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널 커뮤니케이션과 위기관리
인터널 커뮤니케이션과 위기관리
  • 최영택 (texani@naver.com)
  • 승인 2018.09.18 1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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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영택의 PR 3.0] 관리되지 않는 직원들의 입과 손, 안으로 수렴해야
직장인들의 대나무숲이 되고 있는 블라인드 어플.
기업 내 해결되지 않는 이슈가 직원들의 손을 거쳐 바깥에서 위기로 확산되고 있다. 사진 직장인들의 대나무숲으로 알려진 익명 앱 블라인드  

[더피알=최영택] 이제 기업에서는 대외 커뮤니케이션 못지않게 내부 소통, 즉 인터널 커뮤니케이션에 더욱 신경써야 한다.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빚었던 대한항공 갑질 논란만 해도 내부 고발에서 시작된 것이다. 과거엔 사내 이슈로 머물렀지만 이젠 바깥으로 터져나와 기업 위기로 확산되는 사례가 많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스마트폰을 든 모든 사람들이 미디어가 되는 디지털 시대다.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인식도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 그러나 이에 대처하는 기업의 사내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나 최고경영자의 시각은 시대에 한참 뒤떨어진 경우가 많다.

우스갯소리로 대한민국에서 가장 무서운 식음료는 ‘땅콩’과 ‘생수 한 잔’이란다. 잘못 먹으면 면허취소, 세무조사, 관세포탈 등으로 고통받는다고. 실제 물벼락 갑질로 시작된 대한항공 사태가 오너 일가의 20여개 사건으로 확산된 것은 ‘갑질’이란 민감한 키워드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동안 쌓인 임직원들의 불만이 터져나온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오너 있는 대기업치고 불만 없는 기업이 있겠는가. 기업마다 사보와 웹진, 사내TV, 사내포털 등을 운영하고 직원대화방, 불평 신고함 등의 소통 제도를 마련하고 있지만 형식적인 운영에 그치기 마련이다.

직원들은 블라인드 앱이나 오픈 채팅방 같은 비공식 채널에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나눈다. 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예전처럼 ‘한 배를 탄 식구’라는 안일한 의식과 임직원들의 충성심에 기대는 것에서 벗어나 그들과 진정한 대화를 나누고 불만을 해소하는 새로운 인터널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을 수립해야 한다.

물론 이번 사태의 본질은 갑질을 일으킨 오너들의 권위적 리더십에 임원들의 과잉 충성심이 더해져 생긴 것이다. “한국의 리더들도 이제 독단적이고 카리스마가 있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앞으로는 구성원의 높아진 요구에 부응할 수 있는 리더가 살아남을 것”이라는 리더십 전문가 로버트 호건 박사의 말을 되새겨 임직원들에게 봉사하는 서번트 리더십을 갖춰야 한다.

인터널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소통 시스템이 형식적 운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대안 제시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인터널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소통 시스템이 형식적 운영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대안 제시로까지 이어져야 한다. 

인터널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오너의 마인드와 진정성이다. 내가 세운 회사이고 내가 월급을 주고 있으니 임직원들을 내 마음대로 부릴 수 있다는 구시대적 발상을 버려야 한다.

홍보나 대외협력 담당 임원은 주기적으로 소비자, 이해관계자, 대중들의 동향과 함께 내부 임직원들의 불만을 보고하고 이에 대한 해소방안과 사기진작책을 마련해야 한다. 또한 경영자와 임직원을 연결하는 브릿지 역할에 그칠 것이 아니라 내부 이슈의 본질, 임직원들의 목소리를 진실되게 보고하고 그 해결책을 전문가 관점에서 충언해야 한다.

물론 현직임원에게 ‘고양이 목에 방울 달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하지만 이 시대는 그걸 요구하고 있다. 회사에 충성하던 직원들이 하루아침에 가면을 쓰고 거리에 앉아 오너 퇴진을 외치는 최악의 사태를 방지하려면 말이다.

얼마 전 만났던 한 기자는 내게 “LG가 어떻게 구본무 회장 사후에 그 흔한 형제의 난이나 경영권 다툼없이 원만히 승계작업을 마무리했냐”고 물었다. 4대째 이어져온 장자승계 원칙도 있지만 연명치료 대신 존엄사를 선택하고, 장례도 소박하게 가족장으로 치르며 ‘LG 의인상’을 만드는 등 평소 소탈했던 최고경영자를 지켜 본 패밀리들과 정도경영 기업문화 덕분일 거라고 답했다.

인터넷과 모바일 혁명은 기업 내부에도 커다란 변혁을 요구하고 있다. 경영 의사결정시 홍보나 대외협력 담당임원을 참석시켜 문제점들을 예상해 결정하고, 위기가 발생했을 때 측근 그룹보다 위기관리 전문가의 조언에 충실하며, 평상시에도 임직원들과의 진정한 대화, 인터널 커뮤니케이션에 정성을 쏟는 기업들이 위기가 오더라도 쉽게 극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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