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리섬’ ‘쩍벌女’…교양 잃은 언론
‘쓰리섬’ ‘쩍벌女’…교양 잃은 언론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7.12.28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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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옐로저널리즘 실태보고서③] 근거도, 윤리도 없는 낯부끄러운 기사들
언론의 지나친 속보경쟁에 뉴스가치가 훼손되고 있다. (자료사진) 뉴시스
언론의 지나친 속보경쟁에 뉴스가치가 훼손되고 있다. (자료사진) 뉴시스

[더피알=박형재 기자] 근거 없는 미신을 조장하는 보도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코리아타임스는 지난해 7월 「오토바이 사고 현장서 사상자 영혼이...오싹」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오토바이 사고로 사망한 피해자의 영혼이 빠져 나가는듯한 사진이 유출돼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고 있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기사 출처를 페이스북이라고만 밝혔을 뿐 사고 발생 장소와 시간 등 객관적 내용없이 게시자의 일방적 주장만을 실었다.

일간스포츠 역시 지난 4월 「“외계인과 성적 만남”…충격의 증언 논란」이란 기사에서 “중국인 벌목꾼이 키가 3m인 여자외계인과 40분간 성적 접촉을 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이 역시 사건 발생 날짜와 구체적인 장소도 없는데다 내용도 황당하기 그지없다.

근거 없는 미신을 조장하는 보도의 사례로 꼽힌 코리아타임스의 기사. 해당 기사 화면 캡처
근거 없는 미신을 조장하는 보도의 사례로 꼽힌 코리아타임스의 기사. 해당 기사 화면 캡처

국민 불안을 조장하는 표현도 무분별하게 사용됐다. 파이낸셜뉴스는 2016년 11월 「한미, 남한강·강원에 헬기 20대·군인 수백명 긴급 투입…北 침투임박?」이란 기사를 내보냈다. 이는 한미 양국군이 유사시를 대비한 특수부대의 헬기 침투훈련을 한다는 내용이지만, 훈련이란 용어는 빼고 ‘긴급 투입’ ‘북 침투 임박?’ 등의 왜곡되고 과장된 제목을 달아 마치 긴급 사태가 벌어진 듯 불안감을 조성했다.

독자의 성적 호기심을 자극하거나 지나치게 선정적 표현을 앞세운 사례들도 약방의 감초처럼 등장했다.

스포츠경향은 지난해 5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새벽두시Q] 침대위에서 한 번쯤 해보고 싶은 20가지 섹스 위시리스트」, 「[성 바이블] 카마수트라 강의 A부터 Z까지...낚시 자세(Fisch)」라는 기사를 송출했다.

‘섹스 위시리스트’는 쓰리섬, 새디즘과 마조히즘, 항문성교 등의 섹스기술은 물론 기내섹스, 원나잇스탠드 등의 성에 대한 잘못된 환상을 심어줄 수 있는 내용들이 다수 묘사됐다. ‘성 바이블’ 역시 고대 인도의 경전인 카마수트라에 나오는 갖가지 체위를 소개하고 있는데, 구체적인 설명에다 경험담까지 있어 미성년자가 보기에 부적절한 내용이다.

지나치게 선정적 표현을 앞세운 외설적 기사 제목들. 해당 기사 화면 캡처
지나치게 선정적 표현을 앞세운 외설적 기사 제목들. 해당 기사 화면 캡처

파이낸셜뉴스는 2016년 10월 「20세女 “4억5천만원에 처녀성 팝니다”」란 기사에서 미국에서 한 20세 여성이 자신의 처녀성을 경매에 내놔 논란이 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네이버 뉴스스탠드에는 한국여성으로 보이는 엉뚱한 사진을 올려 독자로 하여금 국내 사건으로 오해하도록 만들었다.

이밖에 제목만 들어도 충격적인 외설적 콘텐츠가 다수 올라왔다. 「중학생 커플 코인노래방서 성관계…주변 시선에도」, 「닥터피쉬, 쩍벌女 그곳을 치료」(이상 헤럴드경제), 「女아이돌, 개인 방송중 성관계 논란」(일간스포츠), 「여고생 강간하고 살인 후 옷까지 벗기고 강가에...」(파이낸셜뉴스) 등이다.

신뢰성 훼손이 우려되는 기사들도 징계를 부르는 단골손님이었다. 한쪽 주장만 싣고 반대쪽 의견은 언급하지 않는 반론권 보장 미흡이 가장 많았고, 과대 과장으로 팩트를 왜곡할 소지가 있는 경우들도 상당했다.

경북일보는 지난해 5월27일자 1면에 「밀양이 접근·경제·안전성 모두 가덕도보다 월등」이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영남권 신공항 입지를 두고 경북 밀양이 부산 가덕도보다 유리하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경합 중인 사안을 전하면서 한쪽의 주장만을 편향적으로 보도한 것으로 판단돼 주의 조치를 받았다.

매일경제 등 일간경제지 4곳은 2016년 5월3일자 신문에 「52조 수주 대박 낸 朴의 세일즈 외교」, 「52兆 수주 쓸어담다 / 朴대통령 ‘이란 대박’」 등의 기사를 실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이란 국빈 방문을 통해 약 52조원 규모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는 내용이다. 실제로는 정식 계약 한 건도 없이 MOU만 66건 체결한 것에 불과했다. 신문윤리위는 아직 확정되지 않은 계약을 실제 본 계약이 이뤄진 것처럼 보도해 사실관계를 과장·왜곡했다며 주의를 요구했다.

매일경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과장·왜곡해 보도했다. 해당 기사 화면 캡처
매일경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외교 성과를 과장·왜곡해 보도했다. 해당 기사 화면 캡처

신뢰성 훼손은 종편에서 특히 많았는데, 주로 정치적 사안에 대한 편항적 발언이 문제가 됐다. 예컨대 지난해 7월 방송된 TV조선 <박종진 라이브쇼>는 패널들이 사드 배치 반대 시위에 대해, ‘종북 좌파’ 등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내세워 주의 조치됐다. 반대로 JTBC <뉴스현장>에 출연한 패널은 사드 문제와 관련 “앞으로 정부가 몇 사람을 잡아서 죄를 뒤집어 씌우고 공안몰이를 할 것”이라고 사실을 왜곡해 역시 주의를 받았다.

이밖에 선거보도 원칙을 어겨 징계를 받은 언론들도 많았다. 두 후보 간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오차범위 이내 임에도 “안, 문 눌렀다”는 식으로 제목을 붙인 경우다. 서울신문은 지난 4월6일자 1면에 「<5자 대결>文 38% 安 34.4% ‘대세론 흔들’」이란 기사를 선보였다. “여론조사 결과 철옹성 같던 ‘문재인 대세론’이 흔들린다”는 내용이지만, 문재인-안철수 후보 지지율이 오차범위(±3.1% 포인트) 이내로 부적절한 제목이란 지적이다. 선거여론조사보도준칙에 따르면 지지율 또는 선호도가 오차범위 안에 있을 경우 순위를 매기거나 서열화하지 않고 “경합” 또는 “오차범위 내에 있다”고 보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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