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과 ‘을’ 입장 뒤섞였던 네이버 기자회견 현장
‘갑’과 ‘을’ 입장 뒤섞였던 네이버 기자회견 현장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8.05.09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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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불보다 잿밥에 관심? 댓글 정책 보다 뉴스 시스템 변화에 관심 집중…기자들 질문 쏟아져
9일 열린 네이버 뉴스 및 댓글 개선 기자 간담회에서 한성숙 대표가 사진기자들에 둘러싸여 있다. 뉴시스

[더피알=문용필 기자] 한마디로 ‘갑’과 ‘을’의 입장이 뒤섞인 현장이었다. 9일 오전 진행된 ‘네이버 뉴스 및 댓글 개선 기자간담회’ 이야기다.

이른바 ‘드루킹 사건’ 이후 네이버의 댓글 기능과 뉴스 서비스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는 논조를 쏟아냈던 언론들이지만 네이버 정책 변화에 따라 자사 트래픽과 수익구조에 큰 변화가 생기는 만큼 이에 대한 민감함이 기자들의 질문에 묻어났다. 

네이버의 뉴스정책에 대한 언론의 높은 관심을 방증하듯 이날 행사장은 취재진들로 가득했다. 마련된 자리가 모자라 늦게 도착한 일부 기자들은 바닥에 주저앉아 노트북을 꺼내기도 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가 미리 준비한 발표문을 낭독하자 사진기자들은 한 대표와 가까운 거리에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발표를 마친 한 대표가 “(카메라) 플래시가 너무 터져 집중이 잘 안된다”고 말할 정도로 취재 열기는 과열돼 있었다. 간담회는 당초 예정 시간을 20분 넘겨서 종료됐다.

행사장 가득 메운 취재진, 네이버 정책 변화에 촉각 

이날 한 대표는 네이버 모바일 첫 화면에서 뉴스를 완전히 제외하고, 검색 중심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두 번째 화면에 각 언론사가 직접 편집한 뉴스가 담긴 ‘뉴스판’이 배치되고, 사용자들이 언론사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관련기사: 확 바뀌는 네이버 뉴스…언론에 결국 두손 들었다?

뭐니 뭐니 해도 언론들의 관심이 가장 쏠린 부분은 구글 방식의 아웃링크 도입 여부였다. 한 대표는 “전재료 바탕의 비즈니스 계약, 아웃링크 도입에 대한 언론사들의 엇갈리는 의견 등으로 일괄적인 아웃링크 도입은 어렵다”면서도 “언론사와의 개별 협의를 통해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용자 보호를 위한 아웃링크 운영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겠다고도 덧붙였다.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네이버 파트너스퀘어에서 열린 ‘네이버 뉴스 및 댓글 개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한성숙 네이버 대표. 뉴시스.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네이버 한성숙 대표. 뉴시스

비교적 짧은 발표시간을 마친 후 이어진 질의응답 시간에서도 뉴스정책 변화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네이버의 이번 정책변화로 인링크 방식의 뉴스제휴가 막히게 되는지, 기사 전재료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묻는 경우도 있었다. 이에 비해 댓글정책 관련 질문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이날 간담회의 핵심 내용이 뉴스정책 개편이기는 했지만 드루킹 사건의 핵심이 매크로를 이용한 댓글조작 의혹임을 감안하면 언론이 ‘염불보다 잿밥’에 관심이 더 큰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장면이다.

뉴스댓글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구글처럼 아웃링크 방식으로 뉴스를 서비스해야 한다는 논조의 언론보도가 쏟아지고 있지만 각 언론사마다 자사의 이해관계를 따지는 속내는 유봉석 네이버 전무(미디어 서포트 리더)의 발언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유 전무는 “아웃링크 관련해 (각 언론사) 의견을 수렴했다고 하는데 찬반 비율은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뉴스제휴 70개 언론사 중 70%정도가 회신을 줬는데 절반은 (의견을) 유보했고 찬성은 1개사”라며 “나머지는 인링크 방식을 원했다”고 답했다.

아웃링크 주창한 언론, 현장에선 “당연히 인링크 원하지 않겠나”

이날 간담회가 끝난 후 삼삼오오 모여든 기자들 사이에서는 아웃링크 도입에 찬성한 1개사가 어딘지 궁금해 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가이드라인을 만들면 (인링크 언론사가 아웃링크로) 전환 가능하다고 생각한다”는 한 대표의 말에 주목하며, “당연히 인링크를 원하지 않겠어?”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 대표는 “가이드라인을 잘 만들면 언론사와 네이버가 상생할 수 있는 부분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사용자들로부터 (아웃링크 관련) 개별적인 의견을 받았는데 ‘광고배너가 많이 뜬다’ ‘‘지금까지 쓰던 게 불편하지 않은데 왜 바꾸냐’는 의견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간접적으로 아웃링크 방식의 문제점을 짚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한 대표는 “(향후 언론사가) 인링크로 남는다고 해도 댓글 허용여부와 댓글 정렬 방식은 각 언론사가 결정한다”며 네이버는 시스템만 제공할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했다. “이번 정책 변화가 네이버의 수익성과 트래픽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하지 않은 방식이기 때문에 변화 예측이 어렵다”며 “지금보다 늘어나는 구조가 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봤다.

그러면서도 “사용자가 원하는 구조를 찾고 네이버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이 방향이 장기적으로는 좋다고 본다”고 덧붙인 한 대표는 기자회견을 마치고 행사장을 나서기까지 내내 굳은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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