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쌤’ ‘님’ ‘프로’…광고회사 호칭에 담긴 의미
‘쌤’ ‘님’ ‘프로’…광고회사 호칭에 담긴 의미
  • 안선혜 기자 (anneq@the-pr.co.kr)
  • 승인 2018.04.04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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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적 문화 조성·기업 개성 드러내는 수단…회의적 시선도 존재
대홍기획이 사내 방송을 통해 바뀐 호칭인 ‘쌤(cⓔm)’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대홍기획 페이스북

[더피알=안선혜 기자] 이희연 쌤, 윤성현 쌤…. 올해부터 대홍기획은 전 직원이 서로를 ‘쌤(CⓔM)’이란 호칭으로 부른다.

쌤은 최고의 경험을 만들어내는 전문가(Experience Master)라는 의미의 ‘ⓔM’에 조직 내 다양한 직무를 ‘C’로 표현해 만들어낸 조어다.

가령 광고기획은 캠페인(Campaign), 광고제작은 크리에이티브(Creative), 매체기획은 채널(Channel) 등으로 표현한다. 수평적 소통을 위한 장치이자 회사의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는 상징인 것이다.

대홍기획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사용하는 문서에도 다 셈으로 표기하다보니 오래 다닌 분이 아니면 이름만 보고는 직급 등을 알 수 없다”며, “단일호칭제에 익숙해져 가는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대홍기획 뿐 아니라 다른 광고회사들도 단일 호칭체계가 많다. 창의적 아이디어가 중시되는 업의 특성상 자유롭고 수평적인 기업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이노션 월드와이드의 경우 지난해 말 ‘님’으로 사내 호칭과 직급을 통일했다. 이로써 사원-대리-차장-부장-국장-수석국장 등 기존 6단계 직급이 님 하나로 통하게 됐다.

제일기획은 ‘프로’로 사내 호칭을 통일한 지 벌써 9년째다. 지난 2010년 3월에 도입해 지금은 완전히 자리잡았다는 게 내부적 평가다.

제일기획 관계자는 “협업할 때 호칭에 차이가 없다보니 훨씬 자유롭고 분위기도 좋다”며 “수평적 조직문화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SM C&C도 SK플래닛 시절부터 꽤 오랫동안 플래너를 단일호칭으로 사용해왔다. 다만 외부활동시 편의를 위해 명함에는 대리, 부장 등 직급을 명기해 놓는다.

조직문화 개선이라는 대명제 아래 시행되는 변화가 일정 부분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직급이 낮은 경우는 대외적으로 통일한 호칭을 사용하지만 높으면 예우 차원에서 본래 직급대로 부르는 경우도 많다는 전언이다.

광고계 한 종사자는 “아무래도 임원급은 사내 공지 등에는 통일한 호칭을 사용해도, 실제 부를 때는 일반적인 직급을 살려 부른다”면서도 “그래도 현업에서 일할 때 호칭 차이가 없어 자유로운 분위기 조성에는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단순히 호칭을 바꾼다고 수평적 기업문화가 되는 건 아닌 듯하다”며 “외부로 보여주는 생색내기에 그치는 경우도 많고, 직제를 단순화하는 것 역시 회사의 사이클을 빨리 돌려 조기 퇴직을 유도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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