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 말고 이거”…쇼핑업계에 부는 유료멤버십 바람
“할인 말고 이거”…쇼핑업계에 부는 유료멤버십 바람
  • 조성미 기자 (dazzling@the-pr.co.kr)
  • 승인 2018.10.0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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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 고객 묶기→차별화된 경험 제공, 전문가 “소비자의 손실회피성향 활용…규모의 경제 효과 가져올 수도”
유통업계가 특별한 혜택으로 고객을 이끄는 유료멤버십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더피알=조성미 기자] “특별한 혜택으로 집토끼로 만들어라.”

유통업계에 유료멤버십 바람이 불고 있다. 가격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등을 넘어 좀 더 차별화된 서비스로 고객충성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롯데홈쇼핑은 최근 가입비를 내면 할인 혜택, 적립금 제공 등 차별화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유료회원제 ‘엘클럽(L.CLUB)’을 도입했다. 

또 티몬의 ‘슈퍼세이브’가 출시 5개월여 만인 지난 9월 말 10만 누적이용자를 돌파한 가운데, 쿠팡은 월회비 4900원으로 로켓배송과 무료반품 등의 혜택을 제공하는 ‘로켓와우’ 멤버십의 시범운영에 들어갔다.

앞서 이베이코리아가 지난해 4월 론칭한 프리미엄 멤버십 서비스 ‘스마일클럽’은 회원들에게 주어지는 혜택을 꾸준히 추가해 만족도 높은 쇼핑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이처럼 온라인몰을 중심으로 유료멤버십이 확산되는 건 ‘집토끼 만들기’ 전략으로 볼 수 있다. 

온라인 쇼핑시 구매에 가장 크게 영향을 미치는 건 가격이다. 쉽게 말해 같은 제품이면 최저가를 검색한다. 하지만 온라인몰들에 입점한 업체들이 대동소이하고 또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쇼핑몰별 가격비교가 손쉽게 이뤄짐에 따라 고객을 붙잡아두기 쉽지 않다.

반면, 미리 돈을 지불하는 유료멤버십은 소비자의 손실회피성향(loss aversion)을 파고든 마케팅 전략의 일환이다. 

김지헌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일단 돈을 내고 나면 서비스를 더 많이 이용하지 않으면 손실이라는 인식이 크기 때문에 쇼핑몰을 더 자주 방문하고 구매할 가능성이 증가한다”며 “즉 트래픽 증가와 매출 증가를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온라인몰을 자주 이용하는 30대 소비자는 “사이트별 가격비교를 해봐도 배송비 정도도 차이 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최저가가 아니더라도 쿠폰 등을 활용하는 것이 더 저렴할 때가 있다”며 “무료배송 혜택만 받아도 회비 이상의 혜택을 얻을 수 있어 유료멤버십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회비를 받고 그 이상의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소비자가 우리 가게에만 와 머물도록 만들고, 이를 통해 소비력이 높은 충성고객의 객단가를 높이려는 것이다.

유통업계가 특별한 혜택으로 고객을 이끄는 유료멤버십을 속속 도입하고 있다.
온라인몰의 경쟁구도가 최저가에서 혜택으로 바뀌고 있다.

비단 온라인몰만 이런 시도를 하는건 아니다. 최근엔 화장품업계도 일반 회원제와 별도로 유료멤버십을 등록한 프리미엄 회원을 대상으로 한 혜택을 늘려가고 있다. 회원을 대상으로 매달 할인혜택을 제공하던 브랜드숍들이 등급별 차별화된 혜택을 적용하고 있는 것.

고객 저변 확대를 위해 정기적으로 진행한 세일 행사가 오히려 ‘할인가=정상가’라는 인식을 주면서 더 이상 멤버십만으로 소비자 발길을 유도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이니스프리의 경우 구매금액에 따라 회원등급에 부여하고 할인율에 차등을 두는 방식으로 멤버십제를 구축했다.

뿐만 아니라 아모레퍼시픽의 아리따움은 유료멤버십 ‘스마트 클럽’을 지난 1월 론칭하고 6개월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확보했으며, 토니모리 역시 유료멤버십 ‘토니블랙’을 만들었다.

이에 대해 화장품업계 관계자는 “화장품 브랜드별 품질이나 가격경쟁력 등의 차별성이 흐려진 상황에서 더 이상 브랜드만으로 고객을 불러들이기 힘들다”면서 “비용을 지불하고 우리를 선택한 고객에게 더 큰 베네핏을 제공함으로써 로열티를 확보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소비재 업계의 멤버십 실험은 규모의 경제라는 또 다른 성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김지헌 교수는 “인당 연회비 119달러를 지불하는 아마존 프라임의 경우 미국에서만 약 95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하고 있어 약 12조원의 규모를 형성한다”며 “회원수가 더 늘어나면 늘어날 수록 규모의 경제가 실현되기 때문에 더 놀라운 혜택을 제공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같은 멤버십이 단순히 고객의 이탈을 막는 수단으로 머무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 김 교수는 “아마존 프라임 고객의 경우 온라인 구매의 99%를 아마존에서만 하는데, 이는 다른 어떤 곳보다 뛰어난 서비스(가격, 배송, 구색 등)를 갖추고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라며 “국내 유료멤버십 역시 고객에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목표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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