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는 왜 ‘낚시광고’를 저격하기 시작했나
제임스는 왜 ‘낚시광고’를 저격하기 시작했나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8.08.24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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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낚시광고저격’ 페이지 운영자
영화 007 시리즈 스펙터(2015년)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무언가를 주시하고 있다. 출처: 다음 영화
영화 007 시리즈 스펙터(2015년)에서 주인공 제임스 본드가 무언가를 주시하고 있다. 출처: 다음 영화

[더피알=강미혜 기자] 기사 내용과 상관없는 선정적·자극적 제목으로 클릭을 유도하는 낚시성 기사가 포털뉴스 생태계 물을 흐렸다면, 영상이 대세인 요즘은 제품 판매를 위한 선정적·자극적 영상이 페이스북과 같은 SNS 공간을 어지럽히고 있다.

공식 사이트에선 ‘멀쩡한 광고’를 선보이다가도 SNS상에는 ‘희한한 광고’를 내보내는 두 얼굴의 얌체업체들도 활보 중이다. 소비자 현혹을 넘어 직접적 피해를 유발하는 이런 나쁜 광고들을 고발하는 페이스북 페이지가 생겼다. 페이지명도 ‘낚시광고저격’(facebook.com/trueliesAD)이다.

페이스북 대문에까지 ‘낚시광고에 속지마’라며 붉은색 글자로 큼지막하게 경고하는 운영자의 의도가 궁금해 인터뷰를 요청했다.

007 시리즈 주인공의 이름과 얼굴을 차용한 제임스 씨는 “한 정수기 광고를 보고 국민학교(라 쓰고 초등학교라 읽는) 시절 정수기를 팔러온 외판원이 부모님께 사기 치는 모습이 떠올랐다”며 담담히 저격멘트를 날렸다.

'낚시광고저격' 이름으로 개설된 페이지 대문 화면. 
'낚시광고저격' 이름으로 개설된 페이지 대문 화면. 

낚시기사는 흔한데 낚시광고는 또 새롭게 느껴집니다. 다소 도발적인 이름의 페이지를 개설한 이유는.

국내 페이스북 사용자가 증가하면서 상업적인 영상 콘텐츠 유통도 함께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제조사나 판매자가 직접 광고를 진행하는 정상적인 방법이 아닌, 페이지들을 활용해 후기나 비교 영상 형태로 선정적이거나 허위·과장을 담고 있는 영상을 불특정 다수에게 유포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웠습니다.

이런 영상은 불필요한 괴담으로 확산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비과학적 사실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특히 비디오 커머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시점에서 낚시성 광고는 시장의 성장을 위해서도 지양해야 할 것 같아 해당 광고들만 모아보는 페이지를 개설하게 됐습니다.

언제부터 낚시광고저격 페이지를 운영하는 건가요?

2018년 1월부터입니다. 당시 아토피를 치료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정수기를 광고하는 영상을 우연히 보게 됐는데, 국민학교 시절 정수기를 팔러온 외판원이 수돗물을 떠와 전기분해 한 뒤 이를 이물질이라고 부모님께 ‘사기 치는’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습니다. 비과학적 사실을 과학적 사실처럼 포장해 소비자를 현혹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서 관련 자료를 찾아보기 시작했고, 그 즈음 돌던 몇 가지 낚시성 광고영상을 모아 포스팅 하기 시작했습니다.

과장광고 사례에 대한 언론보도를 공유하거나 관련 영상을 직접 게시해 큐레이션해서 보여주는 방식인데, 선정 기준은 뭔가요?

기본적으로는 비과학적 혹은 유사과학 내용을 기반으로 소비자를 현혹하거나 정부의 표시광고 심의 기준 등을 현저하게 위반한 광고를 중심으로 선정합니다. 물론 실제 저에게 타깃팅 되어 노출되는 광고를 우선적으로 보고, 관련된 정부의 행정처분 등의 사례나 전문가 의견 등을 찾아 포스팅에 활용합니다. 낚시광고저격 페이지 구독자들의 제보도 받고 있으며, 특히 식약처 행정처분이나 언론의 보도는 빠지지 않고 큐레이션 하려 합니다.

