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 대외활동, ‘내가 이러려고 지원했나…’
대학생 대외활동, ‘내가 이러려고 지원했나…’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7.12.20 17: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무경험‧혜택‧지원 아쉬워…브랜드 관심 떨어지는 역효과 낳기도

대외활동 없는 대학생활을 생각할 수 없게 됐다. “차라리 아르바이트생을 쓰지”라는 불만부터 “서포터즈로 입사까지 했어요”라는 후기까지. 기업과 대학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필수과목이 된 대외활동, 너도나도 홍보대사
② 얻는 건 경험뿐? 기대와 실망

[더피알=이윤주 기자]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거나 제품을 알리려는 홍보목적으로 대학생들을 모집하는 사례는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SN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 안에서 활발히 놀 줄 아는 20대 대학생들은 좋은 홍보대사가 된다는 점도 주된 원인 중 하나다.

링커리어 12월 대외활동 캘린더 캡처. 링커리어

대학생들이 고충을 토로하는 점 중 한 가지는 지출 문제다. 몇 달간 대외활동 팀원들과 모임을 가지는 데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교통비부터 모임장소를 마련하기 위한 커피값, 밥값 등이 필요하다. 일부 기업들이 주는 활동비는 큰 도움이 되지만 턱없이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대외활동은 양날의 검이 되곤 한다. 누군가에겐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도 있지만, 대학생들의 열정을 싼값에 홍보에 활용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기 때문. 대외활동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식품업계로 유명한 S사와 L사에서 대학생 마케터로 활동했던 박모씨는 “객관적으로 봤을 때 활동비가 적은 건 맞다. 두 기업 모두 각자의 기업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포인트 5만, 10만을 줬다”고 털어놨다. 박씨가 했던 활동은 매월 식품업계 트렌드를 조사해 리포트를 만들어 제출하거나, 팀원들끼리 홍보영상 콘텐츠를 만들고 유튜브에 올리는 것이다.

총 네군데의 대외활동을 경험한 바에 따르면, 대기업의 경우 자사에서만 쓸 수 있는 포인트로 활동비를 대체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기업 입장에선 자사 제품을 소비하도록 할 수 있는 선순환이지만 대학생입장에선 ‘열정페이’를 강요당한 셈이다.

박씨는 “한 여름 찌는 더위에 제품을 돌리고 행사를 뛰었지만, 주는 거라곤 한 끼의 밥밖에 없는 경우도 있었다”며 “그래도 당시에는 재미있게 활동해서 괜찮다고 여겼는데,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생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의류 브랜드에서 한 달간 블로그 기자단 활동을 경험한 남씨 역시 제공 혜택이나 지원 등이 아쉬웠음을 토로했다.

당시 브랜드 의상을 입은 스타들의 공연을 촬영하고 포스팅 하는 역할을 맡다보니 일정이 불규칙했다고 전했다. 밤 9시경에 시작해 새벽에 끝나 교통비나 숙박 등에 들어가는 비용이 필요했지만 각자 본인의 주머니에서 충당해야 했다.

남씨는 “대부분의 대학생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거리에서 밤샘을 하거나 찜질방에서 잤다. 지하철도 끊긴 새벽이었는데도 학생들의 귀가를 고려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도움도 못 받는 처우가 아쉬웠다”고 말했다.

더 황당한 것은 그 이후였다. 행사 이후 브랜드 옷을 준다했지만 S사이즈를 입는 데 XL를 주거나, 덩치 큰 남학생에게 S사이즈를 제공하는 등 재고 중에서 아무거나 골라주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고 비판했다.

남씨는 “활동 이후 남는 건 당시 공연을 현장에서 볼 수 있다는 점 뿐이었다”며 “원래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인식을 가진 브랜드였는데, 오히려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나 애정도가 떨어졌다”고 말했다.

대외활동은 참여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경험이 되기도 하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무급 노동력'으로 악용되기도 한다.

아동복지학과를 전공한 이모씨는 평소 관심 있었던 NGO단체에서 대학생 서포터즈를 모집한다는 소식을 듣고 지원했다. 평화와 갈등이라는 주제로 교육을 진행하는 좋은 취지였지만, 실질적으로 얻은 소득은 단순 경험과 친목뿐이었다.

이씨는 “경험과 스펙을 쌓기 위해서 지원했지만, 도움이 될 만한 게 없었다”며 “실무자에게 피드백 받을 기회가 없었고, 단순 교육을 진행하기 위한 보조 인력 수준으로 활용된 기분이 들었다”고 했다. 이어 “활동 이후, 내가 NGO단체에 관심 있다는 것을 알고 인턴을 제안했지만 무급이더라”고 덧붙였다.

인턴은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고, 자신이 취직하려는 분야를 알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여서 많은 지원자가 몰린다. 기업에 정식으로 취업할 때도 인턴 경험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지만 무급 노동의 대표적인 악용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대학생 4학년 우모씨는 정부부처 산하에 있는 진흥원에서 서포터즈 1기를 모집해 참가했다가 황당한 경험을 했다. 본래 5개월이었던 활동은 3개월 만에 흐지부지 됐고, 20여명의 대학생이 흔한 수료증 하나 없이 빈손으로 흩어졌다.

