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준생을 꿈꾸는 김대리의 하루
퇴준생을 꿈꾸는 김대리의 하루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8.03.23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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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JN을 위한 직장인 신조어 보고서

[더피알=조성미 기자] 한 달간의 고생이 고스란히 담긴 월급. 오늘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월급날이지만 그다지 기쁘지만은 김대리. 무엇이 이토록 그를 지치게 했는지, 신조어를 통해 그의 일상을 들여다봤다.

#1 오전

알람이 요란하게 울리기도 전에 깨버렸다. 일하기싫어증이 채 잠들기도 전에 잠을 방해한 것이다. 그렇게 찌뿌듯한 몸을 일으켜 출근 준비를 하고 나왔다. 어제까지 서베리아더니 오늘은 삼한사미네. 날씨까지 기운 쭉 빠지게 한다.

그렇게 무거운 몸을 이끌고 도착한 사무실의 숨 막히는 공기는 일하기싫어증에 상사병까지 유발한다. 하지만 자본주의 미소를 장착하고 급여체로 완전 무장한다. 사내 메신저로 전달돼 오는 업무지시에는 넵병에 걸린 듯 바로바로 대답한다.

그리고 오전 내내 높아진 팀장님의 언성은 그것이 꼭 나를 향한 것이 아니라 해도 내 쿠크를 부숴버리는 듯하다.

#2 점심

쩜쩜쩜살인마 덕에 오늘도 야근각이다. 흙턴 때부터 하던 잡다한 일을 막내가 들어와서도 하고 있다니… 이번 신입은 일 할 때는 쩜쩜쩜살인마이면서 먹고픈 거 말할 때는 어쩜 저리 청산유수인지 모르겠다. 게다가 자신이 엄청난 싫존주의자임을 강조하면서까지 말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빵빵한 페이스펙으로 팀장님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을… 두 사람의 잡학피디아스러운 대화 속 TMI가 피곤하지만, 그래도 동참하지 않고 밥에만 집중할 수 있는 건 고맙다. 아, 밥 먹고 혼자 조용한 카페에 가서 패스트힐링이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3 야근

치중진담이나 하자는 베프의 카톡. 왜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을까. 역시 오늘도 야근요정이다. 난 사무실 지박령인가? 치킨을 퇴짜 맞은 친구는 나포츠나 즐기러간단다. 워라밸 (Work&Life Balance)이 대세라는데, 난 결국 쉼포족이 되는 건가보다.

이대로 사축이 될 순 없다는 생각에 온라인 쇼핑몰을 켰다. 오늘의 남은 업무는 내일의 내 자신이 할 터. 이것 저것을 장바구니에 넣고 결제를 누르니 ‘잔고 없음’이 뜬다. 아, 월급날인데 벌써 (월급)로그아웃했구나. 내 마음과 같은 텅장을 안고 집에나 가야겠다.

#4 휴일

늘어지게 잠을 자고 오후가 되어서야 일어났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내 아지트로 향한다. 힐링에는 역시 책맥이 짱. 월세가 좀 부담되기는 하지만 올인빌에 자리잡은 게 이럴 땐 그나마 다행이라 위안하는 사이 행복한 순간은 빛삭됐다.

이 가게도 요즘 인스타그램에서 종종 눈에 띄더니 핫 플레이스가 됐나보다. 나 같은 혐핫주의자는 룸곡을 머금고 또 다른 힐링플레이스를 찾아 나선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 이렇게 즐기고 살기 위해서 퇴준생을 슬슬 준비해봐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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