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대 머신 시대가 생활화 된다
사람 대 머신 시대가 생활화 된다
  • 이윤주 기자 (skyavenue@the-pr.co.kr)
  • 승인 2018.02.19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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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화 흐름 발맞춘 언택트 마케팅, 금융·운송·유통 등 전방위 확산

#미국 시애틀 아마존고 앞에 긴 줄이 늘어섰다. 매장에 들어선 이들은 샌드위치, 음료수, 과자 등을 고른 후 쇼핑백에 담아 그대로 걸어 나왔다. 결제를 위한 키오스크나 캐셔는 보이지 않았다. 당연히 계산대 앞에 대기 줄도 없었다. 매장 입구에는 ‘노 라인, 노 체크아웃(No Line, No Checkout)’이라는 문구만 쓰여 있을 뿐이었다.

미국 시애틀의 '아마존 고' 매장. ap/뉴시스

[더피알=이윤주 기자]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이 1년간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범운영한 아마존고(Amazon Go)를 일반인들에게도 공개했다.

오픈 첫날인 지난달 23일, 첨단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쇼핑을 경험해보려는 고객들로 매장은 북새통을 이뤘다. 언론들도 체험기사를 쏟아냈고, 곳곳에서 물건을 성공적으로 훔치기(?) 위한 시도도 이어졌다.

김진국 배재대 기업컨설팅학과 교수는 “비용을 줄이려고 하는 판매자와 기다리지 않고 사려는 소비자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 것이 현재의 아마존고”라고 설명했다. 실제 미국에서는 슈퍼마켓 이용 시 가장 불편한 점이 제품의 가격, 품질, 매장 위치가 아닌 캐셔의 계산을 기다리는 것이라는 통계도 있다.

인공지능·사물인터넷·빅데이터 등의 신기술이 결합하면서 소비 과정이 비대면으로 달라지고 있다. 소비자와 판매자가 마주치지 않는 언택트(un-tact) 시대가 도래한 것. 접촉을 의미하는 ‘콘택트(contact)’에다 반대의 뜻인 ‘언(un)’을 붙인 신조어 언택트는 마케팅에도 빠르게 접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가까운 미래에 구매방식이 대부분 비대면으로 바뀔 것이라고 예측한다. 특정 영역의 산업 군에서만 국한되지 않고 모든 분야에서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금은 無人시대

국내 유통업계에도 ‘무인시대’는 분명한 흐름이다. 아르바이트생 대신 ‘셀프계산대’가 손님을 맞이하는 편의점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메뉴를 직접 고르고 결제까지 진행하는 무인 쌀국수 집부터 로봇이 커피를 파는 무인 카페도 생겼다. 밤새도록 총무가 지켜온 독서실 풍경은 24시간 무인 스터디카페의 키오스크로 대체되고 있다.

금융권에도 무인점포 도입이 확산될 조짐이다. 모바일로 뱅킹서비스를 보는 일이 많아지면서 비대면 거래 비율이 높아지는 게 변화의 주된 이유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은 올 하반기 중으로 고객 스스로 창구 업무를 처리하는 무인점포를 도입할 예정이다. 기존 창구에는 직원 대신 기계가 자리 잡고 있게 된다. 6개월에서 1 년간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고객 반응을 고려해 확대할 계획이다.

무인시대는 운송 분야에서도 두드러진다. 지난달 개장한 인천공항 제2여객터미널은 ‘무인 공항’ 시대를 알렸다. 셀프체크인(Self Check-in) 기기를 통해 직접 탑승권을 발권하고, 셀프 백 드롭(Self Bag drop) 기기에서 직접 짐을 부친다. 심사대를 지나는 승객들의 얼굴을 자동으로 스캔, 전자여권 사진과 비교하는 워크 스루(Walk through) 시스템도 도입됐다.

인천국제공항 홍보팀 관계자는 “제2터미널 D존과 E존을 통합해 아예 셀프 서비스 존을 만들었다. 수속처리 시간이 짧아져 공항의 혼잡도를 줄일 수 있도록 했다”며 “이용객들이 (셀프존) 서비스에 익숙해져서 (무인공항의) 이용 비중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와 함께 전철도 무인으로 이동한다. 우이신설경전철은 지난해 9월부터 무인운전 시스템을 갖추고 운행에 들어갔다. 기관사도 기관실도 없다. 역마다 20초 동안 문이 열리고, 환승역에서는 10초 더 머무르도록 프로그래밍 돼 있을 뿐이다.

중국에서는 인공지능으로 움직이는 무인 시내버스가 시범 운행에 들어갔다. 버스에 장착된 레이더와 GPS 등의 장비가 사람의 뇌와 눈 역할을 대신한다.

IoT 입은 자판기

무인시대가 다가오면서 또 한 가지 두드러지는 특징은 자판기가 많아졌다는 점이다. 음료와 과자를 뽑아먹는 기존 자판기가 한층 똑똑한 이색자판기로 탈바꿈되는 모양새다.

SPA 브랜드 유니클로의 의류 구매 자판기 ‘유니클로 To Go’는 미국 공항에 설치돼 주목을 끌었다. 출발지와 도착지의 계절차이를 생각하지 못한 여행객을 겨냥한 틈새 마케팅이다.

미국 공항에 설치된 의류 구매 자판기 ‘유니클로 to go’. 클릭시 해당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이밖에도 자판기 칸칸마다 꽃다발이 들어있는 꽃 자판기, 손가락을 넣으면 손톱에 원하는 그림을 그려주는 네일 자판기, 한 끼 식사로 대용할 수 있는 샐러드 자판기 등 다양한 업종으로 퍼지는 추세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이 접목돼 주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는 상품을 자판기에 넣는 것도 가능해졌다. 화장품 브랜드 이니스프리는 디지털 자판기 ‘미니숍’을 시범 운영 중이다.

기존 제품을 소량화해 판매하고 있다. 자판기 화면 속 제품 이미지를 터치하면, 세부 제품 정보를 확인하고 장바구니에 넣을 수 있다. 매장 직원이 하던 일을 자판기 속 가상직원이 대신하는 것이다.

이니스프리에서 선보인 화장품 디지털 자판기 ‘미니숍’. 출처: 바이널아이 블로그(클릭시 해당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이니스프리 측은 “다양한 구매 채널을 이용하면서 합리적인 소비를 하는 2030여성을 타깃으로 하는 미디어 ‘미니숍’”이라며 “직·간접적인 제품 비교가 가능한 인터랙티브 미디어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아이스크림 ATM’도 등장했다. 배스킨라빈스는 터치스크린 방식의 디지털 키오스크를 적용, 24시간 제품을 선택해 뽑아 먹을 수 있는 자판기를 선보였다.

이처럼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는 무인 현상에 대해 양윤직 오리콤 IMC미디어본부장은 “모든 분야가 다이렉트(Direct)로 바뀌고 있다. IoT 역시 모든 게 연결돼 있기 때문에 IoE(Internet of Everything)라고 불러야 하는 시대 가 왔다”며 “점점 더 대면 커뮤니케이션보다 ‘사람 대 머신’의 연결이나 ‘머신 대 머신’의 연결이 많아질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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