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단독 기사엔 단독 표기 안해”
“진짜 단독 기사엔 단독 표기 안해”
  • 서영길 기자 (newsworth@the-pr.co.kr)
  • 승인 2018.04.19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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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물안궁에도 ‘셀프 수여’ 빈번…희화화까지
[단독] 수식어를 달고 포털에 실시간으로 송출되는 기사들.

▷언론이 ‘단독 집착증’ 걸린 원인에 이어...

[더피알=서영길 기자] 언론사들의 단독 남발은 그 자체도 문제지만 최근엔 부적절한 뉴스에까지 단독을 붙여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바로 유명인의 죽음과 관련된 보도에서다. 탤런트 김주혁이 자동차 사고로 유명을 달리한 비보에 단독이 달렸고, 아이돌 그룹 샤이니 종현의 자살 소식에도 여지없이 단독 딱지를 달고 온갖 기사들이 올라왔다.

얼마 전 스스로 목숨을 끊은 탤런트 조민기를 두고도 단독 행진은 이어졌다. 일례로 이데일리가 게시한 <[단독] 故 조민기 생전 문자..“죽음의 턱밑까지 가 있다”>는 기사는 제목과 같은 문자메시지를 조민기한테 받았다는 게 전부고, 스타뉴스의 <[단독] “조민기 심폐소생술 하는 모습 봤다” 이웃주민도 충격>이라는 기사 또한 이웃주민이 충격을 받았다는 게 전체 내용이다.

월간조선은 김주혁 사망과 관련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퍼온 이미지에 단독 타이틀을 달아 보도했다.

명색이 단독 타이틀을 달고 대중에게 전달되는 기사 내용이 이렇다 보니 단독의 본래 의미와 기사적 가치가 바닥까지 떨어지고 있다.

B기자는 이를 두고 “기자에게 명예로워야 할 단독 타이틀이 무작정 쓰이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다”며 “17년 전 기자 초년병 시절엔 (단독 표기가) 매우 엄격했다. 단독 혹은 특종이란 기준도 우리 언론사가 아닌 타 언론과 대중에 의해 결정됐는데, 지금은 단독 타이틀을 ‘셀프 수여’한다”고 지적했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단독의 의미가 퇴색된 차원을 넘어 ‘희화화’되고 있다”고도 표현했다.

C기자도 단독 남발로 인한 가치 하락에 공감했다. 그는 “10년 전만 해도 단독하기가 정말 힘든 거였다. 취재기자가 특종 보도라고 여겨 붙여도 최종 데스크에서 단독 표기가 빠지는 경우도 허다했다”고 회상하며 “그런 과정을 거쳐 실제로 단독 타이틀을 달고 기사가 나가면 기분 좋고, 여러 매체가 받아쓰는 걸 보면서 기자로서의 성취감도 높았다”고 말했다. 지금과 같은 미디어 환경에 비춰보면 격세지감이다.

이어 C기자는 “요즘에도 진짜 단독 같은 단독 기사엔 타사 기자들이 ‘이거 어떻게 알아낸 거야, 어떻게 취재한 거야’ 물으며 궁금해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엔 무관심 혹은 ‘그런 단독은 왜 쓴 거냐’는 식의 질문을 한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인터넷 신문 D기자는 “단독이라는 표기에 딱히 규제가 없다보니 요즘엔 악화가 양화를 구축해 버리는 꼴이 되고 있다. 단독다운 기사마저 허접한 단독 보도 때문에 싸잡아서 값어치 없이 여겨지는 상황이다”고 아쉬워했다.

JTBC 과당경쟁 폐단, 단독 버리기로

언론사들의 단독 경쟁에 대한 비판이 잇따르자 최근엔 이 표현 자체를 아예 사용하지 않으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탐사보도를 전문으로 하는 뉴스타파는 밀도 있는 기사를 전하지만 단독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JTBC도 최근 단독 표기를 버리기로 결정했다.

JTBC는 지난 2월 말 보도자료를 통해 “단독 표기를 언론사 간 과당 경쟁의 폐단으로 인식했다”며 “그간 취재 경쟁에서 단독이 가져다준 긍정적 효과가 있었던 반면, 표현의 오남용으로 인한 부정적인 측면도 있었음을 인정한다. 단독 기준을 엄정하게 할 것을 논의해왔으나 기준 자체가 모호할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결국 아예 사용하지 않는 쪽을 택했다”고 밝혔다.

현송월 단장 방남 소식과 관련해 언론의 단독 남발을 비꼰 비디오머그 영상 화면.

정연우 세명대 광고홍보학과 교수(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공동대표)는 “저널리즘에 입각해 취재하는 언론사들은 사실 단독이라는 표현 자체를 잘 쓰지 않는다. 다른 매체에서 쓸 수 없는 진짜 단독이기에 굳이 붙일 필요도 없다”며 “기사 자체에 단독의 가치가 있다면 독자들이나 타 언론에서 알아서 단독이나 특종으로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또한 정 교수는 “제목 낚시질에 대중들이 너무 많이 속아왔기 때문에 단독 표기는 시장 공략을 위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단독을) 남발함으로서 그 매체에 대한 신뢰도를 더 떨어뜨리는 악영향만 끼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일침 했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사들의 단독 지양 움직임은 저널리즘적 고민에 의한 자성일 수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선 단독이란 표현을 붙였을 때 (단독 경쟁을 하는 타 언론사와) 똑같이 도매금으로 넘어가고 싶지 않다는 속내도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언론이 언론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려면 꼼수가 아닌 정공법으로 선의의 경쟁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원론적인 얘기일 수 있지만 예전 (종이)신문 시절처럼 기사의 헤드라인을 얼마나 압축적이고 효과적으로 잘 뽑느냐로 승부해야 한다. 그런 방향으로 가야 건전한 언론 생태계가 만들어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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