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_같은_브랜드_고양이_같은_브랜드 1
#개_같은_브랜드_고양이_같은_브랜드 1
  • 정지원 (jiwon@jnbrand.co.kr)
  • 승인 2018.03.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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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 1+1] 아마존과 테슬라의 차이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더피알=정지원] 얼마 전 펫 비즈니스(Pet Business) 관련된 컨설팅을 하면서 새삼 확인한 사실이 있다. 고양이를 좋아하는 고객과 개를 좋아하는 고객 성향에 관한 것이다. 뻔한 고정관념 같은 것이려니 했으나 실제 고객들을 인터뷰하면서 이 고정관념은 더욱 굳건해졌다. 개냐 고양이냐, 세기의(?) 논쟁이겠지만 개와 고양이만큼이나 애견인과 애묘인의 차이는 극명했다.

심지어 페이스북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과 개를 키우는 사람의 특성을 분석한 결과도 있다. 페이스북을 이용하는 미국 반려동물 주인 16만명의 계정을 분석한 결과 고양이 주인은 독신, 개 주인은 친구가 많은 특성을 보였다고 한다. 고양이 주인들이 공상과학물을 좋아하는 한편, 개 주인들은 대중영화나 베스트셀러 소설을 즐기는 등 라이프스타일이나 취향에서도 차이가 났다고 한다.

브랜드도 개와 고양이의 습성처럼 고객에게 다르게 다가간다.

브랜드로는 어떨까? 만약 고양이, 개의 특성을 빌어 브랜드를 말한다면 그럴 수 있을 것도 같았다. 고양이 같은 브랜드, 개와 같은 브랜드를 떠올려보며 생각을 이어나갔다.

고객 바라기

개의 특성, 고양이의 특성이 나름대로 명확한데도 막상 이를 브랜드와 연결시키는 일은 그리 간단치가 않다. ‘개는 충직하고 고양이는 이기적이다’라는 통념만으로 개와 고양이를 설명할 수 없는데, 그 특성을 한 번 더 브랜드라는 복잡 미묘한 존재와 엮으려다 보니 쉬운 비유는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양이와 비교해 특징지을 수 있는 개만의 중요한 특성은 주인과의 ‘긴밀성’이다.

실제로 애견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PoochPerks.com에서 2015년 실시)에서도 자신의 배우자보다 반려견을 더 사랑한다는 응답이 38%나 나왔다. 심지어 애견을 잃어버렸을 때의 충격은 파트너와의 결별보다 더 큰 타격을 받는다는 응답결과도 있을 정도다. 이 지점에서 고객의 모든 생활 순간에 무섭도록 함께하는 브랜드 아마존(Amazon)이 떠올랐다.

아마존이 브랜드 초창기 때부터 지금까지 변함없이 말하는 부분은 바로 ‘고객’이다. 주주들의 불만을 사면서도 물류센터, IT기술 등에 어마어마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고 고객을 위한 플랫폼을 구축했다. 이미 실감하고 있지만 아마존 없는 세상을 상상할 수 없도록 아마존은 세계를, 그리고 우리의 일상을 지배하고 있다. 아마존을 통해 세상의 거의 모든 것을 가장 저렴하게, 가장 빠르게 제공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 콘텐츠, 클라우드 등 다양한 분야에서 장악력을 보여주는 아마존이지만 모든 전략의 중심으로 시종일관 강조하는 부분은 ‘고객지상주의’다. 아마존의 대시(Dash)버튼이나 알렉사(Alexa)는 단순한 IT혁신이 아니라 아마존이 의도한 치밀한 ‘고객 편의성’이 극대화된 모습인 것이다.

아마존은 고객에게 개 같은 브랜드일까 고양이 같은 브랜드일까?

사실 아마존의 인공지능 스피커 알렉사는 어떻게 보면 ‘미래버전의 애견’과도 같은 존재이다. 눈을 뜨자마자 날씨를 물어보고 10분 후 알람을 부탁한다. 늘 먹던 시리얼이 떨어졌다는 것을 확인하곤 알렉사에게 주문요청을 한다.

