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시대, ‘퀄리티 저널리즘’을 찾아서
뉴스의 시대, ‘퀄리티 저널리즘’을 찾아서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8.08.01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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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성 언론 제역할 못해…기술 기반 글로벌 플랫폼, ‘좋은 뉴스’ 발굴에 팔 걷어붙여
최근 들어 퀄리티 저널리즘을 위한 플랫폼 기업들의 지원이 확산되고 있다.
최근 들어 퀄리티 저널리즘을 위한 플랫폼 기업들의 지원이 확산되고 있다.

[더피알=문용필 기자] 뉴스의 홍수 속에서 ‘퀄리티 저널리즘’에 대한 담론이 언론계 안팎에서 형성되고 있다. 언론사간 과다 경쟁의 산물인 옐로저널리즘이나 가짜뉴스의 폐해를 극복, 이를 통해 땅에 떨어진 저널리즘 신뢰도를 끌어올리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기사: [가짜뉴스 진단 ①] 팩트와 프레임 사이

퀄리티 저널리즘이라는 말만 언뜻 들으면 ‘품질 높은 뉴스’를 의미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이에 대해 최진순 한국경제 디지털전략부 차장(건국대 언론홍보대학원 겸임교수)은 “결과물로서의 뉴스 자체뿐만 아니라 서비스와 독자관계, 비스니스까지 아우르는 고도의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고 정의했다.

실제로 해외에서 퀄리티 저널리즘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언론사들은 이런 요소들을 상당 부분 충족하고 있다. 프랑스의 탐사보도 전문매체인 ‘메디아파르트(Mediapart)’와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탄생한 네덜란드의 ‘드 코레스폰덴트(De Correspondent)’가 대표적인 케이스다.

진민정 저널리즘학연구소 연구이사는 이들 매체에 대해 “품질 높은 기사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토론 공간을 만들거나 향후의 저널리즘 방향이나 다양한 전략을 꾸준히 소개하는 등 독자와의 소통에도 크게 신경 쓴다”고 전했다.

메디아파르트의 경우, ‘메디아파르트 라이브’라는 일종의 끝장토론을 통해 구독자를 넓혔으며 이메일을 통한 형태의 뉴스 큐레이션에 나서기도 한다. 진 이사는 드 코레스폰덴트에 대해 “독자들과 관련된 뉴스를 많이 다룬다”며 “일반 언론사 뉴스로는 세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면서 뉴스 해독제를 자처한다”고 언급했다.

메디아파르트는 콘텐츠의 유료화를 훌륭히 이뤄내기도 했다. 특히, 15만명의 유료독자를 확보하고 있다. ‘뉴스는 공짜’라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국내 언론 환경에서는 부럽기 짝이 없는 일이다.

현 시점에서 제대로 된 퀄리티 저널리즘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플랫폼에서의 생존 전략도 필수적이다. 최진순 차장은 “과거의 저널리즘이 정확성과 공정성, 균형을 추구했다면 현재 디지털 미디어 생태계에서는 뉴스 형식과 내용, 전달방식, 이용자 경험도 중요해졌다. 여기에 다양성과 투명성 등 웹 생태계의 가치 지향점까지 아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속보·가짜뉴스 피로도가 가져온 새 판

하지만 디지털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고 있음에도 그 속도에 발맞춰 전진하는 국내 언론사는 그리 많지 않다. 분명 기사를 송고하는 플랫폼은 온라인인데 신문과 TV 등 전통미디어 플랫폼 시대의 낡은 사고방식을 고수하는 언론사가 적지 않다. 이대로라면 퀄리티 저널리즘은 요원해 보인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새 퀄리티 저널리즘의 발전을 위한 중요한 움직임들이 포착되고 있어 주목된다. 포털과 SNS 등 뉴스를 유통하는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언론사를 지원하거나 퀄리티 저널리즘을 권장하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 뉴스 생산자도 아닌 이들 기업들이 퀄리티 저널리즘에 눈을 돌리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강정수 메디아티 대표는 “그간 표현의 자유라는 차원에서 너무나 많은 콘텐츠가 소셜미디어에 수용돼 왔는데 유럽이나 미국에서는 사회적으로 부정적 효과를 미치는 가짜뉴스가 규모면에서 압도하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이용자들이) 아무 콘텐츠나 공유하다보니 사고가 났고 (뉴스를 유통하는) 플랫폼 기업들은 정치·사회적인 압력을 받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들 기업 역시 이용자들의 뉴스나 콘텐츠 편식 현상이 심하다고 보고 있다”며 “사회적으로는 디지털 디톡스(Digital Detox) 현상이 나타나면서 퀄리티 저널리즘에 대한 니즈가 형성되고 있다”고 봤다.

프랑스 탐사보도매체 메디아파르트의 토론 프로그램 ‘메디아파르트 라이브’. 유튜브 화면 캡처
프랑스 탐사보도매체 메디아파르트의 토론 프로그램 ‘메디아파르트 라이브’. 유튜브 화면 캡처

최진순 차장은 “뉴스 신뢰도는 바닥에 처해있는데 뉴스 생산자들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해소하기 위해 뉴스 생산자를 보다 전문화시켜야 한다는 문제에 봉착했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아울러 “플랫폼 기업들은 검색이나 알고리즘 같은 기술적 측면으로 이를 풀어갈 수 있으리라고 생각했지만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그래서 뉴스 생산자들과의 협력을 통해 가짜뉴스와 옐로저널리즘을 걸러내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그들의 몫으로 다가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언론사 입장에서도 플랫폼 기업들이 내미는 도움의 손길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최 차장은 “언론사 스스로가 (자사 콘텐츠의) 퀄리티를 높인다고 해도 시장의 반응을 이끌어 내는 데는 한계가 있고 기술 기반의 플랫폼에서 더 많은 뉴스 소비가 이뤄지기 때문에 이들과의 협력 필요성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게 됐다”며 “이를 통해 좀 더 다양한 시도나 실험을 하고 자사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용자 관점에서도 속보나 가짜뉴스에 대한 피로도가 쌓여있고 좋은 뉴스에 대한 선호로 회귀하는 흐름이 있다”며 “온라인 네트워크 환경에서 좋은 뉴스를 공유하면 이용자 자신의 평판도 재고되니 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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