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부상에 존재감 사라진 아고라
청와대 국민청원 부상에 존재감 사라진 아고라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8.03.07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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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률·영향력 급격히 떨어져…다음도 메인 카테고리서 제외

[더피알=서영길 기자] 수년 전만 해도 인터넷 공론장 하면 다음 ‘아고라’가 떠올랐다. 국민적 이슈나 사회적 문제가 대두되면 어김 없이 갑론을박이 펼쳐지며 여론 광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런데 어느덧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언’(이하 국민청원) 게시판에 그 자리를 내주게 된 모양새다.

온라인 갑론을박의 여론 광장의 기능이 다음 아고라(왼쪽)에서 국민청원 게시판으로 빠르게 옮겨갔다.

지난 2004년 12월에 개설된 아고라는 세간의 이슈에 대한 토론은 물론 국민적 공분을 산 사건에 서명을 구하는 청원글 등이 하루에도 수백 건씩 올라오는 국내 대표적 토론·청원 사이트로 통했다.

하지만 새로운 온라인 채널들의 등장으로 주춤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론 국민청원에 밀려 존재감이 급속도로 희미해졌다. 많은 국민이 공감하는 사안에 대해 정부의 답변을 직접 받을 수 있다는 점이 국민청원의 무게감을 키웠고 실제 완전히 역전된 분위기다.

청원글에 대한 동의(서명) 건수만 단적으로 비교해 봐도 양 사이트 간 활성화 차이는 확연하다.

최근 국민청원 게시판에서 최다 추천을 받은 게시글은 ‘조두순 사건의 피해자 가족을 우롱하는 윤서인을 처벌해 달라’는 내용이다. 지난달 23일 처음 게시된 이 청원은 현재 21만1000여명의 동의를 얻으며 큰 반응을 이끌어 냈다.

해당 청원이 청와대가 마련한 기준(30일 이내 20만명 동의)을 넘었기 때문에 조만간 어떤 식으로든 정부의 입장 표명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금까지 총 12건의 청원에 대해 응답했고 답변자로 조국 민정수석,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윤영찬 국민소통수석 등이 나선 바 있다.

이에 비해 아고라의 베스트 청원글은 초라할 정도다. 비슷한 시기인 지난달 22일 올라온 ‘아동학대 치사자 및 살인자들의 신상공개 요구’와 관련된 청원글은 현재 350여명만이 서명에 참여한 상황이다. 글쓴이가 5000명의 서명을 목표로 했지만 10여일이 지난 현재까지 7%의 서명율에 그치고 있다.

또 6일 하루 동안 국민청원 게시판엔 680여건의 청원글이 올라온 반면 아고라는 20여건에 불과하다. 아고라 내에서 가장 활성화 된 토론 게시판 글을 포함해도 240여건이 전부다. 10여년 전 일평균 6000~7000여건의 글이 올라오던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라 할 만하다.

아고라가 쇠락의 길로 접어든 데는 청원글에 서명을 해도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는 한계에서 비롯된다. 그동안 아고라는 다수의 서명을 통해 여론을 만들고 이를 통해 제도나 정책에 압박을 가하는 식의 과정을 거쳤지만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꾸준히 있어왔다. 단순 이슈몰이에만 머물렀다는 것이다.

이런 아고라의 한계를 보완한 게 국민청원이다. 문제가 있는 사회 이슈에 대해 실질적인 대책 방안을 책임 있는 정부 관계자에게 직접 들을 수 있기에 다수의 국민 목소리가 집결되는 것이다.

이용량 급감 속에서 아고라는 포털 다음의 웹과 모바일 메인 화면에서도 자취를 감췄다. 최근 아고라는 당초 의도와 다르게 집단 토론보다는 다툼의 장으로 변질됐다는 것이 중론. 이에 아고라 게시판을 운영하는 카카오 측도 부담을 느끼고 있던 차에 대안 플랫폼이 뜨면서 자연스레 정리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카카오 관계자는 “다음 사이트는 이용자 취향이나 트렌드를 파악해 계속 업데이트 한다. (메인 페이지 상에서 아고라 누락도) 그 일환으로 보면 된다”면서 “다만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이 활발히 운영되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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