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는 정말 평화롭습니다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는 정말 평화롭습니다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8.03.20 15:30
  •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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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Talk Talk] 큐딜리온 커뮤니케이터 2인방

[더피알=서영길 기자] 네이버 온라인 커뮤니티 카페 ‘중고나라’는 1600만 회원을 자랑한다. 수치만 보면 우리나라 인구 3분의 1 가량이 이 카페 회원인 셈이다.

하지만 중고나라를 운영하는 회사가 ‘큐딜리온’이라는 사실을 아는 이는 많지 않다. 그도 그럴 것이 만들어진지 4년이 채 안된 스타트업이기 때문. 브랜드 유명세 뒤에 가려진(?) 회사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하는 큐딜리온 커뮤니케이터들을 만났다.

큐딜리온 권오현 기획운영실장(왼쪽)과 유승훈 홍보팀장. 사진: 서영길 기자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

중고나라에선 정작 이런 슬로건을 내건 일이 없다. 오히려 누리꾼들이 중고나라의 부정적 이슈를 비꼬아 만들어 낸 조롱적인 유행어에 가깝다. 하지만 짓궂은 이 표현은 어느 새 온라인상에서 드립치기 좋은 친근한 말로 자리 잡고 있다. 중고거래를 하며 겪은 황당하고 어이없는 경험담이 담긴 온라인 게시물엔 여지없이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 같은 제목이 달린다.

심지어 중고나라에서 일어난 거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 하나로 모든 중고거래가 대동단결된다. 그렇다고 중고나라에 드립만 난무하는 건 아니다. 때론 애플 광고도 울고 갈 ‘쓸고퀄’(쓸데없이 좋은 퀄리티)의 콘텐츠가 올라오기도 한다. 물론 중고거래를 위해 이용자가 직접 만든 창작물이다. 이렇듯 회원들의 자발적 콘텐츠로 인해 예기치 않게 일어나는 바이럴은 덤이다.

중고나라는 사내에 음악이 흐르는군요.(이하 필요에 따라 중고나라·큐딜리온 혼용)

권오현 기획운영실장(이하 권 실장) : 인터뷰 때문에 연출한 건 아니고요, 원래 근무 중에도 계속 틀어 놓습니다. 퇴근시간쯤엔 신나는 가요로 바꾸죠.

유승훈 홍보팀장(이하 유 팀장) : 처음엔 시행착오를 좀 겪었어요. 가요나 팝 같은 걸 틀었는데, 업무에 방해된다는 의견이 있어서. 결국 따라 부를 수 없는 모르는 연주곡 같은 걸 주로 틀고 있죠.(웃음)

각자 자기소개 좀 부탁해요.

권 실장 : 저는 큐딜리온 창립멤버로 2014년부터 근무했어요. 지금은 ‘중고나라 앱’ 서비스 기획을 담당하고 있죠. 전 마케터는 아니지만 저희가 스타트업인 관계로 유 팀장과 마케팅과 관련해 항상 의견을 함께 나누고 있어요.

유 팀장 : 미디컴에서 근무하다 큐딜리온이 본격적인 사업을 확장할 때인 2016년에 합류했어요. 사실 큐딜리온이 미디컴의 고객사였죠. 같이 일하다 보니 너무 비전이 좋아 보여서 제가 먼저 합류하고 싶다고 요청 했어요. 그만큼 미래가 있어 보였달까. 큐딜리온에서는 홍보·마케팅 업무를 담당하고 있고요.

큐딜리온 휴게실(위)과 경찰청·금융감독원 등 정부 기관과 맺은 업무협약서들. 사진: 서영길 기자

본격 질문에 앞서 마케팅 파트에 두 분이면 너무 적지 않나요.

유 팀장 : 사실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일당백을 해내야 하잖아요. 제가 경력이 15년 정도 됐는데, 이 정도 되면 ‘일당천’ 정도는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웃음) 그래도 아직까진 업무적으로 크게 무리는 없어요.

권 실장 : 그래서 올해는 마케팅팀을 본격적으로 구축할 계획에 있어요. 법인 설립하고 2년 정도까지는 사업을 벌이는 시기였다면 이제 수익을 내고 내실을 다지는 시기죠.

