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의_시간과_공간+1
#브랜드의_시간과_공간+1
  • 원충렬 (maynineday@naver.com)
  • 승인 2018.04.06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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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텔링1+1] 시간의 의미…탄생, 성장, 변곡, 늙음 그리고 죽음
브랜드텔링 1+1이란..?
같거나 다르거나, 깊거나 넓거나, 혹은 가볍거나 무겁거나. 하나의 브랜딩 화두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과 해석.

▷브랜드의_시간과_공간1에 이어...

[더피알=원충렬] 브랜드도 시간이라는 물리 법칙에서 벗어날 수 없다. 태어나는 때가 있고, 성장하는 시간이 있고, 쇠락하는 시간, 혹은 회춘하는 시간까지. 그리고 당연히 명멸하는 시간도 있을 것이다. 사람처럼 각자의 살아가는 모습은 다를 테지만 그래도 주마등처럼 짚어본다.

태어날 때

어떤 브랜드라도 태어나는 순간은 특별할 것이다. 소비자와 만나기 전에 준비할 것이 태반이다. 이름도 지어야 하고 곱게 단장도 해줘야 한다. 태몽도 있다. 해석하기 나름인 그 태몽을 굳이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에는 실제로 그렇게 크기를 바라는 마음도 함께일 것이다.

브랜드도 이러한 미래상이 중요하다. 당장은 시장에 나가는 그 순간이 중요하겠지만,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 나갈지를 미리 그려보는 것은 태어나는 순간에 놓치지 말아야 할 지점이다. 낳기만 해서 다는 아니니까. 또한 갓 태어난 아기는 주목을 끌기 쉽다.

다만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기를 좋아할 거란 기대는 곤란하다. 사실 아기들은 그 부모 눈에만 유독 달덩이처럼 빛나는 경우가 많다. 그렇다고 실망할 이유도 없다. 키워봐서 알지만 대부분의 아이들은 클수록 신생아 때보다 예뻐진다.

동생이 태어날 때

브랜드도 형제자매를 가진다. 이른바 브랜드 확장이다. 이는 양면의 칼이다. 새로 태어난 동생은 형이나 언니가 얻은 위상을 손쉽게 물려받는다. 형이 똑똑하니 ‘너도 그렇겠지?’하는 기대감을 준다. 선입견도 덧씌워진다. ‘누구 동생이라며?’라는 호칭은 그 안에 갇히는 독이 될 수도 있다.

같은 문제는 형에게도 생긴다. 이제 나만 바라보는 게 아니라 형제로 같이 바라보는 시선이 부담스럽다. 다행히 형제는 용감했다 같이 긍정적인 모양새로 빠지면 좋겠으나,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어디서 사고치는 동생이면, 혹은 도무지 서로 닮지 않은 동생이 생긴다면 패밀리로서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 가족계획은 중요하다.

한참 성장할 때

브랜드가 가장 빛나는 순간이다. 인지도도 팍팍 오르고 뭐든 잘될 것 같다. 하지만 의외로 전성기는 잠깐일 수 있다. 이만큼 키워놓은 브랜드라면 더 오랜 성장을 꿈꾸는 게 마땅하다. 이때부터 더 중요해지는 것이 브랜드 관리다.

브랜드 관리에 있어 중요한 건 대체로 2가지다. 일관성과 유연성. 대체로는 일관성을 먼저 챙기곤 한다. 메시지를 통일하고 시각적 아이덴티티를 통합하고, 두(Do·해야 할 것)와 두낫(Do not·하지 말아야 할 것)으로 매뉴얼을 타이트하게 하는 것. 이건 브랜드가 엇나가지 않게 하는 것에 효과적이다.

하지만 의외로 다음 과제인 유연성은 난이도가 높다. 그만큼 중요하다. 단단한 규정 안에 브랜드를 가두기에 세상은, 그리고 사람들은 의외로 많이 변하기 때문이다. 코카콜라 패키지 디자인보다 세상은 반드시 더 많이 변한다. 흐름을 타고 변화를 수용하면서도 그 안에서 변치 않는 것은 성장을 멈추지 않기 위한 브랜드의 숙명 같은 것이다.

