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발리골’ 영상, 포털에서 못 보는 이유 있다
‘손흥민 발리골’ 영상, 포털에서 못 보는 이유 있다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8.08.23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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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올림픽 이어 아시안게임 중계권도 동상이몽…국제 스포츠 이벤트 둘러싼 기싸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
지난 20일(현지시각)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E조 3차전 대한민국과 키르기스스탄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발리슛으로 선제골을 넣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서 영상을 보기는 어렵다. 뉴시스
지난 20일(현지시각)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조별리그 E조 3차전 대한민국과 키르기스스탄의 경기에서 손흥민이 발리슛으로 선제골을 넣고 있다. 하지만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에서 영상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뉴시스

[더피알=강미혜 기자]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대표팀의 키르기스스탄전 하이라이트는 단연 손흥민 골이었다. 본선 진출을 좌우하는 중요한 경기에서 월드클래스 진가를 보여주는 그림 같은 발리슛이 나왔기 때문이다.

골 가뭄을 시원하게 해갈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면서 ‘손흥민 골’이 포털 실검을 장악한 것은 물론, 지금도 연관검색어로 ‘손흥민 골 영상’이 뜬다. 하지만 정작 네이버와 다음 그 어디에서도 손흥민 발리슛 영상을 볼 수는 없다. 아시아게임 중계권을 가진 방송사와 포털사의 협상이 틀어지면서 빚어진 일이다.

지난 러시아월드컵에 이어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까지, 국제 스포츠 대회를 둘러싸고 방송사와 포털사가 동상이몽을 하다 결국 ‘한시적 결별’에 들어갔다. 지상파 3사(KBS·MBC·SBS)가 제시하는 중계권 재판매 가격과 양대 포털이 생각하는 구매적정가가 접점을 찾지 못한 채 협상 테이블이 깨졌다.

지상파 관계자는 “중계권 금액 차이가 워낙 컸다”고 협상 결렬의 이유를 밝혔다. 포털 관계자도 “입장차로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중계권과 VOD(하이라이트 영상) 협의도 안됐다”고 전했다.

러시아월드컵 당시 포털은 대회 생중계를 포기하고 실시간 문자중계와 하이라이트 영상 등으로 월드컵 열기를 대체한 바 있다. ▷관련기사: 포털은 왜 월드컵 생중계 포기했을까 

그런데 이번 아시안게임에선 상황이 더 악화됐다. 생중계는커녕 경기 하이라이트 장면을 편집한 클립영상마저 배제된 것이다. 아시안게임 특집페이지를 꾸리고도 손흥민 발리골을 비롯한 일체의 경기 동영상이 포털에서 보이지 않는 이유다.

4년마다 돌아오는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놓고 벌이는 방송사와 포털사의 이 같은 기 싸움은 꽤 복잡한 셈법 위에서 펼쳐지고 있다.

방송사 입장에서 국제 스포츠 대회는 보편적 시청권(대형 스포츠 이벤트를 많은 시청자에게 보편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어야 한다는 방송법)을 위해 피할 수 없는 과제다. 경기를 중계하려면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야 하는데, 문제는 예전만큼 시청률이나 광고판매가 보장되지 않아 ‘적자 장사’를 감수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중계권을 되파는 금액 자체를 높일 수밖에 없고 그 대상이 ‘부자 플랫폼’인 포털이다.

하지만 포털은 방송사 요구를 받아들이기엔 투자 대비 수익률이 너무 낮다는 판단이다. 축구와 야구 등 수준 높은 경기가 펼쳐지는 해외 프로리그는 물론 과거 생소했던 종목들도 온라인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데다, 애국심을 앞세운 ‘스포츠 국가주의’가 점점 퇴색되면서 대형 스포츠 이벤트에 대한 관심도는 떨어졌다. 이는 고스란히 트래픽 감소로 나타나고 있다.

광고를 염두에 두고 중계권을 사들이기에도 영상 플레이를 통한 수익을 크게 기대하기 어렵다. 방송 영상에 따라 붙는 광고수익의 90%는 SMR(7개 방송사 온라인 콘텐츠 광고판매를 대행하는 렙사)이 가져가고, 나머지 10%만 포털 몫으로 떨어지는 구조이기 때문. 이런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따졌을 때 방송사에서 제시하는 중계권료를 곧이곧대로 수용하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지상파 3사는 아시안게임 모바일 중계에서 푹(POOQ) 서비스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화면 캡처
지상파 3사는 아시안게임 모바일 중계에서 푹(POOQ) 서비스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화면 캡처

양쪽의 이해관계를 떠나 미디어 환경이 모바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게 만드는 배경이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이 각광받으면서 이동통신사와 케이블, 인터넷 개인방송 등의 사업자들이 플랫폼 파워를 키우기 위해 중계권 확보에 뛰어들고 있는 까닭. 방송사 입장에선 ‘포털 대체제’가 많아진 셈이다.

실제 이번 아시안게임도 포털의 빈자리를 KT ‘올레tv 모바일’, SK브로드밴드 ‘옥수수’, LG유플러스 ‘U+ 비디오포털’ 등 이통사가 채웠다. 이와 함께 지상파 3사가 공동 투자해 설립한 푹(POOQ)과 아프리카TV 등도 모바일 중계전에 적극적으로 가세했다.

업계 관계자는 “포털은 월드컵이나 아시안게임과 같은 스포츠 중계에 큰 관심이 없고, 방송사는 포털 외 판매처를 뚫는 동시에 자체 플랫폼을 강화하려 움직이기 때문에 한쪽이 드라마틱하게 양보해 중계권 협상이 성사되기는 앞으로도 쉽지 않아 보인다”며 “변수라면 매 대회에서 국민 관심이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일 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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