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프로젝트, 서로 거짓말 하다 실패 반복”
“디지털 프로젝트, 서로 거짓말 하다 실패 반복”
  • 강미혜 기자 (myqwan@the-pr.co.kr)
  • 승인 2018.10.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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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마케팅 전문가 좌담 ③] 모바일 퍼스트와 성과측정 그리고 브랜드 저널리즘
(왼쪽부터) 장인성 배달의민족 CBO,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네오캡 대표, 이영실 SMC&C 광고기획팀장. 사진=송은지 실장
(왼쪽부터) 장인성 배달의민족 CBO,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네오캡 대표, 이영실 SMC&C 광고기획팀장. 사진=송은지 실장

[더피알=강미혜 기자] 재미있으면서도 브랜드가 드러나는 꽂히는 콘텐츠는 ‘뜨거운 아메리카노 한 잔’과 같은 느낌이다. 그런데 기업이 미디어가 되면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실행해 나가야 한다. 끊임없이 킬러콘텐츠를 연구하고 플랫폼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는 이유다. 각자의 자리에서 팔리는 콘텐츠를 고민하는 전문가들의 대화는 그래서 더욱 더 많은 교집합을 만들었고 자연스레 빨간창으로 연결됐다. 3회에 걸쳐 연재한다. 

① 실무 현장에서 요구되는 것
② 내가 보는 유튜브
③ 모바일 퍼스트와 성과측정 그리고 브랜드 저널리즘 

참석자 김경달 네오터치포인트/네오캡 대표(네이버 동영상서비스실장 및 사업정책실장, 다음 미래전략본부장 등을 역임한 미디어·콘텐츠 마케팅 전문가), 이영실 SMC&C 광고기획팀장(소비자와 광고주를 연결하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커뮤니케이션 플래닝 전문가), 장인성 배달의민족 CBO(우아한형제들 이사,  Cheif Brand Officer로 배달의민족 브랜딩 리드. '마케터의 일' 저자)

마케팅을 위한 마케팅 잘 하는 배달의민족에선 성과측정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요.

장인성 CBO(이하 장): 저희는 느낌적인 느낌으로...(웃음) 사실 광고주라서 스스로 알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한데, 기본적으로 프로젝트가 매번 성공하는 건 당연하게도 아니라는 생각을 해요. 근데 이 업계는 그 당연한 얘길 말로 하기 되게 힘들어하잖아요.

에이전시 쪽에서 매번 성공하기 힘들다고 클라이언트에 솔직히 말할 수가 없어요. 그러니 늘 성공하는 일이어야 하는 거죠. 클라이언트 사이드에서도 마케팅 실무자가 잘 안 될 수도 있다는 말을 팀장님한테 보고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는 실패하는 프로젝트가 있는데 마치 없는 것처럼 살아요. 그 거짓말 속에 싸여서 뭔가를 배울 수가 없고 그 다음을 도모할 수 없게 돼요.

얼마 전에 저희 대표님이 배달의민족 브랜딩 관련 쓰신 글에서 ‘저희도 매번 성공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우리 성공률은 20%도 안 되는 거 같습니다’고 직접 밝히셨어요. 5개 하면 4개 실패하고 1개 성공한다는 거예요. 그래도 사람들은 그 하나를 기억해요. 실패하는 건 내 눈에 안 보이니까 사실 실패했는지도 몰라요.

배달의민족 안에선 잘 안되면 다음에 딴 거 하자고 해요. 그리고 예산도 조정하는 거죠. 가령 TV광고 집행하면 한 달에 20억, 다음달에 15억, 그 다음달 10억 선으로 계획을 세우잖아요. 근데 첫 달에 일주일 돌려봤더니 반응이 영 없어, 그러면 앞으로 남아 있는 20억 집행하지 말자고 접어버릴 수 있어야 해요. 실패를 솔직히 인정해야 더 큰 예산낭비를 안 하게 되는 거죠.

콘텐츠 마케팅 하면 모바일 퍼스트(mobile first)를 얘기하는데 세로영상이나 5초 광고 등 형식과 집행 방법의 변화 외에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장:
모바일 퍼스트를 저희는 되게 가벼운 말로 이해하고 쓰고 있어요. 어떤 콘텐츠를 만들 때 이걸 스마트폰으로 볼 거라고 생각하고 그에 맞게 구성하는 거예요. 기본은 모바일이고 변형을 통해서 PC에서도 볼 수 있게 하는 정도. 동영상 만들 때도 노트북에서 플레이할 거라 생각 안 하고, 심지어 스마트폰 시청도 가로로 눕혀서가 아니라 세로로 할 거라 생각하는 거죠. 자막 사이즈도 좁은 화면에서 볼 때 읽히는 정도여야 하니까 굉장히 커지게 되는 거고, 페북이나 인스타에서 영상 볼 땐 소리를 키지 않는 경우가 많으니 사운드 없어도 이해되게 만들어요. 지금에 와선 너무나 당연한 일이 돼서 왠지 당연한 말씀만 드리게 되는 거 같네요.(웃음)

모바일만 신경 쓰다 보면 PC 같은 데서 보기엔 어색할 수도 있잖아요.

장:
설령 어색하더라도 할 수 없어요.

