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엉뚱한 발상, 회사가 응원한다
당신의 엉뚱한 발상, 회사가 응원한다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8.06.26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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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된 조직서 기업가 정신 발현하는 사내벤처 활기
혁신적인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기업들이 사내벤처 제도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혁신적인 아이디어 발굴을 위해 기업들이 사내벤처 제도를 활발히 운영하고 있다.

[더피알=조성미 기자] 점착식 소형 메모 프린터를 개발해 지난해 CES에서 최고혁신상을 수상했던 ‘망고슬래브(MANGOSLAB) ’, 올 초 베이비페어에서 초도물량이 매진된 카시트 ‘폴레드(Poled)’ 그리고 네이버가 러브콜을 보낸 식품정보 빅데이터 서비스 ‘잇사이트(eatsight)’. 혁신은 사내벤처에서 시작됐다.

모든 것이 융합되는 4차 산업혁명 시대, 기존 업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현재 잘 나가는 기업도 불확실한 미래에 협력과 상생을 고민한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기업 안에서 스타트업과 같은 작은 조직을 꾸려 기민하게 움직이는 비즈니스 시도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 사내벤처가 혁신의 연구·개발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사내벤처는 기업이 새로운 시장으로 진출을 꾀하거나 차세대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기업 내부에 독립된 사업 조직을 꾸리는 것으로, 선도적으로 이를 추진해오던 기업들이 가시적인 성과를 속속 나타냄에 따라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김예구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술을 가진 외부의 투자처를 찾는 경쟁이 치열해지고 정보의 비대칭이 생길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정보의 투명성은 물론 높은 기술 이해도로 현업에 적용할 수 있는 사내벤처에 대한 고민이 커지고 있다”며 “특히 젊은 구성원들 가운데 스타트업에 자극을 받는 이들이 많아지며, 조직 내에도 그러한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기업들이 제공하려 한다”고 분석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7년 전인 2000년부터 회사 내부에 혁신 문화를 전파하고 임직원의 기업가정신을 고취하기 위해 ‘사내 스타트업’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그룹 내 전 부문의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이를 제품과 서비스로 구현하기 위해 사내스타트업팀의 전신인 벤처플라자를 출범했다. 또 2017년부터는 새롭게 신설된 미래 기술과 신사업 발굴을 담당하는 현대차그룹 전략기술본부가 사내 스타트업 육성을 맡고 있다.

국내 대표적인 사내벤처로 이름을 떨치고 있는 삼성전자 C랩(C-Lab·Creative Lab)은 창의적 조직문화 확산을 위해 2012년 말 도입한 사내벤처 프로그램으로, 끼와 열정이 있는 임직원들에게 아이디어를 직접 구현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삼성디지털시티에 조성된 ‘C랩 스페이스’ 전경.
삼성디지털시티에 조성된 ‘C랩 스페이스’ 전경.

이와 더불어 롯데그룹, LS전선, 아모레퍼시픽 등은 지난 2016년부터 사내벤처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롯데 기업문화위원회는 2016년 6월부터 내부 임직원들의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모아 신사업을 창출하는 한편 능동적이고 도전적인 기업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롯데 사내벤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LS전선도 2016년 9월 사내벤처를 출범시키고 3건의 과제에 대해 인큐베이팅 지원을 시작했다. 회사 관계자는 “직원들에게는 숨은 역량을 발휘하고 그 성과를 회사와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 사내벤처를 운영하고 있다”며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 창조적인 기업 문화와 기업가정신을 통한 조직 활성화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아모레퍼시픽은 ‘린 스타트업(Lean Startup)’을 통해 기존에 없었던 브랜드와 제품 개발 지원에 나서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트렌드에 빠르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밀레니얼 세대가 새로운 소비 주역으로 떠오르며, 많은 정보를 통해 스마트한 소비를 즐기는 이들의 니즈에 대응하고자 했다”며 “기존의 접근 방법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 고객과의 직접적인 접점에서 고객의 변화를 찾고 민첩하게 반응하고 새로운 것을 시행하기 위한 방안으로 사내벤처가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혁신의 출발은 탈(脫)조직?

사내벤처 바람은 상대적으로 경직된 조직으로 여겨지는 공기업에서도 일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 내부의 사내벤처팀을 발굴·육성하는 ‘사내벤처 창업·분사 지원사업’을 올해부터 본격 운영, 민간의 창의적 활동을 촉진해 일자리를 만든다는 계획으로 10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렇게 정부가 올해 중요 업무과제로 사내벤처를 내세우면서 공기업들도 앞 다퉈 관련 제도를 신설하고 있다. 우선 지난해 12월 사내벤처 제도를 도입한 한국수력원자력은 2개 과제를 최종 선정, 2년간 별도의 공간에서 3억원의 개발비를 지원하고 창업 시에는 3년의 창업휴직 제도를 도입하는 등 창업지원형 사내벤처를 출범시켰다. 여기에 한국동서발전 등 에너지공기업 등도 창의적 아이디어로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사내벤처 운영에서 가장 강조되는 것이 간소한 의사결정과 자유로움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린스타트업은 사업을 진행하는 데 필요한 직무를 골고루 섞어 본인들이 원하는 팀원을 직접 꾸려 지원하고 있다”며 “일반적인 단계의 결재와 의사결정 과정이 아닌 팀 내에서 고민하고 결정해 진행할 수 있도록 업무상 자율성을 보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롯데의 경우 사내벤처 구성원들이 창업보육전문법인인 롯데액셀러레이터에 파견돼 1년 동안 독자적인 사업 활동 공간에서 내·외부 간섭 없이 신사업에 도전하게 된다. 그리고 1년 후에는 최종 사업화 타당성 검토 결과에 따라 분사(스핀오프)하거나 원소속사로 복귀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운영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린 스타트업’을 통해 탄생한 정기배송 마스크팩 브랜드 ‘스테디’
아모레퍼시픽의 ‘린 스타트업’을 통해 탄생한 정기배송 마스크팩 브랜드 ‘스테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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