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이슈 대응시 피해야 할 ‘삽질’
오너 이슈 대응시 피해야 할 ‘삽질’
  • 양재규 (eselltree92@hotmail.com)
  • 승인 2018.05.24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양재규의 피알Law] 법·판례 제시한 가이드라인 따라가면 이슈 선별과 대응 예측 가능해

‘양재규의 피알Law’를 시작합니다. 이 칼럼은 분쟁을 ‘피’하는 데 도움이 되고 평소 ‘알’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법’을 이야기합니다. 단순히 알리는 홍보에서 벗어나 이슈와 위기 상황에서 전략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인사이트를 얻길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드립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자택 앞에서 정의당 관계자들이 ‘갑질과의 전쟁, 조양호일가 OUT!’을 외치고 있다. 뉴시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평창동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 자택 앞에서 정의당 관계자들이 ‘갑질과의 전쟁, 조양호일가 OUT!’을 외치고 있다. 대한항공은 오너가 조현민 전 전무의 갑질 논란을 계기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뉴시스

[더피알=양재규] 솔직히 말해 법무 전문가인 변호사가 PR을 업으로 하는 분들에게 해줄 수 있는 ‘쓸모 있는’ 조언은 많지 않다. 흔히 홍보로 얘기되는 PR은 지극히 유동적이며 정답이란 것이 있을 수 없는 영역이어서 옳고 그름을 따지기 좋아하는 법률가의 논리는 그다지 유용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쓸모가 있는데, 바로 되지도 않을 일을 선별하는 작업을 할 때다. 이른바 ‘삽질 피하기’ 프로젝트.

법과 판례가 제시해놓은 가이드라인을 따라가다 보면, 될 일인지 안 될 일인지 어느 정도는 예측할 수 있다. 삽질이 될 일이라면 시도 자체를 말아야 한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 공산이 크다.

갑질에 필요한 무모함

‘오너리스크’라고 부르는 상황이 또 다시 연출됐다. 조현민 전무의 갑질로 인해 여론의 십자포화를 맞게 된 대한항공의 처지를 두고 하는 말이다.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대한항공이 연간 지출하고 있는 광고비는 모르긴 몰라도 수백억 원은 될 것이다. 기업 홍보에 들였을 그 돈과 노력, 시간을 생각하면 제3자 입장에서도 절로 한숨이 나온다.

대한항공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로 추정되는 갑질 영상. JTBC 뉴스룸 보도 화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씨로 추정되는 갑질 영상. JTBC 뉴스룸 보도 화면.

더욱이 갑질은 갑질로만 끝나지 않고 삽질을 부르는 법이다. 오너리스크가 발생하면 아무 잘못도 없는 홍보팀에 ‘언론대응’이라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 주어진다. ▷관련기사: 대한항공 위기관리는 왜 ‘답정너’가 됐을까

경험적으로 이런 상황에서 무작정 오너의 지시에 따라 대처했다가 결과가 나쁘기라도 하면 그 불똥은 고스란히 홍보팀으로 튄다. 홍보인이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지는 않겠지만 애당초 안 될 일이라면 안 된다고 말해두는 무모함(!) 정도는 필요하지 싶다. 나중에 안 되는 결과를 맞았을 때 왜 진작 그런 의견을 내지 않았느냐고 ‘물벼락’이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삽질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적어도 이것이 삽질이라는 인식과 삽질이 되고 말 것이라는 암시 정도는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본다.

미투 보도와 실명 기재

‘미투’ 운동이 거센 요즘, 모 공공의료기관에서도 미투가 나왔다. 관련 사건을 다룬 기자는 기사에서 친절하게도 ‘○○의료원’이라고 기관명을 명기해두는 꼼꼼함을 발휘했다. 기사를 확인한 보스는 홍보팀을 소환해 법적 대응을 지시할지도 모른다. 과연 가해자로 지목된 사람이 아닌 해당 단체나 기관이 자신의 기관명 혹은 단체명이 표시되었다는 이유로 언론(기자)을 상대로 법적 대응을 할 수 있을까?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먼저 문제된 가해행위의 주체를 누구로 볼 수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통상적으로 이런 종류의 기사에서 문제되는 행위의 주체는 조직의 일부 구성원이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예외도 있을 수 있다. 해당 범죄행위를 구성원의 개인적 일탈행위가 아닌, 조직적 범죄 차원으로 몰아가는 기사였다면 이야기는 전혀 달라진다. 또, 기사의 직접적인 당사자인 가해자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면 조직 차원의 법적 대응 또한 가능할 수도 있다.

