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모비스의 ‘무리수’ 채용공고
현대모비스의 ‘무리수’ 채용공고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7.09.05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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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대표·어학연수 등 평범한 경험자는 제외”…구직자들 ‘금수저 전형’ 비판

[더피알=서영길 기자] ‘진짜 보통 사람들과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진 분만 지원하세요’

온라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르바이트 구인 문구가 아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올해 하반기 신입사원을 모집하며 내세운 지원 조건이다. 장난인 듯 장난 아닌 이 조건은 가뜩이나 취업난에 힘든 젊은이들에게 또 다른 ‘갑질’로 비춰져 뒷말을 낳고 있다.

구직자들에게 고(高) 스펙을 넘어 특별한 능력을 요구한 곳은 바로 현대모비스다. 일반 대졸공채와 미래전략인재 채용 등 두 가지 전형의 신입사원 모집공고를 최근 냈다. 구직자들 사이에서 의아스럽다는 반응을 불러온 건 후자의 건이다.

앞서 현대모비스는 신입사원 일부를 미래전략인재 전형을 통해 채용하기로 하며 스펙과 무관하게 블라인드 선발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이번 채용 공고에서 독창적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으로 지원 대상자를 한정했다.

하지만 “보통 사람들과 다른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만 지원하라”는 내용과 함께 “학생대표, 동아리대표, 어학연수, 국토대장정 등 평범한 경험을 한 이들은 제외된다”는 등의 다소 이해하기 힘든 요건을 명시했다.

현대모비스 미래전략인재 모집공고 이미지 일부.

구직자 입장에선 어렵게 쌓은 스펙이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흔한 경험이 된 셈이다. 때문에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중심으로 ‘취업문이 끝도 없이 높아진다’는 자조적인 한탄부터 ‘금수저 전형’이라는 비판까지 나돌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현대모비스 홍보팀 관계자는 “(모집 공고 문구에서) 표현상 문제가 있을 순 있겠지만,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저희 회사에 지원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이해해 달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학생대표나 어학연수 경험을 스펙으로 인정 안한다는 뜻이 아니”라며 “그런 스펙을 가진 분들은 일반 대졸공채로 지원하고, 특별한 경험이나 기똥찬 아이디어가 있는 분들은 미래전략인재에 지원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렇지만 이 부분에도 논란의 소지는 있다. 해당 공채에 지원하려면 신사업 아이디어를 제출하게 돼 있는데, 전형 이후 탈락자에게서 받은 아이디어에 대한 처리 방안이 없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처음 실시하는 블라인드 채용이라 준비가 덜 됐다”고 미흡한 부분을 인정하면서도 “아이디어를 적으라고 한 것은 지원자들의 창의성을 평가하기 위함이지 이를 구체적으로 개진하라는 뜻은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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