.

심지어 청와대에 충성심을 보이기 위해 언론사 사주의 동향까지 파악해 보고하고, 그것을 홍보협력관들에게 강요해 “국정원 간부냐”는 반발까지 샀으니 그 어처구니없음을 말해 무엇하랴. 이러니 진보매체들과의 적극적인 대화를 나누고 그들의 비판에 귀 기울이는 모습은 아예 찾아볼 수도 없었다.

“경향 한겨레는 북한신문… 정신 건강에 해로워” 어느 극우논객이나 태극기부대 선동자의 말이 아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로 여론이 들끓고, 야당과 역사학계가 연일 비난의 화살을 대통령에 쏘아대던 때에 명색이 언론소통을 책임진, 그것도 같은 언론계 출신이라는 차관보가 내부 카톡방에 올린 글이다.

이 말대로라면 경향신문과 한겨레신문 구독자는 모두 북한 주민이고 국가보안법 위반자들이다. 아무리 사적인 공간에서의 감정을 드러낸 것이라고 해도 모욕적이다. 여기에 두 신문의 기사를 ‘정신구조가 온전치 못한 애들 주장’이라고 맞장구 친 사람이 그 자리를 이어받았다.

이정현 의원은 청와대 홍보수석 시절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과의 '세월호 보도 통화'로 논란을 낳았다.

박근혜 정부는 정책도 대부분 알고 보니 껍데기뿐이었고, 국정홍보 역시 진정성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실패였다. 대표적인 것이 세월호 대책이고, 메르스 사태이다. 정책을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아예 전달할 마음조차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렇게 뜬금없는 자리 만들어 자격미달인 사람들을 하인 부리듯 쓰지. 언론이 아니라, 이들이야말로 박근혜 정부의 조기 종말에 부채질을 한 셈이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새 정부 홍보觀과 ‘청와대 TV’

국정홍보는 자랑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서도 적극적일 필요가 있다. 다만 그 방법이 온당해야 하고, 떳떳해야 하고, 정직해야 하며, 정확해야 한다. 여기에 따뜻한 감성이 있다면 금상첨화다.

문재인 정부에서 역할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당당하게 국정홍보처가 부활하기를 기대했다. 그게 아니면 적어도 박근혜 정부가 만든 기형인 문체부 국정홍보 차관보 자리만은 적폐청산의 대상이 될 줄 알았다. 그런데 새 정부 역시 국정홍보, 언론소통은 국민소통실로 부족하다고 판단했는지 그대로 두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건강보험 보장강화정책을 발표하는 모습.

이왕 그렇게 결정한 이상, 자기 사람 자리 챙겨주기가 되어서는 안 된다. 역할도 분명히 해야 한다. 균형감각을 갖춘 사람을 골라 언론, 특히 정부에 비판적인 매체와의 소통에 힘써야 한다. 내편을 더 많이 만들어 플러스를 더 크게 하는 홍보 못지않게 이해의 장을 넓혀 내게 비판적인 마이너스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홍보도 중요하다.

또 하나. 청와대가 국민소통을 위해 곧 만든다는 ‘청와대 TV’ 역시 보여주기 식 홍보, 자랑만하는 일방통행식 홍보가 아니어야 한다. 말 그대로 국민이 궁금해 하는 ‘청와대의 모든 것’을 가감 없이 정직하게 전하고, 여론을 정책에 반영하는 모습을 담는 쌍방향의 창(窓)이 되어야 한다.

여기에 청와대의 앞길을 활짝 열었듯이 누구보다 낮고 겸손한 자세, 스스로 권위의 벽을 허물고 국민 가까이 다가가는 대통령의 ‘정감’까지 더한다면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문재인 정부로서는 행운인지 모른다. 앞선 정부가 했던 것들을 모두 버리고, 반대로 나아가기만 하면 되니. 가장 기본을 지키는 것. 국정홍보도 마찬가지다.

이대현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겸임교수
前 한국일보 문화부장·논설위원
저서 <소설 속 영화, 영화 속 소설> <영화로 소통하기, 영화처럼 글쓰기> 외 다수

*이 글은 논객닷컴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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