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슷비슷한 공공캐릭터, 왜 자꾸 만드나요?
비슷비슷한 공공캐릭터, 왜 자꾸 만드나요?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08.14 10:06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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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 캐릭터 530여개…제작비 2000만~3000만원, 뚜렷한 홍보 전략 없이 ‘일단 만들자’식 접근 문제
정부부처 및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홍보 목적으로 제작한 공공캐릭터 일부. 국내 공공캐릭터 수만도 530여개가 훌쩍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부처 및 지자체, 공공기관 등에서 홍보 목적으로 제작한 공공캐릭터 일부. 국내 공공캐릭터 수만도 530여개가 훌쩍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공공캐릭터가 쏟아지고 있다. 정부부처·지방자치단체·공공기관이 만든 것만 해도 530여개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홍보 목적을 위해 제작됐지만 존재 자체도 모르는 경우가 태반.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전형적인 전시행정 산물이다. 세금 낭비를 막으려면 뚜렷한 활용 방안 없이 무분별하게 제작하는 관행부터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피알>이 한국콘텐츠진흥원(한콘진)에 요청해 ‘국가기관·지자체·공공기관 등 캐릭터 현황’ 자료를 받아본 결과, 2018년 7월 기준 공공기관이 보유한 캐릭터는 약 457개로 집계됐다.

단체별 공식 홈페이지와 SNS, 특허청 상표 등록을 기준으로 조사한 것으로, 다수의 캐릭터를 보유했더라도 1기관·1캐릭터로 집계했다. 개별 기관에서 보유한 모든 캐릭터의 수를 합할 경우 약 530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자체의 ‘캐릭터 사랑’이 남달랐다. 전국 지방자치단체 숫자는 2017년 기준 242곳인데 214개 캐릭터가 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지자체에서 캐릭터를 보유한 셈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 61개, 서울 48개, 경북 40개, 충남 36개, 강원 33개 등의 순이었다. 다만, 100% 전수조사가 아니기에 전체 공공캐릭터는 이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된다.

국가기관·지자체·공공기관 등 캐릭터 현황

‘국가기관·지자체·공공기관 등 캐릭터 현황’ 자료. 한콘진 제공.
자료 제공: 한국콘텐츠진흥원

문제는 공공캐릭터는 넘쳐나는데 기억에 남는 경우가 드물다는 점이다. 지자체나 공기관에서 친근한 캐릭터를 홍보수단으로 내세우지만, 국민 관심을 얻지 못하고 지지부진하게 활용되다 사라지는 캐릭터가 상당수다. 

이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한콘진은 지난 8일부터 ‘우리동네캐릭터 대상’ 공모전을 진행하고 있다. 프로듀스48과 유사하게 국민 1명이 하루 3개까지 캐릭터를 선택하고, 예선과 본선을 거쳐 가장 많은 표를 얻은 캐릭터가 ‘센터’ 자리에 오르게 된다. 

한콘진 관계자는 “관심을 얻지 못하는 공공캐릭터들을 ‘우리동네캐릭터’라는 통합브랜드로 묶어 알리고 활용도를 높이자는 취지로 공모전을 개최했다”며 “오는 10월에는 연계 행사로 다양한 지역 캐릭터들이 한데 어우러진 축제를 열고, 자연스럽게 지역 특산물이나 정책 등 관련 산업들을 홍보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홍보 목적으로 만들어진 공공캐릭터가 홍보가 안돼 공모전까지 여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우리동네캐릭터 홈페이지. 공공캐릭터 중 ‘센터’를 가리는 대국민투표가 진행 중이다.
우리동네캐릭터 홈페이지. 공공캐릭터 중 ‘센터’를 가리는 대국민투표가 진행 중이다.

예선 투표 중인 75개 캐릭터를 살펴본 결과, 아쉬운 점들이 여럿 드러났다. 디자인이 비슷한데다 스토리 연계성이 떨어져 억지스러워 보이는 경우가 많다. 

예컨대 경기 파주시를 상징하는 캐릭터는 율곡 이이다. 강릉에서 태어났지만 본적(本籍)이 파주라는 이유로 시 캐릭터로 낙점됐다. 

인천광역시는 등대와 점박이물범을 대표 캐릭터로 정했다. 등대는 인천이 항구도시이니 그렇다 쳐도 점박이물범은 직관적으로 와닿지 않는다. 이에 대해 시청 관계자는 “점박이 물범은 저희 백령도에서만 살고 있고, 북쪽과 왔다갔다하면서 서식하기 때문에 평화의 상징이란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스토리텔링 소재가 불분명한 캐릭터들도 상당수다. 충북 청주시 요정 캐릭터 ‘생이/명이’는 둘이 합치면 생명이란 의미로 만들었고, 한국국토정보공사의 거북이 캐릭터 ‘랜디’는 국토를 수호한다는 설명만 나와 있다.