큐딜리온만의 마케팅 콘셉트를 말씀해 주신다면.

유 팀장 : 중고거래로 얻을 수 있는 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어요. 예를 들어 집안을 차지하던 테이블 하나를 5만원에 팔면 ‘한 평의 공간가치 창출’ 이렇게 의미를 부여하는 거죠. 이용자들이 거래로 얻는 수익 뿐 아니라 또 다른 가치를 느낄 수 있게끔 하는 거죠.

권 실장 : 다른 하나는 ‘전국민의 셀러화’에요. 국민 모두에게 장사를 경험하게 해주자는 거죠. 하반기에 중고나라 앱이 리뉴얼 되는데, 중고거래로 내가 얼마큼의 돈을 벌었는지 알려주는 서비스를 준비 중에 있어요.

유 팀장 : 지난해 ‘있어빌리티’라는 영상을 만든 적이 있어요. 허세남이 그럴 듯한 중고 제품을 얻는데 단돈 2만원이면 충분하단 걸 재밌게 그린 콘텐츤데요. 그땐 중고나라를 통해 좋은 제품을 저렴하게 살 수 있다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 시즌2는 내 자산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보여줄 계획이에요.

공식 카페 회원이 어마어마한데, 다른 홍보 채널도 있나요.

유승훈 홍보팀장.

유 팀장 : SNS 보다 저희 중고나라 카페를 대체로 활용해요. 총 회원수가 1600만명이고 하루 순 UV(순방문자수)가 180만명 정도거든요. 사실 비용을 들여서 따로 SNS에 마케팅도 해봤는데, 저희 카페에 올리는 것 보다 효과가 많이 떨어지더라고요. 저희는 이미 거대한 미디어를 갖고 있는 거죠.

권 실장 : ‘중고나라’ 브랜드 인지도는 어느 정도 궤도에 있다고 봐요. 예를 들어 중고 물품을 팔려고 할 때 ‘중고거래 사이트에 올려’ 보다 ‘중고나라에 올려’가 익숙할 거예요. 그쵸?(웃음) 그만큼 중고거래 땐 중고나라가 대명사처럼 이미 포지셔닝 돼있죠.

현재 야심차게 진행하는 홍보·마케팅 활동이 있다면.

유 팀장 : 저희에게 부족한 부분은 신뢰였어요. ‘중고거래’ 하면 부정적 이미지가 많았던 게 사실이죠. 대중들의 이런 인식을 상쇄시키는 게 급선무였어요. 그러다보니 회사 창립과 동시에 바이럴이나, 브랜딩보다 인식 전환 작업에 중점을 뒀죠. 그런 면에서 언론홍보가 최적의 수단이라고 판단한 거고요. 또 스타트업이 짧은 시간에 효율적으로 자원과 인력을 투입할 수 있는 분야가 언론홍보라는 전략적 판단도 있었어요. 아, 그렇다고 여타 플랫폼에 대한 홍보 활동이 필요 없다는 의미는 아니에요.(웃음)

권 실장 : 아무리 언론 신뢰가 떨어졌어도 언론은 공신력이 있잖아요. 그래서 이성적인 소구를 담아낼 수 있는 도구는 광고가 아닌 언론홍보라고 판단한 거죠. 하지만 신뢰라는 것은 언제든 변수로 작용할 수 있죠.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이 기조는 유지 할 거예요. 여기에 올해 C레벨급 마케팅 담당자를 영입하고 조직이 세팅되면 훨씬 큰 시너지가 날 거라고 봐요. 참고로 저희에게 감성적 혹은 코믹적 마케팅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여지가 커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어요.

유 팀장 : 부연하면 기업은 결국 투자를 받거나 고객을 모으는 거잖아요. 그런 면에서 볼 때, 투자자든 소비자든 최종 판단의 근거는 언론 기사라고 생각해요.

