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중인 ‘나쁜뉴스’…고리 끊을 방법은 이것
진화중인 ‘나쁜뉴스’…고리 끊을 방법은 이것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7.12.29 1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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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차 옐로저널리즘 실태보고서④] 1차 대비 크게 증가…뉴스소비자가 압력 가해야
 

[더피알=박형재 기자] 지금까지 조사를 종합하면 몇 가지 주목할 만한 결론이 나온다. 첫째, 한국 언론의 옐로저널리즘 행태는 매우 심각한 수준이며 점점 더 활개를 치고 있다. 더피알이 작년 같은 방법으로 진행한 조사(2015년5월~2016년5월)에서 전체 옐로저널리즘 적발 건수는 574건에 불과했다. 그러나 이번 조사에서는 765건으로 1년 새 191건이나 증가했다.

둘째, 점잖던 종이신문이 온라인에선 ‘나쁜 언론’으로 돌변하는 흐름이 여전했다. 징계 내용을 유형별로 살펴보면, 종이신문과 온라인 비중이 자극적 헤드라인 20건 : 197건으로 큰 차이를 보였으며, 인격권훼손 8 : 61, 인간성 훼손 1 : 36, 외설적 콘텐츠 4 : 71 등도 마찬가지였다.

셋째, 신문을 감시 감독하는 신문윤리위 징계는 실효성이 거의 없다. 언론들은 징계에도 아랑곳 않고 꾸준히 나쁜 행동을 반복했다. 징계 수위도 낮은 편이어서 신문윤리위로부터 경고 이상의 중징계를 받은 경우는 총 44건(신문 15건, 온라인 29건)에 그쳤다. 방심위 징계 역시 권고 147건, 주의 26건, 경고 4건으로 대부분 경징계에 머물렀다.

넷째, 홍보·상업성 기사는 온라인(5건)에 비해 종이신문(243건)이 월등히 많으며 갈수록 늘어나는 흐름을 보였다. 특히 ‘스폰서드’를 표시한 광고기사가 자주 보였다. 이 역시 광고를 기사로 속여 독자를 현혹시킨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신문윤리위가 지적한 온라인 기사들.
신문윤리위가 지적한 온라인 기사들.

옐로저널리즘이 갈수록 기승을 부리는 이유는 언론들이 ‘먹고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종이신문은 구독자수 축소가 뚜렷한데다, 충성 독자가 분명한 과점 상태라 신규 시장 개척이 어렵다. 광고 파이는 한정적인데 매체 수가 너무 많으니 경쟁이 자꾸 치열해진다. 포털을 통해 뉴스가 소비되는 상황에서 결국 돈으로 연결되는 트래픽에 목을 맬 수 밖에 없다.

특히 온라인의 경우 언론의 나쁜 행태가 더욱 활개칠 수 있는 여건이 된다. 온라인 독자와 오프라인 독자가 반드시 일치하지 않고, 브랜드 명성에 집착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더욱이 언론을 감시·견제해야 할 신문윤리위 등의 규제는 ‘솜방망이’여서 저널리즘 정화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재 신문윤리위는 같은 사안으로 1년에 3회 이상 경고를 받으면 언론사에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그러나 대형 언론사의 경우에는 크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다.

한 신문사 온라인뉴스국장은 “언론 수익 구조가 왜곡돼있는 상황에서 옐로저널리즘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신문이 좋은 콘텐츠를 생산해 독자들에게 인정받고 제값을 받는 게 이상적이지만, 현실은 신문은 적자 보고 팔고 온라인 클릭 광고로 메우는 상황이란 것이다.

그는 “언론사 임원으로서 트래픽을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갖고 있고, 윗선에서도 클릭률을 높이라고 꾸준히 요구한다. 낚시기사 대신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는 점에는 다들 공감대를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 결과가 열악한 언론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다고 봤다. 김성해 대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지금은 일종의 ‘양아치 저널리즘’의 시대”라며 “옐로저널리즘 요소(선정적·자극적·인간성·인격모독 등)를 담은 기사는 언론사 입장에서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콘텐츠 생산 비용이 거의 없고, 사람들이 즐겨 찾으며, 굳이 정규직 기자를 쓸 필요가 없는데다 투자 대비 수익률이 좋으니 나쁜 기사가 많아진다는 것이다.

익명을 원한 신문윤리위 심의위원 역시 “예전엔 콘텐츠 생산-유통을 신문사에서 전담했지만 이제는 유통권이 포털로 넘어가면서 모두들 클릭 경쟁을 당연시하는 상황”이라며 “다들 이윤을 추구하는데 우리만 고고하게 갈 필요없다는 인식이 많아졌다. 시장질서가 확립되지 않은 가운데 이용자가 끌릴 만한 자극적 제목을 달고 사진을 쓰며 저널리즘 경계를 넘나드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황색언론 불매도 하나의 대안

무차별적으로 난립하는 옐로저널리즘 관행을 어떻게 근절할 수 있을까. 신문, 방송, 온라인매체를 가리지 않고 옐로저널리즘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뚜렷한 출구를 찾긴 어려워 보인다. 그렇다고 답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독자들이 변해야 한다. 뉴스 리터러시(news literacy) 교육을 강화해 뉴스 소비자들이 매체를 평가하고 옥석을 가려내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나쁜 뉴스로 피해를 보는 것은 결국 독자다. 황색 저널에 대해서는 구독을 중단하거나, 자율적인 소비자 운동을 통해 압력을 가할 필요가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미국의 경우 시민단체에서 가짜 뉴스를 꾸준히 생산하는 언론사 광고주에게 직접 전화해서 ‘이 매체에 광고 계속하면 당신 회사 제품 안 사겠다’고 선언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제품에 문제가 있으면 불매운동하는 것처럼 언론사 ‘광고주 불매운동’을 진행하면 나쁜 언론이 줄어드는 좋은 수단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스소비자보고서’ 같은 것을 만들어 신문윤리위 등 자율규제기관의 심의 결과에 대해 꾸준히 공개하고 공론화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부 차원의 언론 규제 강화는 한계가 있는 만큼, 나쁜 언론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여 압박하자는 것이다.

옐로저널리즘 근절을 위해선 질문으로 접근하는 뉴스 이용자 교육이 필요하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웹진 ‘미디어리터러시’.
옐로저널리즘 근절을 위해선 질문으로 접근하는 뉴스 이용자 교육이 필요하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웹진 ‘미디어리터러시’.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은 “자율 규제를 통한 강제는 불가능하지만, 심의 결과 공표 확대는 언론사에게 어느 정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종적으론 언론 스스로 달라지는 수밖에 없다. ‘옐로저널리즘=가짜 뉴스 생산자’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선별하고, 사실을 검증하는 게이트키핑을 강화해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사업자끼리 모여서 “이런 건 하지말자”고 선언하는 자세도 필요하다. 실제로 자살 보도의 경우 제목에 명시하지 말자는 원칙이 세워지면서 최근 제목 노출 빈도가 크게 줄었다.

김성해 교수는 “옐로저널리즘으로는 한계가 분명하다”며 “궁극적으로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 최적의 덩치, 뉴스에 특화된 조직(전문성과 윤리성), 수용자 친화적인 뉴스공급 시스템, 나아가 ‘브랜드’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는 언론사만 생존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이상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는 저널리즘의 회복을 제안했다. “언론사들이 모두 먹고살기 힘들다는데, 이걸 극복하는 방법은 결국 저널리즘 가치에 있다”면서 “JTBC 사례처럼 좋은 저널리즘이 결국 광고와 독자를 확보하는 선순환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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