우씨는 “당시 청소년 자원봉사를 활성화하고 그 시스템을 알리는 서포터즈 역할이었는데, 3개월간 말단처럼 부려지다가 갑자기 담당자가 안 한다면서 연락을 끊었다”며 “다들 이런 활동을 시도하니까 따라한 것 같은데 막상 해보니 아닌 것 같아서 엎어버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요즘은 아무데서나 서포터즈를 모집한다. 포스팅만 하다가 이름만 던져주는 곳도 많은데, 많은 애들이 낚인다” “직접 기획까지는 아니더라도 실무 활동 일부를 경험할 줄 알았는데, 서서 구경만 했다” “빡센 경쟁률을 뚫고 왔는데 마지막엔 과제가 너무 빡세서 당황했다” “대외활동에도 빈부격차가 있다” 는 등의 부정적인 의견도 있었다.

이에 대해 이수호 청년유니온 조직팀장은 “대학생 대외활동으로 발생하는 문제들은 근본적으로 힘의 불균형으로 인한 것”이라며 “기업은 채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사람을 뽑는 것이고, 학생들은 일말의 희망이라도 가지고 참여하는 입장”이라고 봤다.

이어 이 팀장은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이들을 지킬 수 있는 법”이라면서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구직자의 지적재산권 보호’ ‘채용 과정 중 구직자가 근로를 요구할 수 없다’ 등의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잃고 얻는 건 본인 몫

“그럼에도 본인 생각하기에 따라 다르다.” 대외활동에 참여한 대학생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얘기다. 힘든 것도 있지만 분명 대외활동의 긍정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홍기획, 삼성전자, KT&G 등 10개가 넘는 대외활동에 참여한 이하나씨는 “제가 낸 마케팅 아이디어를 실행하면 어떻게 아웃풋이 나오고, 실무자들은 어떤 조언을 줄지가 궁금했다”며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서포터즈와 기자단은 ‘기업이 필요해서 대학생을 돌리는 프로그램’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기 때문에 지원하지 않았다고.

이씨는 “단순히 글만 올리고 팽 당한다는 얘기가 있다”며 “차라리 그럴 거면 돈을 주고 아르바이트를 시키는 게 맞지 않느냐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대외활동을 지원할 때는 목적이 분명해야 자신에게 맞는 적절한 활동을 선택할 수 있다. 또 다른 지원자들의 후기가 도움이 될 때가 많다. 이씨는 “자신이 얻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야 하고, 그에 맞는 활동을 골라야 한다”며 “경쟁률이 치열해 들어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먼저 경험한 사람들이 블로그에 남긴 후기를 참고하면 도움이 많이 된다”고 조언했다.

대외활동도 결국 참여를 통해 얻고자 하는 목적이 명확해야 한다.

평소 뷰티업계에 관심이 많은 이은진씨는 화장품 브랜드와 관련된 대외활동만을 여럿 골랐다. 적극적으로 활동한 끝에 우수 활동자로 뽑혀 해외여행도 다녀왔다.

“사실 처음 활동할 때는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재미 때문인지 부정적인 측면에 대해 깊게 생각하지 못했다”며 “여러 활동을 해보고 비슷한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을 보면서 왜 문제들이 대두되는지 알았다.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어떤 때는 스스로 노동을 하고 있다고 느껴질 때도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기업은 우리에게 이러한 기회를 제공해주고, 대학생은 활동을 통해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좋게 생각한다”며 “무엇을 하든 잃는 것이 있으면 얻는 것도 있는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대학생 대외활동을 운영하는 기업들 역시 고민은 많다. 한 기업의 홍보담당자는 “간혹 중간에 말도 없이 잠수 타는 참가자가 있다”며 “스펙에 쉽게 한 줄을 추가하고 싶은데 기업에서 요청한 과제가 많아 부담됐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부 기업은 대학생 시험기간의 경우 유동적으로 일정을 조율하기도 한다.

또 다른 담당자는 대외활동에서 퍼져있는 부정적인 인식에 대해 “기업이 그렇게 운영해서 얻는 이익은 절대 없다. 오히려 (이미지에) 마이너스”라며 “그럴 거면 차라리 파워블로거를 통해홍보하는 게 회사 입장으로도 훨씬 낫다”고 말했다.

은행업계에서 가장 오래된 서포터즈를 운영하고 있는 한 담당자는 “다양한 대학생들이 모여 그들끼리 소통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있다”며 “본인이 의미를 찾아가면 바랄 바가 없지만, 단순히 열정 페이를 강요한다고 생각하는 학생에겐 해줄 말이 없다. 그 안에서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는 게 안타까울 뿐”이라고 쓴 소리를 내뱉었다.

기업 입장에선 어떻게 하면 대학생에게 도움이 될까, 실질적으로 지원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것이고 활용방법은 본인 스스로에 달렸다는 제언이다.

2009년 대대홍 2기로 서포터즈에 참여해 현재 대우건설 홍보팀에 근무하는 윤성배 대리는 “그 당시에는 이런 활동들이 지금처럼 많지는 않아서 대외활동이 중요하게 작용했지만 요새는 너무 많아졌다. 점수나 스펙 때문에 하기보다는 본인이 흥미를 가지고 관심있는 활동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너도나도 한다고 휩쓸리지 말고 자신만의 특장점을 살려 기류를 잘 파악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