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도가 ‘워라밸’ 보장해 줄 수 없다
제도가 ‘워라밸’ 보장해 줄 수 없다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7.1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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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무시간-조직 충성도 비례 사고방식부터 벗어나야…업무량 조절 등 실질적 방안 절실
주52시간 근무로 저녁 시간에 여유가 생긴 가운데 한 직장인이 취미 생활로 실내 클라이밍을 즐기고 있다. 뉴시스
주52시간 근무로 저녁 시간에 여유가 생긴 가운데 한 직장인이 취미 생활로 실내 클라이밍을 즐기고 있다. 뉴시스

▷업무도 양보다 질…‘군살’ 빼기 법에 이어...

[더피알=박형재 기자] ‘워라밸(일과 생활의 균형)’이란 사회적 화두 속에서 주 52시간 제도가 본격 시행되면서 새로운 타임스케줄에 맞추기 위한 업무 현장의 변화가 빠르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오랜 관행으로 굳어진 기업문화를 무 자르듯이 바꾸기는 쉽지가 않다. 무엇보다 근무시간이 조직 충성도와 비례한다는 옛날 사고방식이 개선되는 데는 적잖은 시행착오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대부분 기업들은 정부 정책 변화에 따라 워라밸을 보장하는 다양한 제도를 내놓고, 평사원이나 대리 등 낮은 직급의 직원들은 퇴근시간에 곧바로 사무실을 나선다. 하지만 관리자인 팀장이나 부장급은 선뜻 집에 가기가 쉽지 않다. 각종 업무 조율은 물론 실적까지 신경 써야 하는 위치인데다 승진 심사를 앞둔 경우 회사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한 대기업 팀장은 “매니지먼트 그룹과 워크 그룹의 생각 차이가 상당하다. 시간이 줄어드니까 직접적인 성과를 내야 하는 임원급들은 상당히 불안해하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근무시간은 줄이면서 업무량을 조정하지 않는 것도 문제다. 기존 8시간 동안 하던 일을 6~7시간에 한다면 그만큼 노동 강도가 세진 셈이다. 대부분 기업들은 인력 충원이나 획기적인 방안을 내놓기보다는 현 상황에서 탄력근무제 등으로 일단 ‘운용의 묘’를 발휘하고, 나중에 정 안되면 사람을 뽑겠다는 분위기다.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한화 본사를 방문해 정시퇴근 하는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고용노동부 제공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중구 한화 본사를 방문해 정시퇴근 하는 직원들과 인사하고 있다. 뉴시스/ 고용노동부 제공

전문가는 업무 시간의 비효율을 제거하는 데 있어 실질적인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실 오래 전부터 기업들이 회의문화·보고문화 개선을 외쳐왔지만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이유는 강제성이나 유인책이 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제는 업무를 일과시간 중에 마무리하려면 워크 다이어트가 절실한 만큼 중복보고나 과다한 보고용 자료 작성, 보여주기식 보고 등을 대폭 줄여야 한다. 또한 업무 프로세스와 시스템의 문제들을 차근차근 개선하고, 성과관리시스템의 혁신도 병행해야 한다.

당연한 얘기지만 궁극적으로 업무구조와 조직문화가 같이 바뀌어야 한다는 게 공통된 의견이다. 근로시간의 비효율성은 대부분 조직문화와 리더십의 문제에서 발생한다. 기존 방식대로 일하기를 고집하거나 관행적인 보고, 회의, 업무지시 등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업무 프로세스 및 시스템 수립 등에 리더들이 우선순위를 두지 않은 채 단기성과에 몰입해왔기 때문이다.

장은지 이머징리더십인터벤션즈 대표는 “기업의 문제를 들여다보면 보고문화 때문에 낭비하는 시간이 전체 비효율적인 부분의 30%에 육박하고, 업무시간의 30~40%는 생산적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러한 시간을 생산적으로 바꾸고, 리더의 일하는 방식만 달라져도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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