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플랫폼’ 이종결합에 담긴 의미
‘콘텐츠+플랫폼’ 이종결합에 담긴 의미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3.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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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오쇼핑·E&M, SM C&C, 디즈니·폭스 등 기존에 없던 새로운 그림들 속속

[더피알=박형재 기자] 미디어 업계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CJ 오쇼핑과 E&M이 합병하고, 디즈니가 폭스를 인수하는 등 국내외에서 합종연횡이 본격화하며 지금껏 없던 조합이 나오고 있다. 미디어와 커머스, 엔터테인먼트와 광고 등 서로 다른 영역이 물리적·화학적으로 결합하는 배경과 의미는 무엇일까?

 

CJ그룹이 1월 17일 CJ오쇼핑과 CJ E&M을 합병해 미디어 커머스 기업을 탄생시켰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7월 SK텔레콤 계열 광고회사를 인수했다. 그에 수개월 앞서 네이버는 YG엔터테인먼트에 1000억원을 투자해 2대 주주로 올라섰으며, 카카오도 2016년 1월 국내 1위 음원사업자 로엔을 1조9000억원에 품었다.

해외로 눈을 돌려도 비슷한 흐름이 보인다.

월트디즈니가 지난해 12월 21세기 폭스를 524억 달러(약 57조원)에 인수했고, 미국 2위 이동통신사인 AT&T는 2016년 10월 CNN과 워너브라더스 등을 소유한 타임워너를 갖기 위해 854억 달러(약 93조원)를 투입했다. 아마존은 스트리밍 서비스를 확대 중이고, 알리바바는 스필버그 영화사 앰블린 파트너스 지분을 인수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그림들이다. 미디어+커머스, 포털+음원서비스, 통신+미디어 등의 결합은 동종업계 인수로 확장하는 ‘정석’에서 벗어나 있다.

웹·모바일 진출의 교두보

미디어 플랫폼을 둘러싸고 업계에서 일어나는 지각변동의 첫 번째 배경은 콘텐츠 유통 채널의 변화다.

예전엔 TV 방영시간에 맞춰 시청했지만, 이제는 IPTV로 다시보거나 유튜브나 네이버 스트리밍으로 본다. 영상의 주요 소비 창구가 TV에서 모바일, 웹 플랫폼으로 바뀌면서 이에 적응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CJ오쇼핑과 E&M이 결합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홈쇼핑 업계는 리모컨을 쥔 주부들의 전용 쇼핑 채널이란 수식어를 떼고 2030세대를 잡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CJ오쇼핑은 모바일 전용 생방송 ‘겟꿀쇼’와 페이스북 ‘1분 홈쇼핑’, 웹드라마 제작 등으로 차별화를 추진해왔다. 그러다 아예 콘텐츠 전문기업과 합치는 것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cj오쇼핑은 tvn 드라마 '화유기' 속 금강고 팔찌 등을 독점 판매했다.

당장엔 ‘윤식당 비빔밥’, ‘강식당 왕돈까스’와 같은 예능 히트 상품을 홈쇼핑에서 판매하는 식의 조합을 예상할 수 있지만, 좀 더 멀리 보면 웹드라마에서 극중 인물이 입고 있는 의상을 실제 구매할 수 있도록 구매창을 구축하거나 CJ E&M 다이아TV를 통해 1인 방송을 지원할 수도 있다.

CJ오쇼핑 관계자는 “TV 시청률 자체가 조금씩 빠지면서 홈쇼핑사들이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며 “오쇼핑의 상품기획력과 E&M의 콘텐츠 역량이 더해지면 시너지가 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디즈니의 인수합병 역시 비슷한 이유로 추진됐다. 디즈니는 전통적으로 극장과 TV 콘텐츠 최강자다. 미키마우스를 비롯한 많은 캐릭터 사업도 하고 있다. 그러나 극장 관객이 점차 줄고 인터넷 시청자가 늘어나는 것이 고민이었다. 이에 대한 타개책으로 폭스를 인수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디즈니는 폭스의 TV 콘텐츠와 제작 시설 등을 갖게 됐다. 무엇보다 넷플릭스의 대항마로 불리는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기업 훌루의 지분을 확보한 것에 기대가 크다. 디즈니는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픽사, 마블 등 보유 콘텐츠를 훌루를 통해 스트리밍할 계획이다. 콘텐츠의 힘을 앞세워 미래형 플랫폼을 확보하고 넷플릭스 같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를 견제하겠다는 전략이다.

양윤직 오리콤 IMC미디어본부장은 “콘텐츠 소비 방식이 점점 VOD나 디지털로 가고 있다”며 “웹, 모바일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침투하기 위한 콘텐츠 생산자들의 다양한 고민과 실험, 이종간 콜라보가 잇따르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계 벗는 협력형 경쟁

미디어 융·복합이 이뤄지는 다른 이유는 사업적 한계 극복과 규모의 경제 확보를 위해서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기존 사업영역을 벗어나 인수합병으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수익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이다. 비즈니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너지가 날 만한 업계와 뭉치고 쪼개는 실험이 계속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전 세계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아마존은 소비자에게 인기 있는 콘텐츠에 커머스 사업 모델을 얹는 방식으로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고 있다.

게임전문방송 트위치를 인수한 뒤 방송화면 하단에 ‘바로 구매하기’ 버튼을 넣어 시청자가 PC게임을 즉시 살 수 있도록 했다. 애플·페이스북·구글 등 글로벌 IT업체들도 온라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방송·영화·드라마 등 콘텐츠 사업에 눈을 돌리면서 기존 미디어 업계와 대결 구도를 형성하는 중이다.

한국의 미디어 산업은 매출 규모에 비해 순이익이 크지 않다는 약점이 있기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방송은 대표적인 경험재라서 투자 대비 회수가 불확실하고, 광고가 주 수입원이라 국내 경기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다른 사업과 연계하면 선택의 폭을 넓힐 수 있다. 방송시청 정보를 광고나 쇼핑과 결합하거나 콘텐츠에 커머스를 붙이는 식이다.

특히 콘텐츠 기업은 플랫폼에, 플랫폼 기업은 콘텐츠에 투자하는 흐름이 눈길을 끈다. 이재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미디어시장분석그룹장은 “플랫폼 사업자들은 자신에게 없는 양질의 콘텐츠를 갖고 싶어 하고, 반대로 콘텐츠 사업자들은 안정된 유통망을 확보하려는 의지를 보인다. 자신의 전문 분야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약한 부분에서 우호적 협조자를 확보하려는 모습”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차이는 디즈니와 넷플릭스를 비교하면 분명히 드러난다. 플랫폼 사업자 넷플릭스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반대로 콘텐츠 강자인 디즈니는 폭스 인수를 통해 스트리밍 채널을 확보했다. 포털과 통신망을 가진 네이버와 SK텔레콤이 각각 YG, SM과 손잡은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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