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그룹은 없는데 대우 브랜드는 살아있는 이유
대우그룹은 없는데 대우 브랜드는 살아있는 이유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1.17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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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 19년, 지금도 곳곳서 가치 발해

[더피알=박형재 기자]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트렌드 속에서 브랜드에 대한 가치는 옅어지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그런데 19년 전 해체된 그룹의 브랜드가 여전히 곳곳에 남아 있는 사례가 있다. 다름 아닌 대우(DAEWOO)다.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미래에셋대우, 포스코대우 등 주요 계열사 대부분이 강산이 두 번 바뀌는 긴 시간 동안에도 계속 잔존하며 가치를 발하고 있다. 대우 출신 인사들도 곳곳에서 여전히 종횡무진 활약 중이다. 어떤 이유에서일까?

대우그룹은 19년 전 해체됐지만 대우라는 브랜드는 지금도 곳곳에 남아 있다.

대우그룹은 1997년 외환위기로 인한 대규모 자금난을 견디지 못하고 1999년 워크아웃을 거쳐 해체됐다. 1967년 소규모 사업체로 창업해 무역·건설·조선·중장비·자동차·전자·통신까지 영역을 확장하며 재계서열 2위까지 올랐던 기업치곤 허망한 마지막이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대우의 브랜드는 남아 있다. 보통 회사가 무너지면 다른 기업에 줄줄이 인수합병돼 이름과 흔적지우기에 나서는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이례적이다.

실제 19년 전 무역상사였던 대우인터내셔널은 포스코대우로, 대우증권은 미래에셋대우로 탈바꿈했다. 동부가 가져간 대우전자는 동부대우전자로 명맥을 잇고 있으며 대우건설, 대우조선해양 등은 옛 이름을 그대로 쓰고 있다.

실적도 양호한 편이다. 포스코대우는 연매출 20조원 규모를 유지 중이고, 미래에셋대우 역시 8조원 수준의 매출을 내고 있다. 대우중공업과 대우자동차는 옛 이름을 떼고 각각 두산인프라코어, 한국GM으로 바뀌었으나 회사 자체는 건실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대우 출신들도 재계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김영상 포스코대우 대표와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대표를 비롯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백기승 전 한국인터넷진흥원장, 심준형 김앤장 고문, 이병희 롯데지주 홍보담당 상무, 고창국 SK C&C 상무 등이다. 특히 커뮤니케이션 분야에 여럿 포진해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게다가 이들은 대우세계경영연구회라는 정기모임을 통해 ‘세계경영’을 내세운 20년 전 슬로건을 여전히 지켜나가고 있다. 글로벌청년사업가 양성 프로그램을 7년째 운영하며 매년 200여명의 해외 취업을 돕고 있다.

대우그룹 김우중(가운데) 전 회장을 비롯한 내빈들이 지난해 3월22일 열린 대우그룹 창업 50주년 기념식에서 축하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뉴시스

사정을 잘 아는 재계 인사는 대우라는 이름이 여전히 시장에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브랜드 가치”로 해석했다.

대우가 해외에서 활발히 네트워크를 쌓았고 특히 베트남, 미얀마 등 개도국에서 인기가 높기 때문에 이름을 바꾸지 않는 게 더 유리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그는 “대우에서 훈련된 홍보전문가들도 그간 쌓아온 노하우와 인맥이 남아있어 그대로 가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 출신인 이승봉 프레인 고문은 “보통 두 회사가 합쳐지는 경우는 인수한 기업에서 상대 기업을 자기네 조직 문화로 동화시키려 하는데 이례적인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아직까진 대우라는 이름이 해외영업이나 마케팅 측면에서 효용이 있어 사용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대우의 이름을 떼게 될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심준형 김앤장 고문은 “외환위기 당시 갑자기 금리가 두 배로 뛰고, 달러 대비 원화가치가 급락하면서 대우그룹이 부도가 났지만, 지금도 회사가 남아있다는 건 여전히 대우 DNA가 살아있다는 의미”라고 자부심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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