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소서-이력서 따로따로, 결국은 학벌? 
자소서-이력서 따로따로, 결국은 학벌? 
  • 문용필 기자 (eugene97@the-pr.co.kr)
  • 승인 2018.11.01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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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채용②] 도입 필요성에는 긍정적이지만 시스템 작동에는 ‘의구심’ 남아
기업의 블라인드 채용은 확대되고 있지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아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청년일자리센터. 뉴시스
기업의 블라인드 채용은 확대되고 있지만 아직까지 소수에 머무르는 것이 현실이다. 사진은 서울 중구 청년일자리센터에서 공부하는 시민들. 뉴시스

최근 취업준비생들과 기업 인사담당자들의 주된 화두는 블라인드 채용이다. 학벌이나 지연 등을 타파하고 직문에 걸맞는 숨은 인재를 찾자는 취지가 얼마나 실현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① 스펙보다 능력…‘편견의 눈’ 가리는 기업들
② 자소서-이력서 따로따로, 결국은 학벌?  
③ 채용시장에서 블라인드 제대로 치려면 

[더피알=문용필 기자] 기업들 사이에서 블라인드 채용을 확대하는 분위기는 직접 이해당사자인 취업준비생들의 피부에도 와닿고 있다. 

잡코리아가 지난 2월 구직자와 직장인 755명을 상대로 ‘블라인드 채용 응시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40%가 응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지원자의 요건 일부를 블라인드 처리한 경우가 59.9%로 가장 많았으며, 25.8%는 실무자 면접에서도 블라인드 채용을 적용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본지 취재에 응한 청년들은 대부분 블라인드 채용이 확산 추세라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었다.

수도권 모대학 4년생 장OO씨는 블라인드 채용의 혜택을 톡톡히 본 케이스다. 얼마 전 국내 모 병원의 간호사 공채시험에 합격한 그는 “학점이 높은 편은 아니었다. 그런데 입사지원서를 쓸 때 학점은 물론 학교도 쓰지 않더라”며 “서류에서 거를 항목이 많지 않으니 면접에 시간을 많이 할애했다. 면접관들도 스펙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 지방국립대 취업담당자는 “서울 소재 큰 대학에 비한다면 우리학교 출신은 면접까지 가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블라인드 채용에서 자신의 끼를 발휘하고 직무에 대한 이야기를 충실히 한다면 좋은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낙관했다.

하지만 실제로 블라인드 채용에서 성공사례가 많으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될 거라고 기대하는 것”이라며 “아직까지 전반적으로 많이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학생들이 체감할 정도는 아니다”고 답했다.

이 담당자의 말처럼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한 기업은 여전히 소수에 머무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인크루트가 최근 571개 상장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2018 하반기 채용트렌드’ 조사결과를 보면 블라인드 채용 도입 여부 및 계획에 대해 응답기업의 9.9%만이 ‘이미 도입해 운영 중’이라고 했다. ‘하반기 도입을 준비 중’이라는 기업은 12.3%였다. 반면, 60.4%는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도입 의사가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앞서 언급한 고용부와 대한상공회의소 자료에서도 조사대상 506개 기업 중 블라인드 입사지원서를 적용하는 기업은 11.3%에 불과했다. 블라인드 면접을 실시하는 기업은 35.2%였다.

고용부는 이 같은 결과를 발표하며 “대기업을 중심으로 블라인드 채용 도입이 확산되고 있다”면서도 “여전히 불필요한 편견유발 요소를 요구하거나, 직무중심의 채용 선발기준을 갖추지 못한 기업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이경희 사람인 컨설턴트는 “공공기관의 경우 정부가 컨설팅 비용을 제공해줬기 때문에 의무도입이 빠르게 이뤄졌지만 사기업은 오너나 윗분들의 의견이 중요하지 않느냐”며 “그들을 설득하려면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생각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현실이 이렇다보니 취업준비생들이나 대학생들은 블라인드 채용의 도입 필요성에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썩 긍정적인 인식을 갖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올 초 서울 소재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안OO씨는 블라인드 채용에 대해 “사실 와 닿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 씨는 “해외에선 이력서에 사진이나 자잘한 경력을 기재하지 않고 지원 동기나 비전을 쓰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우리나라는 (블라인드 채용이) 아직 잘 안 돼 있으니 가식이거나 보여주기 식인 듯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고 꼬집었다.

실제 블라인드 시스템이 잘 작동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나타난다. 지방대생 김OO씨는 “블라인드라고는 하지만 마지막 면접까지 가면 결국 학연과 지연으로 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의심어린 시선을 보냈다.

대학생 임OO씨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아직도 학벌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며 “예전에는 1차 전형에서 학교만 보고 거른다는 말이 있지 않았나. 그런데 블라인드 테스트를 하면 인사담당자들의 업무가 늘어날 텐데 이를 감내하고 정말 제대로 할 수 있을까 싶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임 씨가 다니는 학교는 이름만 들으면 알 수 있는 서울 소재 대학. 그럼에도 그는 “확실히 주변 이야기를 들어보면 ‘SKY’(서울대 고려대 연세대)가 합격자의 대부분이라더라. 그 위주로 뽑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최근 대기업 인턴으로 합격한 이OO씨도 “친구들끼리 이야기를 나눠보면 특별히 학벌을 본다는 기업들이 있더라”며 “실제로 (블라인드 채용이) 이뤄지는 건지, 말만 그런가 하는 생각이 들다보니 별로체감이 안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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