알렉사는 견과류가 들어간 시리얼을 기존 구매이력을 바탕으로 제안한다. 그리곤 알렉사에게 우버택시를 불러달라고 말하고 나가기 전 아내에게 줄 화이트데이 캔디를 주문할 것을 지시하고 출근한다. 이 장면은 아침에 눈뜰 때부터 잠들 때까지, 그리고 매일매일 예외 없이 주인만 바라보고 주인의 기쁨이 되길 자청하는 든든한 반려견의 모습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대체불가의 매력

필자가 고양이 주인과 가진 인터뷰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목은 ‘내가 고양이를 선택한 것이 아니라 고양이가 나를 선택했다’는 응답이었다. 고양이의 특성이자 매력은 단연코 사람에게 연연하지 않는 점이다. 그러니 주인에게 아부도 하지 않는다. 오히려 ‘집사’를 자청한 고양이 주인이 고양이에게 아부해야 한다. 고양이는 부른다고 오지도 않는다. 메시지만 받고 나중에 자기가 오고 싶을 때만 온다. 고양이는 세상 모두가 자기를 사랑해주길 원치 않는다. 다만 자기가 선택한 사람이 자기를 사랑해주길 바랄 뿐이라고 한다.

고객에게 연연하지 않고도 사랑받는 브랜드라니 대체 어떤 대체불가능의 매력이어야 할까? 자타가 인정하는 도드라진 차별점과 이를 뒷받침하는 압도적 브랜드 활동이 함께 해야 하는 것은 자명하다. 애플(Apple)이 떠오르기도 했지만 최근 우주로 쏘아 올리는 로켓에 자사 차량을 실은 테슬라(Tesla)가 스쳐지나갔다.

지난 2월 6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테슬라의 CEO 엘론 머스크는 화성궤도를 향해 팰컨 헤비 로켓을 쏘아 올렸다. 광고 한번 집행하지 않는 브랜드로 유명한 테슬라는 100편의 광고보다 더 임팩트있는 우주급 이벤트를 보여주면서 세상을 주목시켰다.

우주 로켓에 자사 차량을 실어 쏘아올린 테슬라는 개 같은 브랜드일까 고양이 같은 브랜드일까?

팰컨 헤비 로켓은 재활용 가능한 로켓이라는 점, 획기적으로 비용을 줄인 점, 이를 민간 우주 항공기업에서 만들었다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이 로켓에 자신이 타던 테슬라 로드스터를 실어 보낸 점에서 이슈가 증폭됐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테슬라는 ‘인터넷, 에너지, 그리고 우주’라는 일관된 주제에 대한 열망을 지속적으로 내뿜는 브랜드이다. 이번 로켓발사 이전에도 이 굵직한 주제들을 현실화시키고자 하는 매력적인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해왔고 그 누구도 걸어본 적 없는 길을 가고 있다. 마치 사람들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고고한 자기만의 세계를 살고 있는 고양이와도 같이 테슬라는 굳이 ‘고객’ 운운하지 않고도 대중의 관심과 시선을 끌고 존재감을 높여가고 있다.

집요냐 열망이냐

개 타입의 브랜드냐 고양이 타입의 브랜드냐를 해석하는 방법은 다양할 것이다. 필자는 ‘주인과의 관계’라는 측면에만 국한시켜 살펴봤다. 브랜드 관점에선 ‘고객과의 관계’라 할 수 있다. 집요하게 바라볼 것인가 열망하며 바라보게 할 것인가의 문제.

굳이 하나의 방향을 택하라면 필자는 전자이다. 개와 같이 집요하게 고객을 중심에 두고 파고들어 도저히 그 브랜드를 경험하지 않고는 못 배기게 하는 길이다. 나는 나만의 스타일로 나의 길을 간다, 이 스타일에 동의하든지 말든지 나는 나일뿐이라고 하는데도 열광하는 고객군을 구축하기란 그리 쉽지도, 많지도 않다.

나의 개성과 차별점, 그 하나가 참으로 중요한 시대지만 브랜드의 전제는 무조건 고객이어야 한다. 아마존 CEO 제프 베조스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는 브랜드는 한 분야에 3개 정도까지라고 말하며, 그 3개 안에 들지 못하면 비즈니스의 묘미를 맛보기 힘들다고 했다. 그런 그가 생각한 소비자 기억 3위 안에 드는 유일한 방법을 인용해 본다.

“간단합니다. 소비자에게 ‘이래도 안 해보겠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만큼 집요하게 고객경험에 초점을 맞춘 기업만이 시장의 리더가 될 수 있습니다.”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사실, 역시 고객이다.

정지원
제이앤브랜드(J&brand) 대표이사

정교한 맥락과 매력을 통해 이 시대에 필요한 브랜딩 솔루션을 찾아내느라 골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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