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기자들, 과잉 넘어 난립?
지역 기자들, 과잉 넘어 난립?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8.01.15 09:5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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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청 쏠림현상…출입 기자 현황 파악도 어려울 지경
지역언론 또는 주재 기자들의 시‧도청 쏠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더피알=서영길 기자] 일반 기업의 경우 레드오션으로 시장이 바뀌면 진입 자체를 꺼리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언론 특히 지역신문 분야에선 이 같은 경제 논리가 잘 들어맞지 않는다. 오히려 여러 악조건 속에서도 인터넷신문을 포함한 매체 수는 꾸준히 증가해 지역 규모에 비해 ‘기자 과잉 현상’까지 나타나는 실정이다.

“우리 지역 규모에 비해 매체수나 기자수가 현실적으로 너무 많다. 출입하는 기자가 많다 보니 스트레스가 크다. 오죽하면 여기서만 2년 가까이 일했는데 아직도 새로 온 기자들 성향 파악하느라 애를 먹겠나?”

지방의 한 시청 홍보실(공보실‧대변인실을 편의상 홍보실로 지칭)에 근무하는 공무원의 불만 섞인 푸념이다. 이처럼 각 지역 기자들의 시‧도청 쏠림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기자 소속도 중앙지‧방송사‧통신사 주재기자, 해당 지역지 및 지역방송 기자, 전국 네트워크를 가진 인터넷신문 기자를 망라한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의 지자체 홍보실도 기자단에 속한 이들 외에 나머지 기자들에 대한 현황 파악에는 손을 놓고 있는 실정이다.

A광역시청 홍보실 관계자는 “등록된 출입기자들이야 기자단을 자체 운영하며 명단도 주니까 파악이 가능한데 그 외엔 불가능하다”고 했다. 다른 크고 작은 지자체에 관련 자료를 요청해 봐도 “정확히 알기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이들은 “출입하는 기자가 너무 많다”는 의견을 공통적으로 피력했다.

그래서 등록된 출입매체와 기자수를 알아보기 위해 서울시와 세종시, 제주도를 비롯해 6개 광역시, 8개 도(道) 등 총 17개 시·도청 기자실 현황을 조사했다.

그 결과 대전시청과 강원도청에 출입하는 매체가 각 20곳으로 가장 적었고, 부산시청이 72곳의 출입매체를 둬 가장 많았다. 대구시청과 경북도청의 경우 공식적인 기자단을 따로 운영하고 있지 않았다.

출입기자수는 지역에 따라 매체 당 1명에서 최대 6명까지 등록이 가능한데, 적은 곳은 25명(경남도청)에서 많은 곳은 170명(서울시청)이었다.

그 밖에 인구대비 가장 많은 출입매체를 둔 곳은 세종시청(34곳)으로, 인구 약 8000명 당 1개의 매체가 존재한다. 반대로 인구 대비 출입매체가 가장 적은 곳은 서울시청(63곳)이었다. 서울시는 약 25만명당 1개의 매체가 있는 꼴이다. 이를 평균 내 보면 총 15개(대구‧경북 제외) 지자체 홍보실은 35.7곳의 출입매체를 두고 약 66.6명의 기자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 같은 결과를 지자체에 출입하는 기자수로 일반화시키기엔 무리가 있다. 기자단에 속해야만 시·도청에 출입하며 취재를 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기자단에 든 기자들은 대부분 유력 중앙지나 지역에서 규모가 있는 언론사에 속해 있다. 군소 지역 언론사나 인터넷매체는 기자단에 배제되는 일이 비일비재한 관계로 기자 개인이 알아서 시·도청을 출입처 삼아 취재하는 식이다.

비(比) 기자단으로 출입하는 기자를 수치화하기 위해 인구수나 행정규모가 가장 큰 경기도를 사례로 놓고 살펴보면, 현재 경기도엔 지역 일간지, 주간지, 전문지 등을 포함해 총 161개(올해 ABC 부수공사 기준)의 지역 언론사가 있다. 부수를 공개하지 않거나 공개 대상이 아닌 인터넷신문까지 합치면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추론된다.

지자체 홍보실은 평균적으로 35.7곳의 출입매체를 두고 약 66.6명의 기자들을 상대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로 올 초 기준으로 경기도청에 등록된 매체는 중앙지 22개, 지방지 33개, TV방송 13개, 라디오 3개, 통신사 3개, 인터넷 1177개, 잡지 485개, 주간지 434개 등 총 2170개에 달한다.

여기서 약 5% 정도의 매체만 출입 한다고 쳐도 대략 110개 매체, 어림잡아 110명 이상의 기자가 취재를 위해 경기도청에 들어올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추정치이기 때문에 실제론 더 많거나 적을 수 있지만, 경기도청에서 밝힌 등록된 출입기자수(84명)를 감안하면 100명은 족히 넘을 것으로 짐작된다.

“업무 피로도 높아…취재원 섭외부탁도 비일비재”

각 시청이나 도청으로 기자들이 과밀화되며 지자체 홍보담당자들의 고충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밀려오는 기자들을 응대하다 보면 다른 업무를 볼 수 없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온다.

경기도청처럼 규모가 큰 곳의 사정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도청 홍보실에 속한 공무원들이 많고 업무분장도 체계적으로 이뤄져 기자 대응이나 업무 처리가 원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광역시청이나 주요 거점 도시들의 사정은 다르다.

B시청 홍보실 관계자는 “지방지도, 인터넷신문도 계속 늘어나며 기자들 자료 요청 오는 게 엄청나게 많아졌다. 업무 피로도가 높아진 면이 있다”며 “예를 들면 보도자료를 자기 입맛에 맞게 작성해 달라고 하기도 하고, 언제까지 보내라고 명령하듯 말하는 기자도 있다. 기자가 늘어날수록 이런 일들이 잦아지고 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C도청 홍보담당자도 “취재를 지원한다는 차원에선 저희가 해야 할 업무지만 우리한테 없는 자료도 무턱대고 구해서 보내라고 하는 기자도 있고, 취재원을 섭외해 달라는 부탁도 비일비재하다. 홍보실 쪽을 아예 (자기 사람처럼) 부리려는 기자들도 많다”며 “그들에겐 자료 하나, 부탁 하나지만 우리는 하루에도 이런 요청을 정말 많이 받는다”고 어려움을 전했다.

이 같은 사정은 공공기관이라고 다르지 않다. 한 지방의 공공기관 홍보팀장은 “기자 과잉을 넘어 그야말로 난립이다”라는 다소 격앙된 표현을 쓰며 “적정 규모면 오히려 집중해서 응대를 잘 할 수 있는데, 이 기자 저 기자 요구를 맞춰주다 보면 모두에게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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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욜아침에 기사를 보고 2018-01-16 09:24:59
이런 기사 좋네요~ 그리고 각 청사의 대변인실에 속한 홍보담당자와 사업부에서 속한 홍보담당자들간에 관계에 대해서도 기사를 써주시면 좋을거 같아요. 청사 대변인실에 있는 홍보담당자들이 사업부서를 향한 갑질에 관한 취재도..ㅋㅋ. 이거야 말로 동상이몽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