제임스는 최근 “공유하는 광고 내용이 사실이라면 제품 자체가 부적절한 것 같아 비판합니다”며 아래 영상을 게시했다. 유사과학 탐지기라는 페이지에서 “이 제품은 물과 반응했을 때 수소기체를 내뿜음. 이런 제품을 굳이 세제라고 파는 것부터 상당히 비상식적임. 거기에 광고도 이상하고 값도 터무니 없음”이라며 지적한 영상이다. 

'유사과학'을 빌어 세제 제품을 광고했다고 지적된 영상 화면. *클릭시 해당 영상으로 이동합니다. 

명백한 허위·과장광고로 판명나지 않을 경우, 거론된 업체 측이 문제제기나 법적조치 등을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에 대한 대비책이나 견제장치가 있나요?

해당 업체들의 홈페이지나 쇼핑몰에 게재된 정보들은 낚시성 영상과 달리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대부분 표시광고법을 준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 영상광고에선 선을 넘는 경우가 많아요. 아직까지 홈페이지나 온라인 쇼핑몰과 달리 페이스북 영상광고가 행정당국의 규제 사각지대이기 때문에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낚시광고저격 페이지에는 아니면 말고 식의 포스팅을 하는 것이 아닌, 전문가들의 의견을 활용하고 관련 법이나 과학적인 내용들을 함께 담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정말 황당하거나 분노했던 낚시광고를 꼽아본다면.

지금은 제제를 받았는지 잘 보이지 않습니다만(페이스북 내에서도 해당 영상이 삭제 된 듯) 여성을 위한 유산균 제품 광고였는데 생리대에 오징어를 문질러 냄새를 강조하던 장면이 있었어요. 제품의 효능효과를 과장하기 위해 굉장히 불쾌한 장면을 넣어서 저 뿐만 아니라 페이스북 해외 유저까지도 불쾌해 했습니다. 예전에 더피알에서도 SNS상의 광고 선정성과 허위 과장 콘텐츠의 문제점을 지적했는데 그 영상은 종합선물세트였습니다. ▷관련기사: SNS는 광고 실험장인가 우회로인가 

그런 나쁜 케이스는 더욱더 알려서 근절시켜야겠네요. 더피알 기사 소스 발굴에 종종 페이지 포스팅을 활용해도 될까요?(웃음)

물론 입니다. 저도 더피알 기사를 응용하기도 합니다.(웃음)

낚시광고를 저격하는 제임스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저는 온라인 커머스 업체에서 일하고 있는 11년차 홍보인이자 마케터입니다. 농학을 전공한터라 과학적 사실을 이야기 하는데 민감한 편이고, 마케터로서 관련 업계의 광고나 마케팅 콘텐츠를 많이 접하고 있어요. 보다 정직한 홍보와 마케팅이 기업은 물론 업계 전반을 성장시킨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운영 초기인데(아직은 좋아요가 110명 정도) 바람이나 목표를 얘기한다면.

개인적인 취미처럼 시작한 아카이브성의 페이지라서 아직까지 포스팅 외에 다른 활동은 하고 있지 않습니다. 다만 허위·과대광고의 문제점을 지적한 좋은 기사나 포스팅은 사비를 털어 페이스북에서 광고를 돌리기도 합니다.

과거 홈쇼핑 업계가 성장할 때도 허위·과대광고로 몸살을 앓았던 적이 있었고, 최근에는 ‘쇼닥터’가 문제된 적이 있었는데 요즘은 그 모든 것이 비디오 커머스 쪽으로 옮겨온 듯합니다. 주변 영상 제작자들 중에도 법적인 규제나 과학적 지식이 부족한 경우가 있어서 기획 단계에서 이를 고려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고, 소비자들도 이 페이지를 통해 유사과학이나 괴담에 속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좋은 목적으로 시작하셨으니 많은 분들이 접할 수 있도록 페이지 자체를 좀 더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페이지를 키우기 위한 노력은 따로 하고 있지 않습니다. 주변 지인을 중심으로 서서히 팔로어가 늘고 있는 편인데, 개인적으로는 가져다 쓸 낚시광고들이 없어져서 페이지 문을 닫게 되길 바랍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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