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의 날도 쉬기 힘든 콘텐츠 생산자들
근로자의 날도 쉬기 힘든 콘텐츠 생산자들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8.05.01 11:3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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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전시‧언론 현장서 볼멘소리 제기…“‘니드 타임’ 충분히 확보해야
뜨거운 언론 취재 현장. 주 52시간 근로 시대가 멀지 않았지만 속보 경쟁을 하는 현실에 비춰 실제 적용이 가능하겠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뉴시스

#1. ‘근로자의 날’이라고 놀러갈 생각에 들떠있는 친구들과 달리, 광고회사에 근무하는 A과장은 별다른 감흥이 없다. 중요한 프로젝트 마감이 이틀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이 날 근무하는 근로자는 1.5배의 휴일근무수당을 받을 수 있다지만 연일 계속되는 야근에 지친 나머지 돈보다도 하루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A과장은 야근만 면해도 다행이지만 결과물을 독촉하는 클라이언트는 이날 쉰다고 한다.

#2. 모 정부부처에 출입하는 일간지 B기자는 근로자의 날에도 쉬지 못한다. 그날 온라인 판과 다음날 조간지면을 채워야 하기 때문. 게다가 출입처의 공무원들은 정상출근하기 때문에 일을 쉴 수 있는 명분도 없다. 그저 정상 퇴근 시간을 가로막는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

[더피알=문용필 기자] 5월 1일 매년 돌아오는 근로자의 날이지만 콘텐츠 생산을 업으로 하는 이들에겐 다른 세상 이야기다. 특히 광고‧PR인과 언론사 기자 상당수는 쉬어도 쉬는 날이 아니다. 일 많이 하기로 유명한 대한민국 노동자 중에서도 업무량 과중이 큰 업종이어서 일반 기업과는 달리 휴무하기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주 52시간 근로’를 골자로 한 새 근로기준법 시행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 법 시행으로 이른바 ‘워라밸(Work and Life Balance)’ 열풍은 더욱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들 업종에 근무하는 현장 실무자들 사이에서 현실적 적용이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효과적인 방안 마련을 위한 업계와 정부의 노력이 절실해 보인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을 보면 지금까지는 40시간의 정규 근로시간에 12시간의 연장근로, 여기에 16시간의 휴일근로를 더해 최대 68시간까지 가능했지만 새 법이 적용되면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 못하게 된다.

종업원 300인 이상의 대규모 사업장은 오는 7월부터 적용된다. 다만,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를 명시한 제 59조 적용대상에서 빠지는 업종은 내년 7월부터 시행된다. 방송업과 광고업이 여기에 해당한다. 50인에서 299인 사업장은 2020년 1월, 5인에서 49인 사업장은 2021년 7월부터 바뀐 법을 준수해야 한다

이에 대해 PR에이전시 직원은 “아이디어는 업무시간에만 내는 것이 아니라 계속 생각해야 한다. 제안서 작업이 특히 그렇다”며 “대부분의 홍보담당자들은 업무 외 시간에도 아이디어를 고민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광고와 방송업의 경우, 근로시간 특례업종에서 제외됐기 때문에 고민이 더욱 깊은 상황. 모 광고회사 과장은 “(법 개정이) 의미는 없을 것 같다. 언젠가 바뀌기는 하겠지만 오래 걸릴 것 같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2월 국회를 통과한 근로기준법 일부 개정안. 뉴시스

한 지상파 방송사 기자는 “방송 같은 경우에는 현장 분위기가 뉴스에 필요하기 때문에 그만큼 많이 이동하고 챙길 것도 많다. 인원이 충원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 52시간 근로를 적용하면 현장의 혼란이 있을 것이고 뉴스 제작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봤다.

언론인들의 고민은 비단 방송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모 인터넷신문 기자는 “언론은 노동 개념 자체가 불명확한 직종이다. 늦은 시간에도 취재원을 만나고 한없이 기다리기도 한다. 어디까지가 업무의 연장인지 분명치 않고 이를 관행으로 여긴다”며 바뀐 법의 맹점을 지적했다.

또한, “주 52시간 노동을 이야기하려면 노동형태와 업종에 따라 디테일한 규정들이 필요하다”며 “정부나 노사정위원회에서 이를 찾아 정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와 관련, 김위근 한국언론진흥재단 선임 연구위원은 “단순한 속보생산을 위한 근무시간 할애는 언론인을 워라밸에서 더욱 멀어지게 한다”며 “대안은 심층뉴스, 부석 뉴스의 생산이다. 단순 속보경쟁에서 벗어나 언론인으로서의 자기실현이 가능해야한다”고 지적했다.

PR‧광고업계에서는 클라이언트와 에이전시 간의 업무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수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김찬석 청주대 미디어콘텐츠학부 교수는 “일할 수 있는 ‘니드 타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도록 업무를 진행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한 홍보인은 “클라이언트가 너무 빠른 시간 안에 많은 것을 요구하는 시스템”이라며 “일을 던지면 할 거라는 ‘갑질 아닌 갑질’이라고 본다. 여유 있게 일할 시간을 주는 게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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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꾸욱 2018-05-01 13:39:17
너무 공감되는 기사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