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의 이상한 아이디어는 현실이 된다
마케터의 이상한 아이디어는 현실이 된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7.11.28 10:15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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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서 툭 던진 농담…반응 따라 출시하기도

[더피알=조성미 기자] 컵을 갖다 대면 소주가 나오는 ‘정술기’, 연인과 함께 마실 수 있는 2인용 빨대, 버튼 하나면 피자가 배달되는 피자 주문 전용 키보드, 막걸리와 아메리카노를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막걸리카노’… 참인지 거짓인지 속단할 수 없는 이색 제품들이 주는 재미에 빠져든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 없다지만 기상천외함으로 관심을 끄는 새로운 아이템들이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실제 판매되는 것인지 의구심이 드는 수상한(?) 품목부터 진짜 출시되면 당장 매장으로 달려가겠다는 열렬한 응원을 받는 가상 아이템, 출시됐지만 ‘이거 레알?’이라 의심하게 만드는 제품까지… 마케터의 이상한 아이디어는 종종 현실이 되곤 한다.

이 가운데 최근 소비자들의 엄청난 호응을 얻은 제품이 있으니 바로 빙그레가 지난 7월 내놓았던 이색 스트로우다. 커플이 동시에 사용하는 형태로 만들어졌는가하면, 스틸 재질의 무자비한 크기를 자랑하고, 심지어 누워서 마실 수 있도록 하는 등 바나나 우유라는 본품을 독특하게 즐길 수 있도록 한 장난스런 제품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반응이 장난스럽지만은 않았다. 개시 일주일 만에 빨대 3종의 준비수량이 모두가 팔려나갔으며, 플래그십 스토어 옐로우카페로까지 판로를 넓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빙그레 관계자는 “빨대와 바나나나맛우유가 한 몸처럼 인식되는 현실을 고려해 빨대도 한 번 재미있게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가 나와 처음엔 영상으로 제작했다”며 “이후 기왕이면 팔아보자는 얘기까지 나와 실제 판매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마이스트로우.

장난도 퀼리티 있게

재미로 기획한 이벤트였지만 소비자 참여로 판이 커진 것이다. 특히 매운맛을 잠재우는 ‘입 안의 소화기’ 콘셉트로 선보인 빨대의 경우 단가가 높고 제작이 까다로워 영상으로만 남기려 했다는 후문. 하지만 앞선 프로모션 이후 빗발치는 성원에 사측은 약 두 달간의 제작 과정을 거쳐 교체형 빨대로 위생과 내구성 문제를 해결한 제품을 내놓았다. 재미로 시작한 일이 빨대 사업으로 강제(?) 확장된 셈이다.

이색 아이템의 시작은 만우절 이벤트라고 할 수 있다. 거짓말이 공식적으로 용인되는 날이기에 기업이나 브랜드도 유쾌한 장난으로 소비자의 호응을 유도한다. 그러다 최근 들어서 웃자고 던진 이야기가 ‘실화’로 구현되는 케이스가 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바로 ‘팔도 1.2 비빔면’이다. 팔도 비빔면은 그 동안 한 개가 1인분으로는 다소 부족하다는 원성이 자자했던 제품이다. 이에 팔도는 2015년 만우절에 비빔면 한 개 반 봉지를 출시한다고 밝혔다.

이 소식을 접한 많은 누리꾼들이 쌍수를 들고 반겼고 유통업체인 홈플러스 역시 ‘언제까지 입고 가능할까요?’라고 장단을 맞춰 재미를 더했다. ‘만우절 낚시인양 시장반응을 살펴보고 출시할 것’이란 기대감을 수용하듯 팔도는 약 1년이 지난 시점에서 양은 20% 늘리고 가격은 그대로인 제품을 1000만개 한정 수량으로 선보였다.

만우절 장난이 현실이된 팔도 비빔면 1.2(위)와 만능비빔장.

