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들의 콜로세움 되어버린 BJ세계
치킨들의 콜로세움 되어버린 BJ세계
  • 브랜디스 진민철 (www.facebook.com/brandis365)
  • 승인 2018.03.0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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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스의 팀플노트] 1인 방송의 성장 속 커지는 우려

[더피알=진민철] 온라인 1인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전파로 송출되는 방송만 제한적으로 봐야했던 시청자들이 이젠 자신이 원하는 분야, 원하는 사람의 방송을 자유롭게 접하는 시대가 됐다.

쌍방향 의사소통과 비교적 자유로운 표현이 가능한 1인 미디어는 몇 년 전부터 큰 인기를 누리기 시작해 현재는 아프리카TV, 트위치, 유튜브 등 여러 플랫폼이 MCN(다중채널 네트워크) 시장을 키워가고 있다.

특히 인터넷 개인방송은 1020세대가 주시청을 형성한다. 또래문화가 강한 이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면, 조회수 수십만도 훌쩍 뛰어넘기에 진행자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타깃이다. 또 요즘 아이들은 TV에 나오는 연예인은 몰라도 BJ는 줄줄이 꾀고, 장래희망으로 ‘유튜버’를 꼽을 정도로 열렬한 호응을 보내고 있다.

‘인기=수익’ 시청자 위해서라면…

아프리카TV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한 인기 BJ가 2017년 상반기에 별풍선을 환전해 간 금액이 5억5184만원이었다. 이는 순수하게 시청자가 지불한 금액으로, 개인 광고와 유튜브 수익까지 포함하면 훨씬 더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광고나 유튜브 수익은 나름의 산정방식이 정해져 있지만, 별풍선은 말 그대로 돈을 지불하는 시청자가 얼마나 들었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때문에 현금으로 전환 가능한 별풍선이 BJ에게 주어졌다는 ‘***님이 별풍선 000개를 쏘셨습니다’란 문구는 BJ를 열광하게 만들고 때로 상상초월의 행동을 유발하기도 한다.

이미 레드오션이 되어버린 아프리카TV나 유튜브에는 수많은 경쟁자들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더 많은 구독자를 모으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그들은 더 ‘나은’ 방송을 제공해야만 한다.

기존 방송에서는 허용되지 않은 것들이 가능한 곳이기에, 간장을 스스로 머리에 붓고 요구르트를 50개씩 먹기도 한다. 욕설과 고함을 쉴 새 없이 지르는 사람도 있다. 특히 여성BJ의 경우 경쟁적으로 과한 노출도 마다하지 않으며 시청자들을 향해 하트를 발사한다.

자극적인 방송에 시청자들이 몰림에 따라 음식을 무리해서 먹거나 몸에 뿌리고 삭발을 하는 등 1인 방송의 선정성, 폭력성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상당수 BJ들이 생각하는 ‘나은’ 방송은 기존의 통념과 다르다. 더 많은 호응을, 더 많은 별풍선을 받는 것이라 여기기에 더욱 더 자극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데 골몰한다. 룰을 깨고 탄생한 플랫폼, 그렇기에 더욱 더 그들의 콘텐츠를 기존의 생각으로 이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아프리카TV나 유튜브 등의 플랫폼은 진입장벽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동시에 BJ들 간의 경쟁과정에서 생성되는 자극적인 방송들은 시시각각으로 업로드 되고 있다. 그렇게 막장으로 치달은 방송들은 남녀노소와 나이를 불문하고 전 국민들에게 여과 없이 노출된다.

특히 최근에 어린 학생들은 막장 BJ들의 방송을 보고 그들의 특이한 말투와 행동을 흉내 내거나 연출된 위험한 장면을 실제로 행하곤 한다. 가치관 형성이 아직 미숙한 학생들이 단지 웃기고 즐겁다는 이유만으로 잘못된 행동을 따라하는 것이다.

또 TV와 사생활이 분리된 연예인들과 달리 1인 방송 진행자들은 자신의 모습을 방송에 고스란히 드러낸다. 불쾌한 감정을 표현하기도 하고, 타 진행자와의 좋지 않은 관계가 알려지며 팬들끼리의 다툼을 야기하기도 한다.

그들만의 치킨게임 시작됐다

현재의 1인 방송 생태계를 바라보면 영화 ‘이유 없는 반항’이 떠오른다. 영화 속에서 두 남자가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치킨게임을 벌인다. 그들은 절벽을 향해 각자의 차를 몰고 질주한다. 핸들을 굳게 잡고 자신이 승리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으면서.

정치·경제·사회·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에도 적용되는 용어 ‘치킨게임(Game Of Chicken)’은 1950년대 미국의 젊은이들로부터 유래했다. 두 사람이 충돌을 무릅쓴 채 차를 몰고 서로에게 돌진한다. 여기서 먼저 핸들을 돌리는 사람이 치킨(겁쟁이를 의미하는 영어권 속어)이 되는 것이다.

더 큰 수익과 큰 명예를 얻기 위해 아직도 일부 BJ들은 핸들을 잡고 위험천만한 주행을 하고 있다. BJ들의 과열된 경쟁으로 인해 자극적인 콘텐츠의 고삐가 풀려버린 지 이미 오래이다. 여기에 중개수익을 얻는 플랫폼의 솜방망이 처벌과 나 몰라라 식의 운영은 이를 더욱 부채질한다. 최근 일어나는 여러 사건사고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말이다.

1인 미디어계의 모범생으로 불리는 인기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은 자신의 방송을 통해 자극적인 콘텐츠로 과열되는 양상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대도서관은 “시청자를 늘리려 마음먹는다면 옷을 벗고 우유를 붓는 것처럼 자극적인 행동을 하면 된다. 아무나 막 모이게 하는 건 쉬운 일”이라며 “시청자를 자꾸 늘린다고 생각하니까 거기서부터 삐꾸(?)가 나는 것”이라고 했다. 그리고 뒤이은 말은 지금의 혼탁한 1인 미디어 생태계가 반드시 귀 기울여야 할 점이다.

“인터넷 방송계에는 ‘그 BJ에 그 시청자’란 말이 있다. 좋은 시청자분들이 날 어떻게 찾아올 건지를 고민해야 한다. 내가 (방송을 재미있게) 잘하면 시청자분들이 알아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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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전을 통해 나와 이 사회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세종대학교 브랜드 전략 연구회. 캠페인 및 커뮤니케이션 사례 등을 마케팅을 배우는 학생의 시각으로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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