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은 지금 연애다(多)
온라인은 지금 연애다(多)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8.02.26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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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드라마 중심 청춘들의 사랑 봇물…기업 콘텐츠도 가세

[더피알=조성미 기자] ‘사랑’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하는 소재다. 예로부터 남녀상열지사를 말과 책으로 전했고, 현대에 와서는 TV드라마와 영화 그리고 노래에 이르기까지 그 시대에 맞는 스타일로 다양하게 변주돼왔다. 이러한 사랑 콘텐츠가 요즘에는 웹드라마와 연애란 옷을 입고 가슴을 두근거리게 만들고 있다.

# 기나긴 취준생 시절을 견뎌내고 입사한 회사에서 알게 된 멋진 사수가 나에게 호감을 보인다. 아직 주머니 가벼운 학생이라 길거리 데이트만 하는 남친과 너무나 비교된다. 달라진 상황에 따라 사랑도 변하는 게 당연하지. 아냐, 내가 나쁜년이지...

# “오빠, 우리 커피 한 잔 해요”란 후배에게 “나 커피 마시면 잠 못자”라고 말하는 한심한 녀석. 그 커피는 마시는 게 아니라 ‘우리 데이트해요’란 신호임을 죽었다 깨어나도 모른다. 썸을 탈만한 눈치도 없는 연애고자 주제에 “나도 연애하고 싶다!”고 외치는 널 어쩌면 좋니?

# 복학하고 만나 사귄지 5년. 둘 다 취업에 성공해 기반을 잡은 듯 보인다. 주변에서 ‘언제 결혼해?’란 말을 밥 먹듯 듣는다. 나 역시 우리 둘이서 알콩달콩 살 수 있을 것 같아 넌지시 물어보지만, 그럴 때마다 나의 그녀는 연애만 하고 싶단다. 사랑하면 같이 살고 싶은 마음이 당연한 거 아닌가? 우린 5년 동안 뭘 한 걸까?

20대를 중심으로 흔하게 겪는 연애담이 웹드라마로 만들어지고 있다. 2017년 누적 조회수 1억5000만회를 자랑하는 ‘연애플레이리스트’를 필두로 2030 남녀의 연애와 결혼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이야기하는 ‘이런 꽃 같은 엔딩’, 짝사랑하는 청춘 남녀들의 마음을 전지적 시점에서 바라보는 ‘전지적 짝사랑 시점’, 사랑보다 먼 전쟁터보다 가까운 회사 속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사랑 이야기 ‘오피스 워치’ 등이 대표적이다.

이 외에도 ‘연애인턴 최우성’ ‘연애하는 날’ ‘연애포차(파일럿)’ ‘열일곱’ ‘옐로우’ ‘방과후 연애’ ‘시작은 키스’ ‘사당보다 먼 의정부보다 가까운’ 등 연애를 소재로 한 다양한 작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에 대해 연애플레이리스트, 열일곱, 옐로우 등을 제작해 선보인 플레이리스트 측은 “SNS에서 배포되는 웹콘텐츠 가운데 연애 소재가 많은 것은 주타깃인 1020 세대가 가장 많이 공감할 수 있고 몰입할 수 있는, 그들이 가장 좋아할 이야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옐로우’ 팬미팅 현장. 플레이리스트 인스타그램

실제 1020의 반응도 뜨겁다. 연플리는 시즌2 방영을 앞두고 시사회 겸 팬미팅을 열 만큼 강력한 팬덤을 형성했다. 콘텐츠를 친구들에게 공유하는 것은 기본, 캘리그라피나 패러디 등 2차 저작물을 생산할 만큼 그들의 방식대로 열렬한 호응을 보내고 있다. 이들 작품이 1020 시청자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고 있는 데에는 그들 눈높이에 딱 맞춘 다양한 요소를 적절히 갖추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연플리의 경우 대본은 물론 OST, 배우섭외, 연출, 미술에 이르기까지 1020의 모습을 그대로 담기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또 이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영상 길이는 짧게, 템포는 빠르게, 초반은 강하게 후킹하는 등 SNS에 최적화해 편집했다. 기술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썼지만 기본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 연애 콘텐츠가 갖는 가장 큰 경쟁력이다.

하늘 아래 같은 사랑타령은 없다

사실 사랑은 너무나 오랫동안 반복적으로 재생산된 소재이다. 특히 우리나라는 의학드라마에서 의사들이 사랑하고, 수사물에서 형사들이 예외 없이 사랑에 빠진다. 당연히 캠퍼스 드라마는 대학생들이 사랑하는 이야기라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만큼 문화 콘텐츠에서 사랑은 흔한 코드다.

매번 나오는 익숙한 이야기임에도 여전히 사랑, 연애이야기가 계속 되는 이유가 뭘까?

