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리칸 에어라인-어벤저스 히어로, 암 퇴치 드림팀 떴지만…
아메리칸 에어라인-어벤저스 히어로, 암 퇴치 드림팀 떴지만…
  • 임준수 (micropr@gmail.com)
  • 승인 2018.06.26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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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준수의 캠페인 디코딩] 마블과 협업한 초대형 모금 캠페인, 기대 밑도는 성적표 받아
암 퇴치를 위한 혁신적 연구를 위한 목적으로 설립된 미국의 US2C는 마블의 야심작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 개봉을 앞에 두고 기금모금 드림팀을 구성했다. 캠페인 포스터 
※ 이 칼럼은 2회에 걸쳐 게재됩니다.

[더피알=임준수] 미국의 ‘스탠드 업 투 캔서’(Stand Up to Cancer, 이하 SU2C)는 암 퇴치를 위한 혁신적 연구를 지원하고 새로운 치료법을 환자에게 더 빨리 닿게 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8년 엔터테인먼트 산업 재단(Entertainment Industry Foundation, 이하 EIF)의 한 부서로 창설됐다. 유명 앵커 케이티 쿠릭(Katherine Anne Couric)과 셰리 랜싱(Sherry Lansing) 전 파라마운트사 회장이 공동 창립자이면서 창립자협의체의 고문으로 있는 이 조직은 할리우드의 스타 시스템과 방송 자원에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가지고 있다. 

창립 첫 해인 2008년 SU2C는 당시 췌장암 투병 중이던 배우 패트릭 스웨이지(Patrick Swayze)와 고환암을 이겨내고 세계 최고 사이클 대회인 ‘투르 드 프랑스’에서 7회 연속 우승해 전설이 된 랜스 암스트롱(Lance Armstrong), 가수 셰릴 크로우(Sheryl Crow) 등 스타들이 등장한 암 치료 기금마련 특별 TV쇼를 미 3대 네트워크 텔레비전을 통해 생중계했고 이때 1억 달러 이상의 성금을 거뒀다. 이 기금 마련 캠페인은 이후 2년 주기로 계속되고 있다.

올해는 EIF에게 대박 기회가 찾아왔다. 마블 스튜디오 10주년 기념작이자 초대형 블록버스터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의 전 세계 개봉을 앞두고 기금모금의 드림팀을 구성하게 된 것이다.

이번에 제안을 받아들인 곳은 아메리칸 에어라인 항공사이다. 영화 개봉을 보름 앞두고 지난 4월 9일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어벤저스 영웅들을 등장시킨 공익캠페인을 전개했다. 캠페인의 목표는 혁신적인 암 치료법 개발과 빠른 임상 적용을 지원하는 비영리조직 SU2C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면서 동시에 기금 모금을 하는 것이다.

아메리칸 에어라인은 이 캠페인 홍보를 위해 “스탠드 업 투 캔서와 아메리칸 에어라인, 마블 스튜디오의 ‘어벤저스: 인피니티 워’가 함께 암 퇴치 전투에 동참합니다”라는 제목의 멀티미디어 보도자료를 냈다. 

마블과의 협업 캠페인을 알린 아메리칸 에어라인 멀티미디어 보도자료 일부.
마블과의 협업 캠페인을 알린 아메리칸 에어라인 멀티미디어 보도자료 일부.

어벤저스의 슈퍼히어로와 함께 인쇄용과 방송용 공익광고 양쪽에 다 등장하는 아메리칸 에어라인 승무원 샨드라 피츠패트릭(Shandra Fitzpatrick)을 집중 조명한 점이 눈에 띈다. 샨드라를 소개하는 보도자료를 따로 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와 함께 슈퍼 히어로들을 대대적으로 공익광고도 선보였다. 특히 방송용 광고에는 스칼렛 요한슨(Scarlett Johansson), 크리스 에반스(Chris Evans), 크리스 헴스워스(Chris Hemsworth)를 비롯해 채드윅 보스만(Chadwick Boseman), 마크 러팔로(Mark Ruffalo)가 보이스오버로 참여했다. 이들은 “(암과의) 전투가 있을 때는, 힘을 주자. 문제가 있을 때는, 해답을 찾자. 회의적일 때는, 희망을 주자”는 메시지를 전했다. 

항공사만이 펼 수 있는 전술도 구사했다. 뉴욕과 LA를 오가는 비행기에 래핑(wrapping) 광고를 한 것. 이 캠페인을 홍보하는 30초짜리 동영상은 트위터에서만 약 20만 번의 노출을 기록했다. 이번 캠페인의 주요 파트너이자 수혜자인 SU2C도 가세해 인스타그램, 트위터,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통해 홍보에 나섰으며, 영화 개봉일인 4월 27일에 맞춰선 크리스 헴스워스 인터뷰 클립을 인스타에 올려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이처럼 2018년 최고 흥행작으로 손꼽힌 어벤저스 팀의 유명세에 편승한 덕분에 캠페인의 성공은 보장된 듯 했다. 다 차려진 밥상이니 수저들고 들어가기만 하면 배 터지도록 먹을 것으로 예상됐던 것. 그런데 스코어가 신통치 않다.

미디어 임프레션(impressions)을 기준으로 볼 때 상당히 저조했다. 물론 캠페인의 궁극적인 목표는 SU2C를 위해 더 많은 기금을 거두는 것이니, 회사의 내부자가 아니라면 애초에 정했던 목표를 달성했는지를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모든 캠페인의 출발점은 언론과 소셜미디어 노출을 늘림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캠페인을 인지하는 것이다. 따라서 획기적인 암 치료법의 개발과 상용화 시기를 앞당기는 것에 문제의식을 느끼는 공중에게 이 캠페인이 확산되는 것이 중요한 밑작업이 될 수 있다. 이 관점에서 볼 때, 블록버스터급 캠페인이 미 3대 네트워크 텔레비전의 모닝쇼는 물론이고 USA투데이 등 전국지에서 한 번도 언급되지 않았다. 

이는 소셜미디어 시대 공익 캠페인이 놓치지 말아야 할 본질에 대한 교훈을 되새기게 한다. 

▷슈퍼 히어로들도 못 구한 공익캠페인, 어째서?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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