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알=안선혜 기자]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막혔던 민간기업 언론재단의 기자 해외연수 사업이 재개될 가능성이 열렸다.
다만, 해당 조치가 김영란법 완화로 해석될 소지가 있어 관계부처가 총대 멜 주체를 놓고 ‘핑퐁게임’을 벌이는 양상이다.

복수의 언론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윤영찬 국민소통수석은 청와대 출입기자단 송년회 자리에서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으로부터 삼성언론재단, LG상남언론재단 등에서 주관하는 언론인 해외연수가 김영란법에 저촉되지 않는다는 유권 해석을 받았고, 이를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도 알렸다고 밝혔다.
윤 수석은 또한 도 장관이 사안을 모르고 있어 박 위원장에게 확인 후 각 재단에 이런 내용을 공문으로 보내줄 것을 부탁했다고 말하며, 내년부터 기자들의 해외연수가 풀릴 것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기업에서 운영하는 공익법인의 언론인 해외연수 지원은 각 재단의 핵심 사업이다. 실제 삼성언론재단의 경우 한해 목적사업비의 80%를, 상남언론재단은 85%를 언론인 해외연수 및 어학교육 지원에 사용해왔다.
그러나 국민권익위는 김영란법 시행 초기 해당 사업이 규정 위반이라고 못 박았다. 이에 따라 재단들의 연수사업은 1년이 넘는 지금까지 올스톱 상태다.
경직된 분위기에서 변화가 감지된 건 지난 7월로, 박 위원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대기업 공익재단이 지원하는 언론인·교수의 해외 연수 등에 대해 투명성이 보장된다면 합법으로 봐야한다”고 밝히면서다.
여기에 윤 수석까지 합세하면서 대기업 재단의 언론인 해외연수 지원은 기정사실화되는 모양새다. 하지만 변수는 존재한다.
언론인 해외연수 지원은 협소한 영역이지만, 가뜩이나 김영란법 개정 움직임에 대한 국민적 반대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이 같은 완화 움직임이 부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여론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관계기관들조차 총대 메는 역할에 부담을 느끼는 분위기다. 김영란법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와 재단 관할부처인 문체부가 처리문제를 놓고 서로 간 책임을 미루고 있는 것.
민간 언론재단의 언론인 해외연수 지원 가능성에 대해 국민권익위 관계자는 <더피알>과의 통화에서 “아직 결정이 안 됐다”며 “박 위원장의 발언도 선정 절차에 있어 기준이 마련된다면 풀어줄 용의가 있다는 취지였다. 문체부에서 먼저 기업 언론재단과 협의해 기준을 마련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문체부는 권익위의 유권해석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문체부 관계자는 “민간이 하는 일에 우리가 기준을 만드는 것도 이상하다”며 “게다가 현행 법 자체가 가로막고 있는 일에 어떻게 기준부터 만들겠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법 해석은 우리가 할 수 없다”며 “권익위에서 가이드라인을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이상 김영란법 건드리지 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