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속인 랜덤박스, 업체 매출 467억인데 과태료는 1900만원
소비자 속인 랜덤박스, 업체 매출 467억인데 과태료는 1900만원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08.19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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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제재 실효 거둘까…“돈 내고 꼼수영업 다시하면 그만”

[더피알=서영길 기자] ‘467억9600만원 VS 1900만원’.

랜덤박스(개봉 전에는 어떤 상품인지 알 수 없는 상품)를 내세워 자신들의 잇속을 챙겨왔던 온라인 판매업체 3곳이 지난해 올린 총 매출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부과 받은 과태료 액수다. 이들 업체는 실제 제공되지 않는 상품을 랜덤박스를 통해 받을 수 있다고 광고하거나 이용후기를 조작해 소비자들을 기만해 왔다.

총 매출에서 랜덤박스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는 상황에서 매출과 과태료를 단순 비교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얼핏 봐도 업체들이 벌어들인 돈에 비해 수준이 터무니없이 낮다. 공정위의 이번 처분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 제재가 되겠느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공정위가 직권조사로 적발한 온라인 판매업체는 더블유비(워치보이), 우주그룹(우주마켓), 트랜드메카(타임메카) 등 3곳이다. 이들 업체는 랜덤박스에 시계를 주요 상품으로 넣어 온라인 쇼핑몰에서 영향력을 키워왔다. 지난해 더블유비는 56억9500만원, 우주그룹은 67억9700만원, 트랜드메카는 343억400만원의 매출을 올린 바 있다.

하지만 세 업체가 허위광고·이용후기 조작·상품정보 미제공 등의 위반을 일삼다 공정위에 부과 받은 과태료는 각각 550만원, 800만원, 550만원에 불과하다. 사실 이 금액도 원래 과태료에서 절반이 깎였다. 전자상거래법에는 적발된 업체가 자진 시정조치를 하면 부과 금액에서 50% 감경해 주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린 트랜드메카 예를 들면, 랜덤박스로 최하 1%의 매출을 올렸다고 가정했을 때 3억4000여만원(총 매출 343억400만원)을 벌어들였다는 계산이 나온다. 1년치로 놓고 보면 3억4000만원 벌고, 벌금 550만원을 내면 된다는 결론이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과태료는 재량의 여지없이 규정에 따라 정해져 있다. 매출액이 많다고 더 부과할 수는 없다”고 설명하며 “3개월 영업정지 조치도 이번에 처음으로 내려져 위반 업체들을 제재하는 데 충분한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부분에서도 솜방망이 처분 논란이 있다. 세 업체 모두 3개월의 영업정지를 받은 것은 사실이지만, 전면 금지가 아닌 랜덤박스와 관련된 영업만 못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온라인 쇼핑몰 관계자는 “같은 물건을 파는 건데 랜덤박스로 크게 한 몫 챙기게 되면 누가 정상적으로 영업을 하겠나”라고 반문하며 “잘못이 적발돼도 매출 기준으로 매긴 벌금도 아니고 그 정도(550만원 과태료) 맞고 끝이라면, 벌금 내고 사업자 하나 더 내서 꼼수영업 다시 하면 그만 아니냐”고 꼬집었다.

랜덤박스 판매가 증가하며 그에 대한 소비자 민원 역시 매년 증가 추세다. 1372소비자상담센터로 들어오는 상담 건수는 2015년 89건에서 지난해 148건으로 60% 이상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벌써 100건을 넘긴 상황이다. 한 번 사면 반품이 어려운 랜덤박스 특성상 이같은 민원은 소비자 피해로 고스란히 돌아올 공산이 크다.

공정위는 이번 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법상 최고 수준의 시정조치를 부과해 업계 전반에 주의를 촉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공정위에서 내린 ‘법상 최고 수준의 시정조치’가 얼마나 실효를 거두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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