공공캐릭터 중에선 비슷한 디자인으로 차별화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위부터 시계방향) 한국중부발전 에코미, 한국소비자원 소망이, 도로교통공단 호둥이, 해양수산부 해랑이.
공공캐릭터 중에선 비슷한 디자인으로 차별화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위부터 시계방향) 한국중부발전 에코미, 한국소비자원 소망이, 도로교통공단 호둥이, 해양수산부 해랑이.

이런 비슷한 공공캐릭터들이 계속 생겨나는 건 왜일까. 

한 지자체 관계자는 “주변에서 하니 경쟁적으로 만드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주변 지자체를 보면 거의 대부분 캐릭터를 갖고 있어서 우리도 있어야 한다는 부담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는 “그래도 캐릭터 이모티콘이나 굿즈를 만들어 SNS와 지역 축제 등에 활용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고, 홍보에 도움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다른 지자체 관계자 역시 우리 지역만의 특색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놓으면 나쁠 것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이 관계자는 “시정이나 정책들은 다소 딱딱한데 캐릭터를 활용하면 부드럽게 다가갈 수 있다. 특히 아이들 학습 자료나 시정 홍보영상, 기념품 제작 등에도 활용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자체나 공공기관의 홍보용역 제안에도 캐릭터는 약방의 감초 격으로 들어간다. 공공기관 홍보대행 업체 선정의 최종 프레젠테이션에 심사위원으로 참석한 이는 “제안 과정에서 자신들이 진행했던 다른 지자체 사례를 쭉 나열하며 마치 서비스 격으로 캐릭터를 만들어주겠다고 하더라”며 “동일 업체가 만들어낸 캐릭터만 해도 엄청난 것으로 안다. 그러니 무슨 차별화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공공캐릭터 제작비는 보통 2000만~3000만원이 들어간다. 기본적인 캐릭터 외에 이모티콘이나 굿즈를 제작할 경우 비용은 더 늘어난다.

국민 세금이 들어간 만큼 목적에 맞게 효과적으로 활용돼야 하지만 현실은 지역이나 정책홍보에 꼭 필요해서 캐릭터를 만드는 게 아니라, 남들 하니까 우리도 일단 만들어 놓고 보자 식의 접근이 많다.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을 대표하는 캐릭터 ‘쿠마몬’은 연간 상품 매출이 1조원에 달한다. 출처: 트위터 @kumamon_pic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을 대표하는 캐릭터 ‘쿠마몬’은 연간 상품 매출이 1조원에 달한다. 출처: 트위터 @kumamon_pic

공공캐릭터의 성공 사례로는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을 대표하는 ‘쿠마몬’을 들 수 있다. 의류·식품·장식품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쿠마몬 상품이 출시되고 있다. 연간 매출만 1조원에 달한다.

친근한 곰의 이미지를 단순화하고, 지역 현장 곳곳을 누비며 현청의 영업부장으로 활동한 것이 인기 비결이다. 구마모토현은 지역 사업자는 캐릭터를 마음껏 사용하게 하고, 외부 기업의 경우 캐릭터 제품을 현 내에서만 판매토록 해 지역경제를 활성화시켰다.

이 같은 차이는 목적성이나 전략 유무에 따라 결정됐다는 분석이다. 쿠마모토 현은 쿠마몬이란 캐릭터의 차별성, 심미적 디자인에 신경쓰고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스토리를 쌓아간 반면, 국내 대다수 공공캐릭터는 특정한 목적 없이 따라하기식으로 진행해 한계에 부딪힌다. 

정지원 제이앤브랜드 대표는 “외국의 경우 캐릭터 제작 전 단계에서 공기업과의 연결점, 캐릭터의 성격, 실제 활용방안 등을 체크하고 진행하는데 우리는 그런 고민이 없으니 SNS에 노출하는 정도의 보조적 역할에 그친다”면서 “진짜 우리 기관에서 필요한 캐릭터인지 생각해보고, 커뮤니케이션 목적에 따라 다르게 가져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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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이전부다 2018-08-14 16:23:25
이런거 쓰실 시간에 좀 더 국익에 보탬되는 기사나 쓰시지...

^^ 2018-08-16 16:56:24
1. 위에서 만들라고 하니까(까라면 까야됨)
2. 우리가 만들면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해서
3. 남들 다 하니까 우리도 왠지 해야 할거 같아서
당연한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