전지적 짝사랑 시점, 사당보다 먼 의정부보다 가까운 등의 제작사 와이낫미디어의 김사라 작가는 “10대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까지 누구나 연애를 안 해본 사람은 (혹은 좋아하는 감정을 안 가져본 사람은) 없을 것”이라며 사랑이란 감정의 보편성을 이유로 꼽았다.

그렇기에 요즘의 사랑 이야기들은 무엇보다 공감과 현실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거 드라마 속 사랑은 훼방꾼 악역이 만들어놓은 오해로 상처받고 이별했다면, 요즘 연애 드라마는 사랑하는 마음이 변해서 또는 다른 이를 사랑하게 되는 것과 같이 그저 서로의 감정에 의해 상처를 주고 받는다.

또 과거 드라마 속에서는 재벌인 연인의 어머니가 찾아와 ‘신분 차이’로 이별을 강요했지만, 지금은 오랜 시간이 준 무뎌짐이나 취업 등으로 서로 달라진 환경 때문에 헤어지곤 한다.

플레이리스트 측은 “요즘 1020 세대는 영화나 드라마 속 사랑을 먼 나라 이야기처럼 여긴다”며 “가난한 여주(여자주인공)가 명품백을 매고, 실장님은 언제나 한가하게 여자나 만나러 다니는 등 사소한 디테일에서 몰입이 깨지면 ‘남의 이야기’로 여기고 더 이상 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연플리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단순히 연애이야기로 끝난 게 아니라, 내가 겪은 일, 주변에 일어날 것 같은 일을 솔직하게 전달했 기 때문”이라며 “리얼하게 공감할 수 있는 신선함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와이낫미디어의 이나은 PD 역시 “학업도 취업도 쉽지 않은 요즘, 사랑을 시작하기가 더 어려워진 젊은 세대는 누군가를 우연히 만나 썸을 타는 것 보다,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사실은 도깨비라는 걸 더 있을 법한 이야기로 생각한다”며 “이렇게 낭만 없는 일상이지만 그 안에서 소소한 설렘과 공감의 순간을 기다리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결국 인생의 산전수전을 겪은 어머니들이 막장 드라마 속 고구마 전개 뒤 이어지는 통쾌한 복수에서 쾌감을 느끼는 것과 같이 1020 세대는 드라마틱하지 않아도 공감할 수 있는 사랑 이야기에 끌린다는 것이다.

광고도 기승전‘연애’

드라마와 예능 모두 연애에 꽂힌 만큼 기업들도 이 방향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기승전‘연애’라고 할 만큼 모든 이야기를 연애로 풀어낸다.

우선 연애플레이리스트는 유니클로와 협업해 콘텐츠를 만들었다. 특별한 건 없다. 그냥 연플리식의 죽은 연애 세포도 깨우는 꽁냥꽁냥한 이야기다. 매 순간 사랑하는 연인들이 유니클로 옷을 입었을 뿐이다.

연플리와 함께 달달한 이야기를 시작한 유니클로는 겨울 시즌 웜팬츠 체험단 모집 바이럴 영상에선 ‘병맛 연애 드라마’를 선보였다. 매일 아침 버스 정류장에서 마주하는 그녀가 나에게 바지를 선물하던 날부터 1일인 줄 알았지만, 알고 보니 모두에게 바지를 선물한 웜팬츠 체험단 담당자였다는 씁쓸한 혼자만의 사랑을 코믹하게 그렸다.

헤어케어 브랜드 츠바키도 독특한 방식으로 브랜드와 연애를 연결했다. 매번 다투기만 하는, 감정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복잡해진 연인을 엉킨 머리카락을 빗대 표현한다. 연인끼리 다투는 흔한 모습과 함께 ‘엉켜버린 우리 사이, 0초면 풀 수 있어’란 중의적인 카피로 브랜드 연관성을 만들어내는 데 성공했다.

그 외에도 웹드라마와 브랜드 콘텐츠의 협업이 줄을 잇고 있다. 뚜레쥬르는 가족과 함께하는 크리스마스 대신 연애의 설렘을 담아냈다. 이를 위해 치즈필름과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나에게도 기적이 올까요?'를 선보였다. 또 TNGT는 전지적 짝사랑 시점과 협업, 박보검이 등장하는 ‘상상 그 이상’을 공개했다.

TNGT와 협업을 진행한 와이낫미디어 임희준 운영총괄이사는 “광고주들은 기존 웹드라마의 스토리와 캐릭터가 자사 브랜드와 자연스럽게 매칭되기를 원한다”며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 주기 보다는) 우리 오리지널 콘텐츠의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광고와 연계되기를 바란다”고 설명했다.

플레이리스트 측은 “브랜드와 협업 시 영타깃들의 인식뿐만 아니라 사용방법까지 (의도대로) 드라마 속에서 현실감 있게 그려지길 바란다”며 “플레이리스트의 드라마가 리얼 공감 드라마인 만큼, 브랜드(필름)에서도 단순한 제품 노출보다는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녹이는 것을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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