팔도의 만우절 농담 현실화는 올해도 계속됐다. 만능 비빔장을 출시한다는 농을 던진 후, 실제로 팔도비빔면 액상스프 노하우로 만든 ‘팔도 만능비빔장’ 200만개를 사은품으로 제공하는 등 ‘선농담 후출시’의 이벤트를 이어갔다.

팔도뿐만이 아니다. 올해 만우절은 고퀄리티 가상 아이템의 장이 펼쳐졌다. 대나무 필터로 깨끗한 맛을 살린 30L 대용량 소주 정수기, 3배로 커진 쌍쌍바, 부드럽고 달콤한 ‘투게더 크림볶이’ 그리고 단짠의 황홀한 조화 ‘스프에 찍어먹는 라면사탕’, 엔터키 대신에 주문 버튼이 달린 피자 주문 전용 키보드 등이 줄줄이 공개됐다.

만우절 이벤트는 해외에서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버거킹의 와퍼맛 치약, 강아지나 고양이의 말을 알아듣는 아마존의 애완동물 AI 음성비서 펫렉사(Petlexa), 추월차선에서 느리게 가는 차량의 차선을 바꿀 수 있는 자유주행기술을 영상으로 만든 렉서스 등 장난의 스케일도 거대하다.

이에 대해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만우절은 공식적으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날이기에 기업 입장에서 정당성이 확보된다. 무엇을 하더라도 ‘와이낫?’으로 넘어갈 수 있고, 또 소비자들 입장에선 새로운 장난에 대한 기대심을 갖게 됐다”며 “만우절 마케팅이 관심을 끌면서 이제는 밸런타인데이나 빼빼로데이처럼 ‘데이마케팅’으로써의 리추얼(ritual·의례적인 행위)이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아이디어 (가상)제품들은 재미있는 콘텐츠이기도 하지만 소비자의 반응을 살펴보는 창구이기도 하다. SNS 등을 통해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기 쉬워진 요즘, 기업들은 고객 니즈를 반영한 제품을 한정적으로 출시하고 이후 반응을 살펴 생산 여부를 결정짓곤 한다.

콘텐츠 마케팅의 소재로

이러한 과정에서 제시된 아이디어들은 실제 제품화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SNS 콘텐츠로 소비되며 또 다른 흥미요소로 작용하기도 한다.

롯데푸드는 페이스북 페이지에 다양한 가상의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추석 시즌에는 차례상에 올린 돼지바나 돼지바의 크런치를 넣어 빚은 송편, 돼지바 꽃다발과 반지, 돼지바 지갑 등이 올라와 ‘돼지바에 미쳤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이색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여기에 딸기·망고·녹차·포도 등 다양한 맛의 돼지바와 돼지바 시리얼, 떠먹는 돼지바 등 실제 제품화가 이뤄지면 소비자들이 혹할 만한 소재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죠스떡볶이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한 어묵국물 티백.

죠스떡볶이의 경우 쌀쌀해지는 계절에 맞춰 호빵 속을 떡볶이로 채운 떡볶이호빵, 어묵국물을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어묵국물 티백과 같은 가상의 콘텐츠로 SNS상에서 바이럴을 꾀하고 있다.

이처럼 별스럽다 여겨질 정도의 아이디어나 이색 제품들은 특히 식품 마케팅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여준상 교수는 “사회적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과 더불어 식품의 경우 다양한 도구를 조합하거나 새로움 방식으로 맛을 창출하는 등 마케팅의 자유도가 높기 때문에 독특함을 자극하고 소구할 여지가 많다”고 그 이유를 풀이했다.

양재호 동아대 경영학과 교수는 “대체제가 충분한 식품은 대표적인 저관여 상품으로, 소비자의 주의를 끌고 기억에 남을 수 있도록 적절한 정보처리 과정을 만들어줘야 하는데 그렇지 않을 경우 밋밋한 브랜드가 된다”며 “이를 위해 제품의 핵심 속성인 맛은 둔 채 그 외 형태나 패키지 등을 변형해 차별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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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기사네요 2017-11-28 17:14:49
좋은기사 잘 읽었습니다~ 수고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