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낯선 위기는 없다
세상에 낯선 위기는 없다
  • 정용민 (ymchung@strategysalad.com)
  • 승인 2018.01.2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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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용민의 Crisis Talk]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 그리고…

▷위기를 만든 기업과 위기를 만들 기업에 이어...

[더피알=정용민] 기업 위기관리 매니저들은 ‘우리나라에는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 이 두 가지 종류가 있다’는 농담을 한다. 위기를 만드는 기업과 위기를 곧 만들 기업 간에 공히 적용되는 말이다. 위기를 만들다가 들키면 위기를 만든 기업이 되는 것이고, 들키지 않았다면 위기를 만들 기업으로 남아 있게 되는 것이다.

돌아보면 매번 익숙한 위기를 반복해서 경험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상당한 냉소다. 대체 얼마나 위기관리에 관심이 없다는 의미인가? 국내에서 발생한 여러 위기 케이스들을 살펴보자. 기업들은 대부분 이미 전례가 있고, 사회적으로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던 아주 익숙한(?) 위기를 계속해서 반복 경험하고 있다. 어느 기업에게도 전례 없던 생소한 위기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고객개인정보 유출 케이스를 보자. 전혀 낯설지 않다. 이미 여러 차례 사회적 이슈가 됐다. 하지만 고객정보유출 위기를 경험하는 기업들은 끊이지 않는다. 뻔하게 알고 있는 위기인데도 생소한 듯 이어서 돌아가며 경험한다. ▷관련기사: 개인정보 유출 데자뷰

기업 오너들의 직원 폭행이나 폭언 유형도 보자. 이제는 거의 놀랍지도 않을 만큼 익숙하다. 이미 관련된 많은 기업 오너들이 언론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검찰에 소환됐다. 그렇다면 이제는 더 이상 다른 기업 오너가 유사한 행위를 하지 않아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진짜 그럴까? 기업 오너의 직원 폭행이나 폭언 논란이 사라질까? ▷관련기사: 오너 위기관리, 이렇게만 안 하면 된다

갑질 논란도 마찬가지다. 영업망을 통해 밀어내기를 하고, 대리점들을 압박하고 폭언하고 하는 관행들이 얼마나 자주 문제가 되었나? 그로 인해 대표이사가 실형을 판결 받고, 공정위로부터 과징금을 받고 하는 위기가 얼마나 많았나?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는 그와 유사한 갑질 논란을 더 이상 볼 수 없을까? ▷관련기사: 대한민국 갑질보고서

반복해서 그리고 돌아가며

기업들은 동일한 위기를 반복해서 돌아가며 경험한다. 아니다. 정확하게는 동일한 위기를 반복해서 그리고 서로 돌아가며 ‘만들어’ 낸다. 우리가 특정 위기와 관련해 아는 기업은 ‘들킨 기업’일 뿐이다. 이는 곧 국내에 동일한 위기를 지금도 만들고 있는 수많은 ‘들킬 기업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필자가 종종 기업 임원들과 위기관리 워크숍을 하면서 질문하는 것이 있다. “이 내부 이슈가 만약 언론을 통해 보도 된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이다. 많은 임원들이 각자 위기에 대한 정의와 위기관리에 대한 관점이 다르기에 이를 정리해 보기 위함이다. 임원들은 누구나 언론에 대한 인식이나 두려움이 있어 이런 질문은 대체적으로 유효하다.

최고경영자부터 '위기유발 의지'를 이길 수 있는 '위기관리 역량'을 갖춰야 반복되는 위기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만약 그러한 질문에 “(언론보도가 되면) 큰일이 나겠지요. 아마 소비자들로부터 소송이 이어질 겁니다. 규제기관이 개입해서 검찰 조사도 받을 거고요. 매출이 완전히 하락해서 회사 존립도 위태로워 질 것입니다”와 같은 답변이 나오면 그 내부 이슈는 엄청나게 위험한 위기요소라는 의미다.

그렇다면 그 회사는 위기요소로까지 받아들여지는 그 내부 이슈를 어떻게 관리해야 할 것인가? 문제를 해결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언제까지 그렇게 해야 하는가? 누가 리드하고 책임지고 관리해 나가야 할 것인가? 이런 논의가 이어져야 위기는 관리될 수 있다. 그런 기업은 위기관리를 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기에 충분하다.

비아냥에서 자유롭도록

무엇보다도 가장 위기관리를 잘하는 기업은 언론에 어떤 내부 이슈들이 보도되도 항상 떳떳할 수 있는 조직일 것이다. 내부 이슈 하나하나가 이미 위기관리 관점에서 문제없는 것들로 이어질 때 가능한 경지다. 사소해 보이는 문제도 바로 감지해 개선하고 트래킹하는 체계가 갖춰진 곳일 것이다.

반면 매번 내부 이슈가 불거지면 노심초사하며 언론이나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해 노력만 하는 기업들도 있다. 심지어 홍보실을 위기관리센터라고 부르면서 자사 이슈가 언론에 알려지는 것을 방어하고, 보도되지 않도록 하라는 지시만 지속하는 곳도 있다. 알려지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들킬까 고민하는 것이다. 이런 기업들이 많은 사회는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

새롭게 시작된 2018년에는 우리 기업들이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이라는 비아냥거림에서 좀 더 자유로워졌으면 한다. 사내 주변을 돌아보면서 위기관리에 대한 생각을 더 많이 공유해 보았으면 한다. 저 회사의 위기를 우리 회사는 절대 똑같이 경험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생겨났으면 한다. 최고경영자로부터 일선 직원들에 이르기까지 한 번 경험한 위기는 다시 반복하지 않겠다는 원칙이 생겨났으면 좋겠다.

더 나아가 앞으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위기들이 과연 어떤 것들인가 미리 예상하고, 불필요한 위기 경험을 피해나가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소비자들이 행복하고, 규제기관이 할 일이 없어지고, 시민단체들이 만족하며, 직원들이 안정감을 갖는 그런 기업들이 많아지면 좋겠다.

만약 과거와 같이 새해에도 다름이 없다면 위기를 만든 기업과 만드는 기업은 계속 나타날 것이다.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들로 사회는 더욱 어지러워질 것이다. 그에 더해 들킨 기업과 들킬 기업으로 양분되던 냉소에 한 유형의 기업이 더 늘어날 것이다. ‘반복해서 들킨 기업’이 그 유형이다.

“실수를 반복한다면 더 이상 실수가 아니다. 그것은 결단이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사내에 존재하는 ‘위기유발 의지’를 이길 수 있는 ‘위기관리 역량’은 있을 수 없다. 최고의사결정권자의 결단이 무엇인지가 가장 중요하다.

2018년에는 지난해보다 훨씬 더 크고 적극적인 위기관리 의지와 결단이 생겨났으면 한다. 그래야 모두가 행복해지고 편안할 수 있다는 깨달음이 있기를 바란다. 들킬까 두려워하는 그 고통이 모두 없어지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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