이영실 팀장(이하 이): 회사에서 회의를 해도 PC는 PPT를 띄어놓는 도구일 뿐, 논의하면서 나오는 모든 것들은 앉아서 각자 스마트폰으로 검색하면서 얘기하잖아요. 많은 정보들을 모바일로 접하다 보니 콘텐츠도 모바일에 맞게끔 효율적으로 진화하는 거예요. 매번 어떤 것이 더 중요한지 우선순위를 정해놓는 건 어려울 거 같아요. 다만 그런 건 있어요. 1년 캠페인 준비한다고 하면 모바일은 매체 중 하나이지만, 굉장히 시즈널한 이슈들을 기획할 땐 모바일이 핵심이 되거든요. 무슨 프로모션을 한다고 하면 모바일로 다 접속을 하기 때문에 굉장히 효율적이에요. 그럴 땐 무조건 모바일 퍼스트가 될 수도 있는 거 같아요.

김경달 대표(이하 김): 저는 모바일 퍼스트라는 건 ‘모바일도’가 아니라 무조건 모바일을 1번으로 세워야 한다는 이야기인 거 같아요. 프로젝트를 기획할 때 TV 편성이 중요하다 그러면 TV퍼스트인거고, 모바일에서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하면 모바일 퍼스트인거예요. 그러면 호흡도 달라져요. 모바일 최적화에선 웹은 기본이고 모바일도 깨지지 않게 하는 정도였는데, 모바일 퍼스트는 모바일은 안 깨지는 게 당연하고 PC에선 좀 깨져도 돼가 허용될 지도 모르겠어요. ‘이러면 안돼’ 하는 상황의 우선순위가 바뀌어 버리는 거죠.

네오터치포인트의 경우 사명에서부터 소비자와 새로운 접점을 고민하고 있는 흔적이 여실히 느껴집니다. 모든 브랜드의 고민이기도 한데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의 접점관리는 어떻게 하는 게 좋은 걸까요?

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 그 접점은 이미 눈에 보이는 거예요. 다만, 접점을 어떻게 만들어 가냐고 할 땐 연결이 돼야 하는 거고요. 그 연결은 우리(브랜드)를 계속 구독하게 만들거나 우리 이야기를 듣게 만드는 노력인 거예요. 단순히 미디어 환경이 바뀌었다고 TV는 아니고 유튜브는 맞고 하는 문제가 아닌 거죠.

우리가 만나야 할 사람이 어디에 있는지를 보고, 그들이 있는 곳에 가서 이야기 하고, 거기서 긍정적 피드백을 얻어야 콘텐츠 마케팅이 성공하는 거잖아요. 그 과정에서 직접 실행이 어려우면 접점에서 기반이 있는 누구와 손잡고 메시지를 던지는 것이 빠른지를 정확히 아는 것, 그게 바로 접점의 관리인 거 같고요. 

SMC&C의 경우, SM엔터테인먼트 소속이 되면서 콘텐츠 그 자체인 엔터와 결합한 광고·마케팅에 대한 실험을 누구보다도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됐는데요. 어떤가요?

이:
하는 일 자체가 달라지진 않았지만 실행에 있어서 도움이 돼요. 그 전엔 아이디어를 내더라도 부딪치는 부분이 많았거든요. 프로젝트를 위한 아티스트를 섭외한다거나 웹드라마·웹예능 제작을 한다고 했을 때 효율이 다소 떨어져요. 근데 지금은 콘텐츠를 만드는 A to Z를 다 내부에서 소화할 수 있다 보니 효율성이나 실현가능성이 훨씬 더 높아지는 부분이 있죠. 광고주한테 뮤직 마케팅을 제안하면 예전엔 ‘가수 어떻게 섭외하실 건데요? 곡은 누가 만드실 건데요? 카피라이터가 가사 쓰나요?’의 질문이 뒤따라왔는데, 지금은 바로 ‘미스틱하고 음악을 만듭니다’가 되니까요.

배달의민족은 처음부터 콘텐츠 마케팅으로 시작해서 변화하면서 업도 성장해 온 회사입니다. 브랜딩 관점에서도 모두가 주목하는 브랜드이기에 또 어떤 일들을 벌일지 업계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갖고 있어요. 살짝 귀띔주신다면.

장:
음… 새로운 거 해보려고요.(웃음)

지금까지 배달의민족이라고 했을 때 사람들이 생각하는 게 있잖아요. ‘내년에도 신춘문예 하겠구나’ ‘치믈리에 자격증 또 하겠구나’ ‘배민문방구에서 이상한 제품들 계속 나오겠지’ ‘웃기는 광고 만들어서 또 선보이겠지’ 하는 것들이요. 그런 기대를 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그래서 우리가 성공했던 프로젝트에 기대지 말고 0이라 생각하고 다 버리고 새롭게 시작하자 생각하고 있어요. 낯설게 배달의민족이어야 사람들이 계속 좋아해주실 테니까.

기업미디어가 지향하는 콘텐츠 마케팅의 궁극은 어떻게 보면 브랜드 저널리즘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널리즘이란 용어 사용에 대해선 이견이 많지만 사람들이 신뢰하는 브랜드를 추구한다는 측면에서요. 그래서 이 질문으로 대화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브랜드 저널리즘,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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