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브랜드 내러티브
디지털 전환에 필요한 브랜드 내러티브
  • 한승재 (mhan@webershandwick.com)
  • 승인 2018.11.28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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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재의 Techtory] 내부 직원이 구축하는 기업 이미지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시대에는 물리적 브랜드 자산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기 보다는 고객과 내부 직원들에게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이들의 증언이 브랜드 내러티브가 돼 디지털에 전파된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X) 시대에는 물리적 브랜드 자산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기 보다는 고객과 내부 직원들에게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이들의 증언이 브랜드 내러티브가 돼 디지털에 전파된다.

[더피알=한승재] 스페인에서 활동할 당시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미술을 가르친 적 있다. 그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마드리드에 있는 프라도 미술관을 데려가기도 했는데, 작품을 감상하는 아이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스페인 아이들은 바닥에 누워 작품을 보고 그리기도 하고 토론하는 반면, 한국 학생들은 작품을 어떻게 감상해야 할지 몰라 가만히 서서 바라보기만 했다. 그래서 작품 감상하는 방법을 간단히 4단계로 설명했었다.

첫 번째, 작품을 처음 마주할 땐 약간의 거리를 두고 첫인상을 몸으로 느껴야 한다. 실제 작품을 처음 볼 때 느낌은 두 번째 볼 때와는 다르다. 그렇기에 충분히 첫인상을 즐겨야 한다. 두 번째는 작품에 등장하는 소재와 소품, 앵글과 각도를 왜 그렇게 했을까 생각하며 분석하는 것이다.

쾌락의 정원(Garden Of Earthly Delights, Hieronymus Bosch, Netherlandish, ca.1450–1516)이라는 작품에 등장하는 요소들이 가장 흥미진진했는데 마치 르네상스 시대의 사람이 UFO를 상상하며 그린 것 같은 독특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작품을 분석하는 습관은 작품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갖게 해준다.

세 번째는 만약 내가 작가라면 어떻게 표현했을까 상상해 보는 것이다. 이렇게 표현하면 더 좋지 않을까? 나라면 어떻게 표현 했을까? 등의 상상은 작품을 통해 크리에이티브한 영역으로의 사고 확장을 가져다준다. 직접적인 작품 감상이 창의력을 높여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마지막으로 작품의 배경을 살펴보는 것이다. 어느 시대 어떤 사람이 왜 그렸는지에 대한 배경을 이해하면 작품의 깊은 맛을 느낄 수 있다.

이 네 가지 감상법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면 ‘작품이 갖고 있는 내러티브(narrative)를 이해하라’이다. 작품이 갖고 있는 일련의 서사성을 말하는데 이것은 스토리(story)와는 조금 다른 의미로 쓰인다.

내러티브는 하나의 방식으로 기술이 불가능한 ‘모든 종류의 서사성 전부를 포함하는 이야기’의 개념으로 이해하면 된다. 미술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작품에 담긴 의미, 메시지, 스타일, 철학, 비주얼 등등 다양할 수 있지만 작품의 깊이를 느끼는 사람들은 작품이 갖고 있는 단편적인 면보다 훨씬 강력한 내러티브를 이해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달라진 고객과 직원

마찬가지로 어떤 특정 브랜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그 브랜드가 갖고 있는 브랜드 가치, 디자인, 이미지, 철학 등 다양한 요인을 보지만, 충성고객들은 그 브랜드가 걸어온 길, 다시 말해 브랜드가 갖고 있는 단편적인 모습보다 ‘브랜드 내러티브’에 더 관심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와 관련된 모든 자료를 소장품처럼 간직하기도 하고 자신이 특정 브랜드의 일부가 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만큼 진일보한 브랜드 자산관리가 중요해졌다. 과거에는 기업이 갖고 있는 물리적인 브랜드 자산에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지만, 이제는 소비자와 고객 그리고 내부 직원들에게 우선적으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 지금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Digital Transformation, DX) 시대가 변화를 요구한다.

