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뚜기 이어 LG도…새삼 확인되는 ‘착한 기업’ 딜레마
오뚜기 이어 LG도…새삼 확인되는 ‘착한 기업’ 딜레마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5.11 11: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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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모범생’ 잇따라 구설, 전문가들 “기대 클수록 실망도 커…지나치게 윤리적으로 포장되는 것 경계해야”
‘바보LG’와 ‘갓뚜기’란 별칭으로 착한 기업의 대명사로 꼽혔던 LG그룹과 오뚜기가 잇따라 구설에 휘말렸다. 사진: 뉴시스, 오뚜기 공식 홈페이지
‘바보LG’와 ‘갓뚜기’란 별칭으로 착한 기업의 대명사로 꼽혔던 LG그룹과 오뚜기가 잇따라 구설에 휘말렸다. 사진: 뉴시스, 오뚜기 공식 홈페이지

[더피알=박형재 기자] ‘재계 모범생’으로 꼽힌 기업들이 잇따라 구설에 오르고 있다. 너무 착하다는 반어법으로 ‘바보LG’로 불린 LG그룹과 ‘갓뚜기’라는 별칭까지 얻은 오뚜기가 세금 탈세 의혹 등에 휘말린 것. 평소 이들 기업 앞에 붙은 긍정적 수식어가 부정적 이슈 발생시 되레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착한 기업’ 딜레마를 새삼 보여준다.    

남모를 선행으로 ‘바보LG’로 불리던 LG그룹은 총수 일가의 100억원대 탈세 혐의로 검찰 수사선상에 올랐다. 검찰은 지난 9일 서울 여의도의 LG그룹 본사 재무팀을 압수 수색하고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검찰은 LG그룹 총수 일가가 보유한 계열사 주식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100억원대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은 혐의를 조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와 함께 착한 기업의 대명사였던 오뚜기 역시 일감몰아주기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시스템통합(SI)업체 알디에스와 수산물가공업체 오뚜기물류서비스, 애드리치, 상미식품 등이 매출액 대부분을 오뚜기에 의존해 문제가 됐다. 결국 오뚜기 오너 일가가 이들 4곳의 지분을 500억여원에 사들이며 진화에 나섰다. 

긍정적 기업평판이 부메랑이 된 기업은 이 뿐만이 아니다. 로레알은 ‘당신은 소중하니까요’라는 광고 문구와 경단녀(경력 단절 여성) 재취업 지원 프로그램으로 여성친화기업으로 포지셔닝했으나, 최근 임원 폭언 녹취록이 등장해 논란에 휩싸였다. 로레알 노조를 통해 공개된 녹취록에는 ‘저능아·개X 같은’ 비속어들이 다수 포함돼 충격을 안겼다. 여기에 육아 휴직을 쓴 남성 직원에게 인사 보복을 했다는 추가 폭로까지 더해지며 대형 위기로 비화되고 있다.  

이밖에도 지난해 6월 쿠팡은 쿠팡맨의 빠른 배송과 친절함을 마케팅 전면에 내세웠으나, 쿠팡맨 근무시간을 조작해 임금을 적게 주는 ‘임금 꺾기’와 정규직 임금 체불 등 잡음이 인 바 있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또 바르다김선생은 정직하고 바른 이미지로 포장했지만, 가맹점에 세척제, 일회용 숟가락 등을 비싸게 강매했다가 공정위로부터 과징금 6억4300만원을 부과받았다. ▷관련기사 바로가기 

이처럼 평소 ‘바른 이미지’로 호평 받았던 기업들의 잘못이 드러나면서 소비자들은 더 크게 실망하는 모습이다. “착한 기업이니 그래도 지켜보자” “한 번쯤은 봐주자” 등 두둔하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상당수가 “배신감을 느낀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는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이치”라고 설명했다.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기업들이 근본적으로 착할 수만은 없으며, 만일 착하다고 포지셔닝될 경우 좋아하기 보다 오히려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사소한 부정적 이슈로도 쌓아온 명성이 훼손되면서 마케팅 포인트나 상징들이 위기요소가 될 수도 있다.
사소한 부정적 이슈로도 쌓아온 명성이 훼손되면서 마케팅 포인트나 상징들이 위기요소가 될 수도 있다.

이승윤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의 윤리 전략을 짤 때 중요한 포인트 중 하나가 ‘기업 스스로 얘기하지 말고 소비자가 얘기하도록 하라’는 것”이라며 “기업들도 경영상 실수할 때가 있기 때문에 지나치게 윤리적인 기업으로 과대포장되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동현 밍글스푼 대표 역시 “보통 기업들이 착한, 바른과 같은 윤리적 이미지를 투영하면 회사에 무조건 좋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 반대급부로 착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한 구체적인 노력도 병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착한 기업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신 더 많은 것들을 기대한다. 사소한 부정적 이슈로도 쌓아온 명성이 훼손되면서 마케팅 포인트나 상징들이 위기요소가 될 수도 있으니, 이를 관리하고 ‘진짜 착한 기업’이 되도록 시스템화하는 게 중요하다. 

사실 기업 입장에서도 착한 이미지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매출 상승 등 긍정적 효과가 분명 있지만, 언론이나 대중의 주목도가 높아진다는 점에서 일종의 ‘유명세’를 감수해야 한다. 실제로 오뚜기나 LG는 지난해 각종 선행이 드러나며 착한 기업으로 화제를 모았으나, 오히려 내부에선 이를 ‘관리요소’로 생각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뚜기 관계자는 “착한 기업 이미지는 감사하지만 언론에 자꾸 노출되는 것 자체가 부담”이라며 “내부적으로 관심받는 만큼 사회공헌 등에 더 노력하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어 “일감몰아주기 논란은 총수 일가가 해당 기업 지분을 인수하는 등 꾸준히 개선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LG그룹 관계자는 이번 세금 탈루 의혹에 대해 “일부 특수관계인들이 시장에서 주식을 매각하고 세금을 납부했는데, 그 금액의 타당성에 대해 과세 당국과 이견이 있었고, 그에 따라 검찰이 수사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검찰 수사 중인 사안으로 더 이상 할 말은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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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8-05-11 13:09:08
사랑해요~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