우리사회 전반에 불어닥치고 있는 미투 열풍은 기업에도 언제든 큰불로 번질 수 있는 불씨가 되고 있다.
미투 이슈는 기업에도 언제든 돌발 악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특수한 사정없이 그저 조직 내 일부 구성원의 개인적 일탈이라고 본다면 해당 기관이나 단체의 법적 대응은 삽질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 기사에서 언급된 기관이나 단체명은 그저 행위주체의 사회적 지위를 표시하는 것에 불과할 뿐, 단체나 기관 자체가 행위의 주체로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위 기사는 국회 농림수산위원회의 국정감사활동 중 신청외 최○○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 및 이에 대한 동 신청외인의 답변에 관한 기사로서 동 기사 중 ‘파스퇴르’라는 말이 들어 있으나 이는 최○○를 특정하기 위한 표현으로 보여질 뿐 위 기사내용만으로는 동 기사와 신청인 사이에 직접적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 없고”

상기의 법적인 판단은 사회 현실과는 다소 괴리가 있는 듯하다. 오너리스크가 발생할 경우 당장 대중은 문제를 일으킨 당사자를 비난할 뿐 아니라 그가 소속된 기업 혹은 조직에도 화살을 돌린다. 그래도 법은 조직이나 단체를 기사로 인한 피해자로 보지 않는다. 어떤 조직 내에서 개인적인 일탈이 벌어졌을 때 그 기관이나 조직을 비난하는 것은 옳은 일일까. 무엇이 보다 합리적인 판단인지는 각자가 고민해볼 일이나 법정에서는 인정받기 어려운 주장이 분명하다.

부정 기사에 들어간 대표 사진

한 신문사에서 특정 기업이 야심차게 새로 출시한 제품의 판매 성적이 저조하다느니, 매출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는 등의 부정적인 기사를 연거푸 냈다. 해당 기업을 흠집 낼 의도가 비교적 명백히 보인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해당 기사를 내면서 불필요해 보이기까지 하는 대표의 이름과 사진을 굳이 함께 싣는 경우다. 홍보팀으로서는 상상하기도 싫은 이런 상황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심지어 현실에서 아주 빈번하게 일어나는 가정이다.

의도성이 짙은 흠집내기 기사에서 불필요해 보이기까지 하는 대표의 이름과 사진이 들어갔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의도성이 짙은 흠집내기 기사에서 불필요해 보이기까지 하는 대표의 이름과 사진이 들어갔다면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이런 기사가 나가면 아마도 위에서는 해당 언론사를 상대로 법적으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하라는 불호령을 내릴 것이다. 그러나 이 역시 삽질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대표의 이름과 사진을 구분해야 한다. 회사 대표의 이름은 문제 삼기 어렵다고 보는 것이 좋다. 기업 관련 홍보를 할 때 대표의 이름을 표시하는 것은 관행에 가깝다. 기업의 성과가 곧 대표의 치적이 되는 셈이다. 법률 문서에서도 단체나 기관을 표시할 때 대표자의 이름은 들어가기 마련이다. 불필요한 기재일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표자에 대한 명예훼손이라든가 성명권 침해 등 법적으로 문제 삼을 만한 행위로 보기는 어렵다. 앞에서 대표자의 사회적 지위를 표시하는 수단으로써 기업의 이름을 언급하는 것이 용인되었던 것처럼 여기서는 기업이나 조직을 표시하는 수단으로써 대표의 이름이 사용되었다고 보면 이해가 쉽다.

사진은 이름의 사용과는 그 의미가 조금은 다르다. 기업에 대한 부정적 기사에 대표가 자원봉사하고 있는 사진이 들어간 경우처럼 누가 봐도 ‘생뚱맞은’ 사진의 사용은 초상권 침해 등을 이유로 위법이 될 가능성이 높다. 기사의 본문과 무관한 이미지의 사용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대표의 공식적인 사진 혹은 이미지의 사용은 어떻게 될까? 공식적인 사진이라 함은, 해당 기관이나 기업의 홈페이지에 게시되어 있거나 보도자료용으로 사전에 제작되어 배포된 것을 의미한다. 관련 판례가 존재하지는 않지만 이미 일반에 공개된 사진이기에 초상권 침해를 주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군대가 아니고서야 삽질은 아무리 열심히 해봤자 별 의미도, 성과도 있을 수 없다. 근로자의 업무 의욕을 현저히 떨어뜨리게 하는 나쁜 행위다. 평소 삽질을 피하려는 노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