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장 만큼 뜨거운 올림픽 마케팅 현장
경기장 만큼 뜨거운 올림픽 마케팅 현장
  • 박형재·서영길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2.16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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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강릉, 올림픽파크 안팎서 브랜드 각축

[더피알=박형재·서영길 기자] 선수가 뛰고 감독이 뛴다. 그리고 기업들도 뛴다. 올림픽은 주연, 조연 가리지 않는 총력전이다. 강릉올림픽파크를 찾아 경기장 밖 마케팅 열기와 현장 분위기를 스케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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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파크 내 종합운동장 외벽에 쓰여진 ‘2018 평창.’ 사진: 서영길 기자

올림픽 가는 길, 보안검색대 2번 통과

평창동계올림픽은 타이틀 때문에 평창에서만 열린다고 생각하기 쉬운데, 주요 경기들이 평창과 강릉 두 곳에서 진행된다. 특히 쇼트트랙 등 우리나라가 강한 빙상경기는 모두 강릉에서 열린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강릉가는 길은 대체로 순조롭다. 이번에 새로 뚫린 기찻길에 KTX산천이 투입돼 다른 노선에 비해 조용하고 편안한 승차감을 자랑한다.

강릉역에서 내려 자원봉사자들의 안내를 받아 300m쯤 걷다보면 무료 셔틀버스를 탈 수 있다. 버스로 현장까지는 10분 정도, 출발에서 도착까지 2시간 10분 정도 소요된다.

올림픽파크에 들어가려면 표를 끊어야 하는데 단돈 2000원이다. 경기 입장권이 부담스럽다면 올림픽파크를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분위기를 충분히 만끽할 수 있다. 안전한 올림픽을 위해 서울에서 KTX 타기 직전과 올림픽파크 입장 전 두 번의 보안검색대를 거친다.

강릉올림픽파크로 들어가기 위해 매표소에 줄을 서 있는 사람들(위).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표를 판매하지 않는다. 사진: 서영길 기자

한 가지 눈길 끄는 점은 입장권 판매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강릉올림픽파크의 경우 오전 7시30분~11시, 14시~21시까지 입장권을 각각 팔고 있다.

만일 오전 11시에 도착했다면 3시간 뒤에야 표 구매가 가능해 난감할 수 있다. 실제로 사정을 잘 모르는 한 외국인은 입장권 판매 중단 시간에 도착해 안으로 들여보내달라며 거세게 항의하기도 했다.

시간 제한에 대해 올림픽 조직위 측은 “파크 안에 있는 입장객이 너무 과도하게 몰리지 않도록 안전 차원에서 그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현장 관람객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올림픽파크에 들어서면 스케이트를 표현한 조형물을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모인 선수, 관람객이 한자리에 모여서 각 나라 언어로 대화하는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올림픽 기념품을 파는 슈퍼스토어는 그중에서도 가장 인파가 몰린다.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반다비 인형, 평창이 새겨진 목도리, 뱃지 같은 작은 악세서리와 올림픽 기념주화 등 각종 굿즈를 살 수 있다. 단, 올림픽파크에서 결제는 오직 비자카드와 현금만 가능하다.

올림픽파크에서 가장 북적이는 슈퍼스토어. 사진: 서영길 기자

기업들의 홍보전…삼성·KT 시선집중

강릉올림픽파크에는 아이스 아레나,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 하키센터, 컬링센터 4곳의 주 경기장이 있다. 삼성·알리바바·코카콜라·맥도날드·KT·노스페이스·기아자동차 등이 스폰서 기업들이 홍보관을 운영한다.

삼성은 홍보관 전체를 테마별, 주제별로 꾸며 자연스럽게 자사 제품의 특장점을 소개하고 있다.

우선 홍보관 곳곳에서 갤럭시노트8과 기어VR을 기반으로 구현된 VR체험이 가능하다. 스켈레톤, 알파인스키, 크로스컨트리, 스노우보드 등 동계 올림픽 종목을 직접 즐길 수 있다.

삼성홍보관 내 마련된 vr체험부스와 캐리커쳐 이벤트. 사진: 서영길 기자

실제로 해보니 새하얀 설원을 질주하는 속도감과 짜릿함이 꽤 생생하게 느껴졌다. 특히 디지털 장비에 거부감이 있는 어르신들도 웃으며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각종 VR체험 사이사이에는 삼성 제품들을 이용해 새로운 경험을 주는 공간들이 마련돼 있다.

KT는 홍보관 전체를 사이버 공간처럼 꾸몄다. 검은 배경에 형광불빛을 다수 사용해 독특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관람객이 데이터 일부가 되어 5G 세상을 여행한다는 컨셉이다.

먼저 홍보관 안으로 들어가면 모션캡쳐 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 관람객의 몸동작에 맞춰 한쪽 벽면에 그래픽이 표현된다. 그 다음엔 영화 매트릭스처럼 한글이 끊임없는 내려오는 공간이 나오는데, 관람객이 데이터 일부가 되어 사라지는 연출로 감탄사를 자아냈다.