초기 부정적 의미의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란 표현이 지금은 누리꾼들의 놀이 수단이 된 듯한데. 언론홍보 덕을 본건가요.(웃음)

유 팀장 : 아무래도 그렇지 않을까요?(웃음) 그리고 경찰청이나 금융감독원 등 정부 기관과의 업무협약에도 많은 공을 들인 게 효과가 있었을 듯해요. 어찌됐든 인터넷 공간에서 저희를 소재로 재밌는 놀이를 한다는 면에선 긍정적으로 봐요.

그럼 이 표현을 회사 슬로건으로 채택할 계획이 있나요.

유 팀장 : 개인적으론 제 SNS에서 이 표현을 쓰긴 해요. 근데 준비해 놓은 좋은 슬로건들이 많아서요. 예를 들면 ‘생활의 중심 중고나라’ ‘자원의 선순환 중고나라’ 같은. 그리고 저희 대표님 슬로건인 ‘전국민의 셀러화’ 좀 밀어주세요.(웃음)

‘중고’라는 콘셉트로 인해 여타 기업 혹은 브랜드와의 협업에 제약이 있진 않나요.

권오현 기획운영실장.

유 팀장 : 저희가 홍보·마케팅을 하지 않던 2년전만 해도 기업들에게 중고나라는 협업 기피대상이었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지금은 기류가 달라졌어요. 최근에는 가상화폐 업체와 결제 서비스 관련해 미팅도 했어요. 요즘엔 카드사나 가상화폐 쪽 협업문의가 많아요. 이렇게 금융과 관련된 기업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는 건 저희 인지도 뿐 아니라 신뢰도도 쌓였다는 의미에서 고무적이죠.

권 실장 : 유 팀장 말처럼 지금은 오히려 기업들이 먼저 협업하고 싶다고 연락이 와요. 지금 중고나라 앱의 경우 특정 카드로 결제하면 페이백 해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는데, 이 이벤트도 카드사에서 먼저 제안한 거죠.

유 팀장 : 국내에서 아직 카드 결제가 안되는 분야가 중고거래 시장이에요. 카드사 입장에선 아직 개발 안 된 굉장히 큰 황금시장인 거죠. 그걸 선점하려는 카드사들의 움직임 같아요. 또 중고거래에서 꼭 필요한 택배 업체들의 문의도 많고요. 저희가 계속 커뮤니티 기반으로 머물렀다면 아마 불가능한 비즈니스 영역이었을 거예요.

‘비밀의 공구(공동구매)’라는 특이한 커머스 플랫폼이 있던데. 어떤 서비스인가요.

권 실장 : 폐쇄형 미디어 커머스라고 볼 수 있어요. 저희가 커뮤니티 회원 기반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다 보니 폐쇄형으로 발전한 거죠. 네이버 밴드 기반으로 공동 구매를 할 수 있도록 한 건데요. 회원들에게 프리미엄급 서비스라는 걸 느낄 수 있도록 비공개로 진행한 게 호응이 좋았어요.

또 MJ(Multi Jockey)라는 직업군도 만들었어요. 마치 홈쇼핑 쇼호스트처럼 MJ들이 공구할 제품의 특장점을 소개하는 식이죠. 하지만 쇼호스트와 다른 점은 MJ들이 상품기획·수급·영업·판매·고객응대까지 다 하는, 말 그대로 멀티 자키인거죠. 이런 식의 폐쇄형 커머스는 저희가 최초일 거예요.

현재 MJ로 활동하는 분은 몇 명인가요.

유 팀장 : 5~6명 정도가 꾸준히 활동 중이에요. 처음엔 저희 직원이 직접 MJ를 했었어요. 지금 MJ 중 가장 인기 많은 케빈 황이 큐딜리온 직원이었죠. 비밀의 공구 처음 만들 때 할 사람이 없어서 직접 뛰다가 전업 MJ가 된 케이스죠. 여담인데 케빈 황 순수익이 연 2억원 정도 된다더라고요.(웃음)

권 실장 : 현재 경력단절 여성, 청년사업가, 전직 연예인·쇼호스트 등이 MJ로 활동 하고 계세요. 지금은 몇 분 안계시지만 MJ가 부각되고 많아져야 소비자들도 모이잖아요. 그래서 올해 대대적으로 MJ 모집을 할 계획이에요.

