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3만원? 기자 접대선 유명무실해진지 오래”
“김영란법 3만원? 기자 접대선 유명무실해진지 오래”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8.06.1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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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조심 분위기 사라지고 ‘호랑이 그림’으로 전락, “고급 식당·술집 당연시”
청탁금지법이 시행 중임에도 과도한 접대를 요구하는 기자들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홍보업계에서 나오고 있다. 뉴시스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청탁금지법은 언론인도 적용 대상이지만, 시행 2년째인 현재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김영란법 시행 초기엔 조심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만나는 어떤 기자도 신경 쓰거나 걱정하는 사람이 없습니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이 언론 분야에선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몸조심’에 나섰던 법 시행 초기와는 달리 2년째에 접어든 지금은 ‘호랑이 그림’ 정도로 여겨진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홍보팀 A씨는 최근 <더피알>에 “김영란법 취지는 좋다. 다만 그런 법을 만들었다면 정말 강하게 단속해서 그걸 지키게 만들어야 하는데, 지금은 홍보하는 사람들의 발목만 죄는 법이 돼버렸다”고 하소연했다. ▷관련기사: 김영란법 6개월, 언론은 관리 사각지대

A씨는 “청탁금지법 취지를 간단히 생각하면 ‘각자 자기돈 내고 먹어라’는 것인데, 기자들은 3만원 내에서 얻어먹으라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그나마도 3만원을 염두에 두는 기자는 양심적인 사람이고, 상당수가 누가 그걸 지키느냐며 고급식당 내지는 술집에서의 접대를 당연시 여기고 있다”고 성토했다.

지난 1월 개정된 청탁금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선물은 농수산물에 한정해 기존 5만원에서 10만원까지 상향조정됐지만, 식사비 상한액은 기존 3만원에서 변한 것이 없다. 경조사비의 경우에는 화환‧조화를 제외하면 기존 10만원에서 5만원으로 오히려 하향조정됐다.

특히 김영란법 시행과 동시에 일부 회사는 문제가 생길 시 당사자인 개인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내용의 서약서를 요구하기도 했다. 업무상 기자와의 만남이 빈번한 홍보인의 경우 ‘낀 신세’가 돼 양쪽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사회적 분위기가 느슨해지면서 부담이 줄었다고 해도 여차하면 ‘독박’ 쓸 위험은 여전하다. 

출입기자의 성향과 회사 업종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청탁금지법이 엄연히 시행중임에도 ‘제멋대로 접대 요구’는 실제 있다는 것이 일선의 목소리. 하지만 우호적 언론관계가 중요한 홍보인 입장에서 법이 규정한 3만원을 고집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B씨는 “솔직히 증거(?)가 남는 고가의 선물이나 경조사 등의 화환은 몰라도 요즘 식사자리에서 누가 김영란법 생각하느냐. 서로 입 다물면 끝”이라며 “처음부터 좀 무리한 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C씨는 “업계 여러 모임에 나가도 이렇게까지 접대를 요구하더라 식의 얘기가 빈번히 나온다”며 “재미 있는 건 ‘나는 안 그러는데’가 꼭 수식어로 붙는다는 점이다. 편한 자리라도 말이 나가봐야 좋을 게 없기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D씨 또한 “우리는 (청탁금지법을) 잘 지키는 편이다. 기자들이 과하게 요구하지 않는 이상 규정을 어길 일은 없다”면서도 “솔직히 기자들이 비싼 밥 먹자고 하면 먹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에둘러 표현했다.

물론 다른 한편에선 김영란법으로 불필요한 접대문화가 많이 사라졌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E씨는 “가급적 저녁보다는 점심 미팅으로 돌린다. 젊은 기자들은 대부분 점심을 더 선호한다”며 “김영란법이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이 돼 서로 간 과다한 식사는 피한다”고 했다.

F씨 또한 “저녁에 2차 3차까지 이어졌던 분위기가 1차에서 간단하게 끝나는 추세다. 또 식사를 우리 쪽에서 대접하면 간단한 호프나 차(茶) 정도는 자기들이 꼭 사야한다는 기자들도 많다”고 전했다.

한편,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회도 언론인 관련 청탁금지법 신고나 위반 사례를 별도로 공표하고 있진 않다. 권익위 관계자는 “신고자 보호문제가 있기 때문에 신고사건에 대해서는 외부에 알려드리지 않는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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