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성화가 평창 열기로 이어지려면
올림픽 성화가 평창 열기로 이어지려면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7.12.01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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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동계올림픽 홍보 점검②] 101일 간의 성화봉송
성화봉송 첫날인 지난달 1일, 인천대교에서 주자들이 성화를 옮겨받고 있다. 뉴시스

[더피알=강미혜 기자] 그리스에서 날아온 성화가 전국을 누비고 있다. 스포츠 스타는 물론 인기 연예인, 장애인 꿈나무와 해군과 해녀, 심지어 로봇까지 가세해 불길을 냈지만 평창을 향한 하나의 뜨거운 열기로 모아지지는 않는 분위기다. 평창동계올림픽 홍보의 돌파구를 찾는 두 번째 제언은 성화봉송에 관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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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평창동계올림픽 및 패럴림픽 개막을 100일 앞둔 지난달 1일, 그리스 올림피아에서 채화된 불꽃이 국내에 들어오며 101일 간의 여정이 시작됐다.

평창 성화봉송의 경우 전국 17개 시도, 136개 지역, 총 거리 2018km를 7500명이 달리는 코스로 짜여 있다. 곳곳에 숨은 의미도 있다.

우선 7500은 남북한 인구를 합산한 수치로 ‘평화올림픽’의 정신을 담았다. 2018은 올림픽이 개최되는 2018년을 상징한다. 이에 따라 봉송주자와 함께 뛰는 지원주자도 2018명으로 꾸려졌다.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등에서 이 같은 내용의 101일 간의 스토리가 실시간 중계된다.

제주도 자치경찰단 경위가 말을 타고 성화를 봉송하는 모습. 뉴시스

대규모 예산과 인력을 동원해 전국을 누비며 성화봉송을 하는 목적은 명확하다. 국민 모두가 참여하는 행사라는 점을 어필해 개막까지 올림픽 열기를 더하기 위함이다. 그 과정에서 지자체 브랜드를 알리고, 지역의 대표 문화·관광 자원을 보여주며 직간접적인 시너지를 꾀한다.

하지만 평창올림픽에 대한 관심도를 반영하듯 성화봉송에 대한 반응도 미지근하다. 인기 연예인이 주자로 나설 경우 화제가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 단발성 이슈로 그쳐버린다. 오랜 기간 공들여 준비한 대형 프로젝트가 ‘그들만의 깜짝 퍼포먼스’로 진행되고 있다.

이와 관련, 강준호 서울대 체육교육학과 교수는 “조직위 차원에서 열심히 하고 있는 것 같다”면서도 평창올림픽이 고전하는 이유에 대해 “(근본적으로) 88올림픽이나 2002월드컵을 치르고 난 후 국제 스포츠 행사에 대한 기대감 자체가 낮아졌다. (붐업을 위해) 미디어에서 좀 더 관심을 가지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개선 가능 지점은 온라인

이철한 동국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는 “성화봉송은 원래 우리 동네, 내 집 앞까지 올림픽이 찾아오는 작은 축제의 성격이다. 다만, 유럽 등에 비해 우리나라는 동네 축제 문화 자체가 낯설다”며 “그런 차이를 고려해 한국식 대안을 고려했어야 하는데, 해외에서 잘 된 형식을 그대로 박아다 놓으니 기대 이하의 결과를 가져오는 것”이라고 한계를 짚었다.

이미 촘촘하게 계획된 로드맵에 맞춰 주자가 뛰고 있는 상황에서 봉송 현장에서 변화를 주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현실적으로 개선 가능한 지점은 온라인에서 찾을 수 있다. 오프라인 사이트와 온라인 플랫폼의 유기적 연계를 꾀하는 이른바 O2O 전략이 필요하다. 핵심은 성화를 계기로 국민이 만드는 참여형 콘텐츠 확산이다.

#셀럽과의 협업

평창올림픽 조직위는 성화봉송 페이지와 올림픽 공식 SNS 채널을 가동해 관련 콘텐츠를 꾸준히 노출하고 있지만 이용자들의 참여를 유도하는 장치는 빈약하다. 특정된 성화봉송의 현장이 불특정 다수의 국민과 연결되는 고리가 보이지 않는다.

101일 동안 7500명이 성화라는 하나의 주제 아래 움직인다고 하면 지금과 같이 연결된 미디어 환경에선 순식간에 수만에서 수십만에 이르는 버즈를 불러올 수 있다. 하지만 평창올림픽 성화봉송에선 각개 주자의 모습만 있지 ‘하나의 불꽃’으로 다가오진 않는다.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수천 명이 관여하는 대형 이벤트라고 보기엔 산발적이다.

셀럽들이 sns를 통해 자발적 홍보대사가 되면 팬덤을 통해 글로벌을 무대로 큰 바이럴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성화봉송 주자로 참여한 배우 겸 가수 수지와 피겨 샛별 유영, mc 유재석, 아이돌그룹 b1a4 공찬.

전략적 바이럴을 위해선 약간의 인위성은 필요하다. 성화봉송에 참여하는 유명인들이 자신의 SNS에서도 홍보대사 역할을 하도록 협조를 구하는 방안을 일차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때 좋아요나 공유를 부르는 한 컷의 사진, 핵심 문구 사용은 필수다.