이밖에 ‘텔레포트 존’에서는 VR기기를 쓰지 않고도 스키점프를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 기술력을 강조했고, 다양한 체험들을 통해 ICT 선도주자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kt홍보관에 마련된 아이스 하키 챌린지와 성화 봉송 vr체험 이벤트. 사진: 박형재 기자

나머지 기업들은 간단한 VR체험과 이벤트 프로모션 등으로 관람객들을 맞는다.

코카콜라는 부스 전체를 거대한 자판기로 꾸며 사람들이 대형 동전을 넣으면 콜라, 에코백 등을 주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참여만 하면 100% 사은품을 주는 것과 흥겨운 코카콜라 CM송이 잠시 귓가에 머무는 것 외에는 다른 특이점은 없었다.

커다란 콜라 자판기와 햄버거 세트 메뉴로 홍보관을 꾸민 코카콜라와 맥도날드. 사진: 서영길 기자

노스페이스는 아웃도어 브랜드답게 홍보관에 텐트 여러개를 설치해 캠핑장으로 꾸미고, 예약자에 한해 이용 가능하도록 했다. 캠핑장 한 가운데는 대형 캠프파이어와 나무 의자를 마련해 다리 아픈 관람객을 불러모았다.

기아자동차 홍보관은 강남에 있는 자동차 전시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느낌이다. 소렌토, K5 등 주력 모델을 전시하고 VR 자동차 레이싱 게임과 미니카컬링 등 2가지 체험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다.

오프라인 이벤트였던 미니카 컬링은 의외로 인기가 있었다. 미니카를 손으로 당겼다 놓아 컬링경기장으로 꾸민 필드 위 붉은 원 안에 위치시키면 상품을 주는 방식인데, VR처럼 다른 설명이 필요없고 빠르게 차례가 돌아왔기 때문으로 보인다.

알리바바는 얼굴 인식을 통해 2022년 베이징 올림픽 여행계획을 짜고, 스포츠 경기 중계 아나운서가 되어보는 체험 이벤트 등을 마련했다. 맥도날드는 화려한 외관과는 달리 음식 주문 키오스크를 마련해놓은 수준에 그쳤다.

관람객 반응 살펴보니

강릉올림픽파크와 기업 홍보관을 찾은 관람객들의 반응은 제각각이었다. 기업 홍보관에 대해서는 ‘좋지만 아주 특별하진 않다’는 의견이 많았다.

강릉에서 느끼는 평창올림픽의 전반적인 느낌은 시설이 깨끗하고 자원봉사자가 친절해 좋다는 의견이, 단점은 화장실까지 거리가 멀고 음식이나 그외 즐길거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꼽았다.

수원에서 스피드스케이팅 경기를 보러 온 이재선 씨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화장실이 너무 멀어 불편하다. 매점도 가격에 비해 비싼 것 같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기업 홍보관 역시 잘 꾸며놓긴 했는데 비슷비슷해서 딱히 기억에 남는 곳은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네델란드에서 날아온 니코·수자 부부, 일본에서 온 이토, 미국인 패밀리 마빈·레일라·테리. 사진: 서영길 기자

현장을 찾은 외국인들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평창올림픽을 보러 네델란드에서 날아온 니코, 수자 부부는 “날씨도 좋고 시설도 깨끗해 전반적으로 만족스럽다”면서도 “화장실이 멀리 떨어져있고 휴게실 같은 편의 시설이 적어 불편하다”고 말했다.

일본 도쿄에서 온 이토씨는 가장 인상깊은 장면으로 ‘올림픽 자원봉사자’들을 꼽았다. “너무 친절하게 안내해줘서 기차나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었다”고 했다. 다만 “(강릉)올림픽파크 주변에 외국인들이 즐길만한 것들이 부족해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한국을 오기 전까지 북한 때문에 걱정을 했다. 그런데 개막식에서 남한과 북한이 같이 들어오는 걸 보면서 다시 한 번 스포츠의 힘이 대단하단 걸 느꼈다”며 “슬로건이 패션 커넥티드(하나된 열정) 이지만 남과 북도 하나로 커넥티드(연결)해 준 것 같다”고 강조했다.

미국인 패밀리 마빈, 테리, 레일라는 기억나는 기업 홍보관으로 삼성전자와 코카콜라를 들었다. 브랜드가 원래 익숙하기도 하고, 공간을 크게 만들어놔 눈에 띄었다는 의견이다.

현장에서 느끼는 불편함으로는 “음식을 먹을 곳이 거의 없다. 오직 맥도날드(올림픽파크 내에 입점돼 있음) 뿐인데, 여기까지 와서 이걸 먹어야 할 줄은 몰랐다. 많은 국가에서 사람들이 모이는 만큼 여러 나라의 음식들을 맛볼 수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그런 면이 아쉽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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