인터넷에 올라온 ‘오늘도 평화로운 중고나라’ 게시물들.

두 분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구상하나요.

권 실장 : 최대한 자료들을 많이 보려고 해요. 아무래도 제가 기획 업무를 맡다 보니 다른 회사의 신규서비스 출시 자료를 많이 보게 되죠. 근데 ‘우리도 저런 거 해볼까’가 아니라 ‘저 서비스를 우리한테 어떻게 엮을 수 있을까’를 가장 고민해요.

유 팀장 : 노하우라고 할 것까진 없지만 신문읽기와 사람과의 대화죠. 제가 홍보업에 들어서면서 15년 동안 항상 하는 게 있어요. 출근 전이나 퇴근 후에 반드시 신문을 정독하는 거죠. 촉을 세우고 읽다보면 떠오르는 게 있어요. 그리고 내부 직원들과 얘기를 많이 해요. 취재 한다고 생각하고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보면 좋은 아이디어들이 잡힐 때가 있거든요.

중고나라 팬임을 자처하는 연예인도 있던데. 이들을 활용한 홍보 계획이 있나요.

유 팀장 : 섭외 하려다 실패한 적은 있어요. MBC ‘나혼자 산다’에 출연하는 이시언이라는 배우가 있는데 이분이 중고나라 완전 마니아에요. 하도 중고나라 얘기를 많이해서 제가 MBC 홈페이지 게시판에 이시언씨에게 중고나라 명예 시민증 수여하고 싶다고, 또 저희 회사 방문해 주시면 레드카펫 깔아드리고 중고나라 명예국민으로 해 드린다고 적었죠.

근데 1시간 뒤에 MBC 사이트 한 달 정지 먹었어요. 광고 글 올렸다고.(웃음) 이시언씨 연락처는 알 길이 없어서 접었죠. 이 글 보시면 연락주세요.(웃음) 어찌됐든 중고나라를 재밌게 표현할 수 있다면 연예인과의 콜라보도 충분히 생각하고 있어요.

직관적인 이름이어서 그런지 유사한 사명도 많은데요. 자칫 브랜드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요.

권 실장 : 중고나라 같은 단어 자체는 어떻게 할 수 없어요. 하지만 중고나라 상표는 등록돼 있어서 무단 사용 시 적극적으로 대응을 하고 있죠. 어떤 곳은 저희 로고에 스마일도 그려 넣고 날개도 달아서 은근슬쩍 연관된 곳처럼 사용하더라고요. 이런 곳엔 저희 브랜딩 차원에서도 즉각 대응하고 있어요.

유 팀장 : 참고로 저희 중고나라는 ‘OO지역 중고나라’ 같은 지부는 없어요.(웃음)

마지막으로 중고나라의 라이벌을 꼽는다면.

유 팀장 : 저희 자신이라고 생각해요. 솔직히 중고거래 분야에서 저희 경쟁사가 없는 이유도 있고요. 그렇기에 계속 새로운 걸 만들어내고, 변화해야 하고, 도전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죠. 그런 노력이 2년 동안 계속해서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을 수 있는 동력이었다고 봐요.

권 실장 : 저도 유 팀장 말에 동의해요. 그래서 저희 나름대로 ‘올해가 본격적인 수확의 시기’라고 얘기하죠. 저희 2년 동안 총알(돈) 정말 많이 퍼부었어요.(웃음) 이제 사업모델은 윤곽이 나왔으니 이걸 고도화 시키면서 수익 극대화를 꾀할 계획이에요. 또 앞서 말한 전국민의 셀러화를 기조로 마케팅팀도 강화하며 저희 자신과 경쟁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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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bbon 2018-03-27 18:41:22
중고나라 소식이 많이 들리네~ 먼가 터질듯

아쉽 2018-03-22 13:49:55
나혼자산다 작가분에게 중고나라 홍보팀장이라고 명확히 밝히고, 이런저런 이유로 이시언을 홍보대사로 위촉하고 싶다고 매니저 연락처 알려달라고 하면 되지 않을까? 또는 이시언 소속사로 전화를 하는게 가장 빠를텐데....

jesse 2018-03-20 18:09:27
이런류의 기획취재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