적극적인 변화를 시도할 때

고1에서 한 학년 올라가는 것과 고3에서 대학교로 진학하는 것은 같은 1년 차이일지라도 동일하지 않다. 이미 조금씩 끊임없이 변하고 성장하자 마음먹었더라도 불가피한 변곡점은 생기기 마련이다. 혹은 특이점일 수도. 어쨌든 유명한 배우나 가수들처럼 이미지 변신은 때로 생존전략이기도 하다.

브랜드 리뉴얼은 하나의 공식이랄 것이 없다. 상황과 이슈가 천차만별이다. 또한 그 브랜드가 밟아온 역사도 다르다. 다만 변하는 것과 변하지 말아야 할 것의 황금비율을 찾는 것이 늘 숙제이다. 이건 이 브랜드를 지금까지 혹은 여전히 바라보고 있는 기존 고객들과의 관계 관리와도 관련이 있다. 몇 년은 입으리라 생각해서 큰맘 먹고 산 옷이 있는데 다음해에 로고가 리뉴얼되어 버리면 정말 난감하다. (혹은 화가 난다.)

애착이 강했던 브랜드일수록 변화에 대한 반발감은 커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보수적으로, 소극적으로만 대하지는 말자. 요는, 변화에는 아픔이 따르기 마련이고, 새로운 고객을 위해 이탈하는 고객도 감내해야 한다는 걸 미리 알자는 것이다. 그걸 알아야 과감하게 변화를 선택할 수 있고, 시기를 놓치지 않을 수도 있다.

안티에이징할 때

브랜드도 늙는다. 하지만 사실 브랜드는 늙으면 안 된다. 고객은 한 해 한 해 나이를 먹겠지만, 연도가 바뀌었다고 꼬박꼬박 브랜드가 함께 나이를 먹을 수는 없다. 바뀐 해에도 새로운 고객이 생겨나기 때문이다. 끊임없이 신규 고객의 연령대를 흡수해야 대체로의 브랜드들은 지속이 가능하다. 문제는 세대 특성이 예전처럼 단순하지 않다는 것이다. 학년 차이로 세대차를 느낀다는 말도 나오는 요즘이다.

이를 극복할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다. 계속 새로운 트렌드와 라이프스타일을 유연하게 흡수하면서 새롭게 인입되는 타깃들과 동화하는 것. 혹은 역으로 그들이 브랜드에 동화되게 하는 것이다. 요즘 스타일로 자연스럽게 그들의 삶으로 들어가거나, 변치 않는 그 브랜드만의 세계로 초대하거나. 후자를 위해서라면 더욱 단단하고 쉽게 흔들리지 않을 브랜드의 맥락이 설계돼 있어야 할 것이다.


죽지마 부활할거야

어떤 브랜드라도 결국은 쇠락하고, 결국 사라지고 말 것이다. 다만 오락실의 ‘인서트 코인’처럼 부활이 가능하다. 많은 브랜드들이 한 시절을 풍미했다가 기억 속에서 사라지곤 하지만 그 기억을 다시 복원해 재생시키는 시도도 계속된다. 히스토리보다 강력한 스토리는 없으니까.

한동안 복고에 대해서는 옛것이 주는 키치한 매력에 주목한 바가 많았지만, 그보다 실제로 더 중요한 지점은 젊음에 대한 복원이라는 현상에 있다. 모든 사람들이 과거를 향유하는 건, 이러한 경험을 통해 그들의 젊음(혹은 가장 빛나는 순간)을 돌아보게 되는 특별한 감정과 닿아있다.

토토가처럼 그 시절 음악을 들으며 젊은 시절의 나를 떠올리는 것처럼, 누구나의 젊은 시절에 함께 했던 브랜드들을 통해서도 같은 시도가 가능하다. 지금 한창 뜨고 있는 브랜드들도 대부분은 시간이 지나며 사라지겠지만, 그 중 몇몇은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것이다. 아마도 틀림없이 그럴 것 같다.

원충렬

브랜드메이저, 네이버, 스톤브랜드커뮤니케이션즈 등의 회사를 거치며 10년 넘게 브랜드에 대한 고민만 계속하고 있음.

*하나의 주제를 놓고 두 브랜드 전문가가 각자의 독특한 시각을 펼쳤던 브랜드텔링 1+1이 이 글을 마지막으로 연재를 마무리합니다. 조금 숨을 고른 뒤 새로운 포맷으로 다시 뵙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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