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해야 산다…‘관종’이 된 식품들
특별해야 산다…‘관종’이 된 식품들
  • 브랜디스 정원준 (www.facebook.com/brandis365)
  • 승인 2018.03.30 14:59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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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디스의 팀플노트] 맛보다 콘셉트를 구매하는 소비자들

[더피알=정원준] 식품이 계속해서 변신 중이다. 실제 지난해 국내 식품 시장에선 기존 인기 제품의 형태를 바꾸는 리뉴얼 과자가 큰 호응을 얻었다. 수박바의 초록 부분이 맛있다며 더 늘려 달라는 소비자들의 꾸준한 목소리에 귀 기울여 출시된 거꾸로 수박바는 누적판매량 100만개를 돌파했다.

또 죠스바, 스크류바 등의 아이스크림은 젤리로, 바나나킥과 빠삐코는 우유로 출시되며 인기를 끌었다. 리뉴얼 전략은 점점 스낵에서 의류 및 굿즈까지 그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메로나는 수세미로 제작돼 SNS상에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과거에는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기존에 없던 맛있는 맛,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낼까?’ ‘어떻게 하면 경쟁사보다 저렴한 값으로 팔 수 있을까?’ 등을 놓고 고민했다면 이제는 ‘어떻게 하면 특별하게 만들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이 제품에 주의를 끌고 사게끔 만들까?’를 고민하는 듯하다. 그래서 2018년에도 더 파격적인 제품의 콘셉트를 들고 나오며 소비자들의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맛보다 콘셉트

아이스크림을 따끈한 핫도그로 색다르게 변신시킨 돼지바. 롯데푸드 페이스북.

올해 브랜드 리뉴얼은 더욱 예상치 못한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롯데푸드의 돼지바 핫도그. 이 제품은 기존의 돼지바 아이스크림을 핫도그로 스핀오프 한 것으로, 아이스크림이 핫도그로 변신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상 밖이었다.

돼지바 핫도그의 충격적인 콘셉트는 소비자들에게 신선하게 다가왔고 또 궁금증을 유발했다. 소비자들은 가격이나 맛을 생각하기도 전에 일단 신기하고 재미있음에 제품을 집어 들었다. 제품을 구매한다기보다 콘셉트를 사는 것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세븐일레븐에서는 배달의민족과 제휴해 ‘웃기는 젤리’를 출시했다. 젤리 모양이 웃음을 표현하는 한글 ‘ㅋ’ ‘ㅎ’이다. 많은 이들이 매료된 배달의민족표 B급 감성을 활용해 소비자들의 주의를 끄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명확한 콘셉트를 갖춘 제품들은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에 의해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자연스럽게 홍보된다. 웃기는 젤리는 출시와 동시에 배달의 민족 페이지를 포함해 여러 유명 페이스북 페이지에 콘텐츠로 올라왔다. 또 인스타그램에는 이 젤리를 구매한 800명이 넘는 소비자들이 인증샷을 공유했다. 기업이 광고하려 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의 반응이 곧 광고가 되는 셈이다.

사실 이 제품은 복숭아맛, 수박맛의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젤리이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맛보다는 이 제품의 콘셉트에 재미를 느끼고 구매를 위해 세븐일레븐을 방문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장거리 완주하려면

하지만 단순히 소비자들의 주의를 끄는 특별한 콘셉트만을 무기로 제품을 내놓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이색 콘셉트가 단기적으로는 바이럴 홍보 측면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하지만 맛에서 뒤처지면 한 번의 구매경험 뒤 재구매로 연결되기는 어렵다. 결국 소비자들의 지속적인 선택을 결정하는 핵심적인 요소는 콘셉트가 아닌 제품의 맛, 즉 품질이기 때문이다.

‘신기하고 재미있어서 구매했지만 굳이 다음에 사고 싶지는 않은 제품’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다른 동종 제품들과 비교했을 때 더 나아야 한다. 예를 들어 짬뽕라면을 신제품으로 출시한다면 진짬뽕, 맛짬뽕, 오징어짬뽕보다 더 맛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만약 시중에 나온 제품보다 더 맛있을 수 없다면 ‘다르게’ 맛있어야 한다. 즉, 기존의 카테고리가 아닌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해 소비자들에게 다가가는 것이다. 가령 농심의 감자탕면은 기존에 라면 카테고리에 없던 감자탕 라면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신제품으로 선보였다.

만약 특정 기업이 시장에서 어느 정도 안정적인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고 인지도가 높은 상황이라면 재미있는 콘셉트를 갖춘 제품을 출시해 단기적으로 바이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적당히 제품을 생산하다 소비자들의 흥미가 사라질 때쯤 생산을 중단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시장의 선도 기업이 아닌 후발주자라면 결국 본질에 집중해야 살아남는다. 반짝 튀는 전략은 타사와의 경쟁에서 잠깐의 승리를 안겨줄 뿐이다.

brandis is...
도전을 통해 나와 이 사회의 성장을 이끌어가는 세종대학교 브랜드 전략 연구회. 캠페인 및 커뮤니케이션 사례 등을 마케팅을 배우는 학생의 시각으로 살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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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 Kim 2018-03-31 15:51:49
마케터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네요
공유하고 갑니다

Jian 2018-03-31 15:35:33
유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