K팝 등 한류 인기와 더불어 글로벌 홍보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용자들이 진짜 원하는 경품을 내건 이벤트는 전술로써 활용 가능하다. ‘평창 롱패딩’처럼 밀레니얼 세대가 좋아하는 화제의 아이템이 적절하다.

#해시태그 마케팅

SNS상에서 해시태그는 가장 보편적인 마케팅 수단이다. 이용자끼리의 소통, 이벤트나 프로모션 참여를 독려하는 손쉬운 도구로 각광 받는다.

이벤트 진행시 특정한 해시태그 문구를 부여하면 참여자들은 각자의 스타일대로 게시물을 만들어 선보이고, 이중 재미있는 콘텐츠를 선별해 공식 페이지에 소개하는 식의 선순환이 이뤄진다. 특히 해시태그는 결과물을 모아 보여주는 기능도 있어 해당 콘텐츠 확산 정도와 결과를 추적하는 데에도 유효하다.

평창동계올림픽 인스타그램 공식 화면. 비주얼 중심의 플랫폼 특성을 살리지 못한 채 여타 채널과 같은 이미지 콘텐츠가 실리고 있다.

현재 조직위는 개막식을 염두에 두고 #평화올림픽 문구를 활용한 사전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성화봉송과 관련해선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그래서인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SNS에서 #성화봉송을 키워드로 검색하면 관련 게시물이 뜨지만 중구난방으로 제각각 다르다.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몇 개 키워드를 슬로건 형태로 제시해주면 작은 캠페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실제 올림픽 스폰서인 코카콜라의 경우 성화봉송과 관련해 #코카콜라성화봉송 #CokePLAY #CocaCola 3개의 해시태그를 사용하고 있다.

특히 #CokePLAY는 올림픽 기간 중 코카콜라사와 소비자의 인터랙션이 CokePLAY 앱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필요한 연결의 장치다. 코카콜라는 지난달 초 평창올림픽 스페셜 패키지를 출시하며 제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경기 관람 티켓에 응모할 수 있도록 앱 다운로드가 가능한 QR코드를 삽입했다.

#실시간 매핑

성화봉송 공식 페이지는 대장정 루트와 주자에 관한 자세한 스토리를 보여준다. 또한 봉송 첫날부터 현장을 라이브로 중계하고 있다. 당연히 성화를 든 주자에 카메라 포커스가 맞춰져 있고, 주변 도로 상황이나 스탭들의 모습도 자연스레 담긴다.

하지만 찾아가서 봐야 하고, 그조차도 뛰는 사람만 바뀔 뿐 비슷한 장면이 반복적으로 노출되다 보니 시청각 콘텐츠로써 매력도가 떨어진다. 특히 인터랙션 측면에서 아쉽다. 시청자가 참여자로 전환하기 쉬운 포인트가 필요한데 실시간 매핑이 하나의 안이 될 수 있다.

조직위는 성화봉송 공식홈페이지 등을 통해 봉송 현장을 실시간으로 중계하고 있다. 화면 캡처

구글과 네이버 지도에서 이용자 위치를 파악해 보여주는 것처럼 성화의 현 위치와 이동경로를 지도상에 점처럼 찍어 보여주는 것이다. 중계 장비가 이미 다 갖춰져 있으니 현장에서 GPS를 측정할 수 있는 데이터만 제공하면 비교적 쉽게 구현 가능하다.

여기에 특정 스팟을 겨냥해 인증샷과 같은 간단한 이벤트를 진행하면 훨씬 더 다채로운 장면이 만들어질 수 있다. 수능시험이 끝난 뒤 ‘놀 준비’가 되어 있는 고3 학생들의 욕구를 자극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글로벌향 SNS

소셜미디어 시대에 가장 적합한 글로벌 홍보 채널인 SNS 활용이 철저히 ‘내수 중심’이다. 비단 성화봉송에만 국한되는 얘기가 아니다.

현재 평창올림픽 SNS 채널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튜브, 웨이보, 플리커 등 총 6개다. 이중 중국 서비스인 웨이보를 제외하면 한국어로 커뮤니케이션 활동이 이뤄진다. 물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등은 영어 등의 언어 지원(변환) 기능이 있지만 외국인 입장에서 찾아와서 보지 않으면 접근성이 현저히 떨어진다.

평창올림픽 공식 페이스북 계정 화면. 한글 외 영어 페이지는 없다.

유일하게 국문과 영문을 병기하고 있는 인스타그램 운영도 아쉽긴 마찬가지다. 비주얼 중심의 플랫폼 특성을 살리지 못한 채 콘텐츠 선별 없이 게시하기에만 급급한 모양새다.

조직위는 성화봉송이 이뤄지는 한국 곳곳의 명소와 자연환경을 작품처럼 담아 언론보도용으로 배포하고 있다. 이런 사진들은 언어적 장벽과 무관하게 SNS 특화용 콘텐츠다. 올림픽 냄새를 걷어낸 멋진 이미지들이 ‘포스트 평창’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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