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 커머스의 갈림길
비디오 커머스의 갈림길
  • 신현일 (jun0689@naver.com)
  • 승인 2017.10.04 10:4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현일의 컨버전스토리] SNS에 넘쳐나는 ‘비포&에프터’식 영상, 계속 통할까

[더피알=신현일] 아주 잘 생긴 청년이 정면을 응시하고 있고 별다른 멘트 없이 제품 하나가 등장해 휑한 눈썹을 채워 넣는다. 잠시 후 바뀐 본인의 눈썹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신기해한다. 눈썹이 별로 없을 때도 잘 생겼던 그 청년은 눈썹이 진해지면서 완전체 꽃미남이 됐다.

페이스북상에서 집행되는 비포&애프터(before&after) 형식의 광고영상 일부.

페이스북에서 유행하는 남자 아이브로우 제품의 광고 영상이다. 제품이 좋다거나 구매하라고 하는 멘트는 찾아보기 힘들다. 게시물에는 구매좌표라며 URL 하나가 가지런히 놓여있을 뿐이다. 호기심에 눌러보면 구매사이트 이동한다.

최근 이런 형태의 광고영상이 페이스북에서 주류를 이루고 있다. 지난해부터 바람이 불거라던 미디어 커머스의 구체화된 수익모델로 자리매김하면서 이 흐름이 어떻게 진행될까 자못 궁금하다. ▷관련기사: 돈을 만드는 콘텐츠, 미디어 커머스

콘텐츠·채널·제품의 삼박자

작년부터 미디어 커머스, 비디오 커머스에 대한 이야기가 매체에서 쏟아졌고, 이제는 미디어를 통한 커머스가 대세를 이룰 거라는 분석과 예측이 나온다. 그러나 미디어를 통한 커머스는 홈쇼핑이나 IPTV를 통해서 수년 전부터 진행되고 있었고, 유통 브랜드들도 별도 웹 채널을 열어 방송 포맷을 활용한 커머스를 해왔다.

아쉽게도 큰 반향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이유는 명확하다. 해당 콘텐츠를 봐줄 유저들이 그 길목에 있지 않았거나 콘텐츠 자체가 매력적이지 않았거나, 혹은 둘 다가 이유일 수도 있다.

지금 페이스북에서 유행하는 광고영상들이 관심을 넘어 수익까지 이어질 수 있었던 건 우선 페이스북이라는 강력한 매체 덕이다. 특히 아주 디테일하고 섬세하게 타깃팅할 수 있다는 장점이 네임밸류가 낮은 신규 스타트업의 제품들이 판매에서 호응을 얻을 수 있었던 기초가 됐다.

두 번째로는 콘텐츠인데, 초기 미디어 커머스라 칭했던 영상물들은 제품으로 시작해서 제품으로 끝났다. 홈쇼핑에서 주로 쓰는 방식이다. 그러나 모바일로 넘어오면 그 포맷은 통하지 않는다. 홈쇼핑은 최소 몇 십 분을 똑같은 이야기를 반복하는 구조여서 모바일상에선 그리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실제 몇몇 업체들이 온라인에서 그런 포맷으로 시도했으나 반응이 미미했다.

올 초부터 현재까지 반응이 좋은 페이스북의 광고영상들은 실제 있을 법한 상황을 리얼하게 담아내는 데 주력했다.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면 네임밸류와 브랜드파워가 약한 판매자의 제품을 소비자들이 구매해줄 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앞서 언급했듯 타깃팅이 된 광고영상이기에 해당 제품이 필요한 이들에게만 노출이 되고, 그 영상들을 본 유저들은 자연스럽게 구매까지 이어지게 되는 동선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 단순한 동선이 꽤 큰 성과를 냈다. ‘블랙몬스터’란 남성화장품 브랜드는 다운펌 제품을 론칭해 3개월 만에 1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블랙몬스터를 유통하는 업체는 최근 100억 투자유치를 협상 중으로 알려졌다.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콘텐츠론 커머스도 성공할 수 없다.

세 번째는 제품이다. 페이스북에서 높은 판매고를 올린 제품들은 어느 정도 유사성을 가지는데 우선 1만원에서 3만원 이하의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어 가격 민감도와 관여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제품 라인업이다.

굉장히 새로운 제품이기보다는 기존 제품에서 가성비와 품질 경쟁력이 있다는 부분에서 공통점이 있다. 쉽게 이야기해서 ‘일상생활에서 하나 정도 가지고 있으면 좋은 제품들’인 것이다. 주로 가벼운 화장품류가 대세이지만 그 외 소형가전이나 스마 트기기들도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채널과 콘텐츠 그리고 제품의 삼박자가 제대로 맞아 떨어지면서 페이스북에 광고영상을 통한 커머스가 성공할 수 있다는 선례를 남겼다. 이중에서도 기존 갑을관계에서 을의 위치에 있던 영상제작업체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영상을 제작해 얻는 수익보다 영상을 통해 제품을 유통해서 벌어들이는 수익이 훨씬 높다보니 자연스럽게 눈을 돌려 본인들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결국 새로운 영역을 발견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짚고 넘어가야 하는 부분은 아직 기반이 약한 비디오 커머스의 현재 모습이 어떻게 발전하고 확대될 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아직까지는 비디오 커머스의 비즈니스 모델이 명확하게 정립돼 있지 않다고 볼 수 있다. 몇몇 성공사례들이 그 의미를 대신하고 있지만 소셜커머스처럼 소비자 머릿속에 각인된 비즈니스 모델이 되기까지는 가야할 길이 멀다.

레드오션 전에 기초체력 튼튼히

기존 성공사례들의 가장 큰 이유는 ‘신선함’에 있다. 그 신선함이 점점 퇴색되고 빅플레이어들도 유사 콘셉트로 시장에 진출할 것이 뻔한 그림이기에 글로벌 시장까지 도전해 볼 수 있는 좀 더 정교화된 모델 정립이 누군가에 의해, 또는 이 흐름 안에서 정리될 필요가 있다.

현재 비디오 커머스에서 다루는 상품들은 화장품이나 향수와 같은 뷰티 제품들 위주다. 쉽게 제조(OEM)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진율이나 재고, 유통기한 등의 이슈에서도 상대적으로 덜 부담이 된다. 그러나 비디오 커머스의 매력은 영상을 통해 어떤 메시지도 던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일부 시행착오가 있겠지만 제품은 점점 확대돼야 한다. 뷰티류에 국한되다 보면 카테고리 피로도 또한 금방 찾아올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상 포맷이다. 일반인의 체험 후기 포맷의 패턴은 이제 하나 걸러 하나로 넘쳐난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신선함이 떨어지고 진정성 또한 함께 사라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운 포맷의 시도는 계속 이어져야 한다. 미투(Me Too) 전략은 달콤하지만 금방 질리는 달콤함이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우리나라 비디오 커머스의 경쟁력이 높아져서 구매력 있는 중국이나 미국 유저들의 눈과 귀를 매혹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현일

브랜드컨설턴트에서 디지털의 매력에 빠져 현재 IT기업 브랜드매니저로 서바이벌 중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