밀레니엄 세대(Millennial generation)와 포스트 밀레니엄 세대 관련 분석 자료, 디지털 미디어 환경 변화에 따른 고객 라이프스타일의 변화, 몇 년 전부터 중요한 자산관리 항목이 된 고용인 브랜딩(Employee Branding)은 기업들의 브랜드 자산관리 항목들 가운데 가장 우선순위로 둬야 할 중요한 요소와 기준이 돼버렸다.

단적인 예로 2018년 소비 트렌드 중 하나인 미닝아웃(meaning out)이란 단어가 있다. 자신의 취향, 정치적 신념, 사회적인 정체성을 자유롭게 드러내며 ‘의미 있는 일에 커밍아웃’한다는 뜻의 소비자 운동을 말한다. 과거에는 자신의 정치적·사회적 신념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았지만, SNS가 발달하고 현대인들이 삶의 질을 중요시하기 시작하면서부터는 공개된 곳에 자신의 의견을 서슴없이 알리고 있다.

래퍼 딘딘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희망 나비 팔찌를 착용하고 찍은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래퍼 딘딘이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희망 나비 팔찌를 착용한 사진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자기주도적인 표현방식을 선호하는 소비자 성향과 소셜미디어와 모바일을 통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변화, 그리고 사회적인 이슈와 사건에 대한 참여의식이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런 변화는 기업의 브랜딩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그 이유는 이러한 인식을 갖고 있는 세대들이 기업의 고객이자 소비자이며 직원들이 됐기 때문이다.

더불어 그들의 생각과 목소리, 의견들이 소셜미디어를 넘어 1인 방송 미디어에도 쉽게 노출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영상 제작 도구와 플랫폼, 유통 관련 채널이 다양하게 등장하기 시작하면서 동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주체는 다양해졌고 영상 콘텐츠가 사용되는 범위는 매우 세분화됐다. 과거 소수의 전파를 통해서만 유통되던 방송 동영상 콘텐츠를 지금은 누구나 손쉽게 제작, 여러 플랫폼을 통해 유통하고 있다. 이는 기업 브랜드 차원에서 예상치 않았던 복병이 될 수도 있고 기업의 중요한 브랜드 자산이 될 수도 있다.

기업문화도 작품처럼

본질적으로 내러티브는 독특성을 갖는 일련의 사건들로 구성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인 만큼, 타인의 관심을 끌 흥미로운 지점이 있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보면 고용주 브랜딩은 브랜드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브랜딩을 잘하는 소규모 회사들을 보면 사내에서 직원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그것을 통해 사람들에게 전파되도록 계획한다.

작은 벤처회사들이 많이 시도하고 있으며 글로벌 IT기업들도 시행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국내 대기업들 역시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직급 체계를 없애고 사내 분위기 전환을 꾀하며 사람들의 행동을 유도하는 사내 캠페인을 진행한다.

하지만 기업 브랜딩 역시 하나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몇 백 년 된 작품이 되어가는 것을 꿈꾸는 기업이라면, 단순히 새로운 흐름을 따르기보다 내러티브를 형성하고 있는 요소들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관리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시대 기업들의 브랜딩 전략은 예전과 다른 관점에서 접근돼야 한다. 브랜드 내러티브를 만들고 그 요소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고용주 브랜딩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고용주 브랜딩은 상징적 상호작용론의 영향을 받는데, 직원과 회사 간에 기본적인 조건이 필요하다. 직원은 애사심을 갖추고 있어야 하며 회사는 비전 공유, 사업에 대한 공감대 형성, 올해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대한 합의 등이 부합돼야 한다. 직원들이 회사에 대한 좋은 이미지와 비전을 함께 공유하게 되면, 자사 브랜드 전도사 역할을 하게 된다. 엄청난 시너지를 만들 수 있는 기업 운영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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