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틀린 보도, 신문들은 얼마나 바로잡았을까
팩트 틀린 보도, 신문들은 얼마나 바로잡았을까
  • 박형재 기자 (news34567@the-pr.co.kr)
  • 승인 2018.12.0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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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일간 종합·경제지 1년 조사결과 정정보도 총 171건…맞춤법 실수, 연합발 오보, 미확인 보도 등 다양

# 국민일보는 지난달 3일 온라인을 통해 ‘[속보] 영화배우 신성일 폐암으로 별세… 향년 82세’라는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신성일 씨는 아직 투병 중인 상황이었다. 국민일보는 정정보도문을 통해 “사실 확인 결과 신성일 씨가 사망한 것이 아닌 것으로 밝혀져 이를 바로잡습니다. 신성일 씨와 가족분들에게 상처를 드린 점 사과드립니다”라고 밝혔다.

# 조선일보는 7월 21일자 B2면에 ‘노동자 대변한다면서 아내의 운전기사는 웬일인가요’라는 제목의 기사를 썼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를 비판하면서, 아내 전용 운전기사까지 둔 원내대표의 당을 ‘노동의 희망, 시민의 꿈’이라고 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담은 내용이었다. 그러나 노 원내대표 부인은 정식 운전기사를 둔 적이 없는 것으로 확인돼 정정보도와 함께 사과했다.

# 경향신문은 2월 26일자 18면 ‘100만원어치 전기 생산에 물 76억ℓ 사용…원전이 가장 많이 쓴다’는 기사에 언급된 76억ℓ를 7600ℓ로 바로잡았다. 또 ‘원전이 가장 많이 쓴다’는 내용도 ‘원전 건설에 따른 물 소비량 고려해야’로 정정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기사 본문에 나온 관련 숫자들도 함께 수정됐다.

[더피알=박형재 기자] 오보로 고개 숙인 사례들이다. 가짜뉴스로 인한 사회 문제가 심각한 가운데 여론에 큰 영향을 끼치는 언론마저 팩트체크를 잘 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다. 그렇다면 과연 언론들은 언제, 어떤 사유로 정정보도를 낼까?

전문가들은 오보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정정보도까지 걸리는 시간이라고 입을 모은다. 사진: 픽사베이
가짜뉴스를 바로잡아야 할 언론들이 사실관계가 틀려 보도를 바로잡는 경우도 많다. 

<더피알>은 최근 1년 간 주요 언론의 정정보도 현황을 파악하고자 일간 종합·경제지 12곳을 조사했다. 각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바로잡습니다’라는 키워드로 최근 1년간(2017년 11월 30~2018년 11월 30일) 관련 뉴스를 찾아내는 방식을 취했다. 

그 결과 12개 신문에서 1년 간 잘못된 보도를 바로 잡은 횟수는 총 171건으로 파악됐다. 조선일보와 매일경제가 각각 55건으로 가장 많았고 중앙일보 18건, 동아일보·경향신문 각각 9건, 서울신문·한겨레 각각 6건, 국민일보 4건, 한국일보·세계일보 각각 3건, 한국경제 2건, 문화일보 1건 순이었다.

이중 이름, 직함, 사진설명, 맞춤법 등 단순 실수(49건)를 제외하면 122건이다. 매일경제가 44건으로 가장 많았고, 조선일보(29건), 중앙일보(10건), 경향신문(8건), 동아일보(7건) 등으로 집계됐다. <표1>

표1. 언론사 정정보도 리스트

언론사 바로잡은 횟수 맞춤법 등 단순실수 오보나 정정보도
매일경제 55 11 44
조선일보 55 26 29
중앙일보 18 8 10
경향신문 9 1 8
동아일보 9 2 7
서울신문 6 0 6
한겨레 6 0 6
국민일보 4 1 3
세계일보 3 0 3
한국일보 3 0 3
한국경제 2 0 2
문화일보 1 0 1
합계 171 49 122

전체 정정보도 171건 중 110건(64.3%)이 조선일보와 매일경제에 쏠린 점이 눈길을 끈다. 조선일보의 경우 작은 맞춤법 실수도 모두 바로잡습니다로 표시(26건)해 숫자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매일경제는 제휴 통신사인 연합뉴스에서 받아 쓴 기사에 대한 오보 수정(42건)이 정정보도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연합뉴스를 같이 받아쓰는 한국경제의 경우 오보에 대한 특별한 언급 없이 잘못된 기사 내용만 수정하는 데 그쳤다.

사실관계 잘못 48건, 팩트 틀림 15건

단순 실수를 제외한 122건에 대해 정량분석을 한 결과, 기사 내용 중 일부가 사실과 다른 경우가 48건으로 가장 많았고, 경제기사 등에서 숫자나 단위를 틀린 경우 16건, 제보자의 일방적 주장이나 의혹만으로 기사를 작성해 핵심 팩트가 틀린 경우가 15건, 반론권 보장 미흡이 4건으로 나타났다. <표2>

이 중 가장 심각한 것은 기사의 핵심 팩트가 뒤늦게 틀렸다고 밝혀지는 경우다. 언론사에서 정정보도문을 내고 공식 사과하지만, 피해자는 이미 사회적 지탄을 받고 각종 불이익을 당한 뒤이기 때문이다.

표2. 정정보도 내용

언론사 기사 내용 일부
사실과 다름
숫자나 단위 틀림 핵심 팩트 틀림 반론권 보장 미흡
조선일보 17 8 3 1
중앙일보 6 3 1 0
경향신문 5 1 2 0
한겨레 5 1 0 0
동아일보 4 0 2 1
한국일보 3 0 0 0
서울신문 2 1 3 0
국민일보 2 0 1 0
세계일보 2 0 1 0
매일경제 1 1 0 0
한국경제 1 0 1 0
문화일보 0 0 1 0
합계 48 15 15 2

*매일경제의 경우 연합뉴스 정정보도 42건을 제외한 자체 정정보도 2건으로 집계

조선일보는 4월 19일 7년 전 기사에 대해 정정보도문을 냈다. 2011년 7월 13일자 A11면 기사에서 “수도권 여당 C의원실에서 유부남 보좌관이 미혼 여비서를 성폭행했다는 소문도 돌고 있다. 여비서는 그만뒀고 보좌관은 ‘상호 합의하에 관계를 가졌다’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는 내용이 사실 확인되지 않아 바로잡는다는 것이다.

문화일보는 9월 11일자 31면 ‘대법관 출신 시골판사 善意(선의)마저 짓밟은 反(반)법치 행패’ 제하의 사설에서 “시위대에 밀려 넘어진 박 판사의 안경이 바닥에 떨어지기도 했고, 취임식도 취소가 불가피했다. 박 판사 면담을 거듭 요구한 시위대는 법원 민원실에 들어가 난동을 부리기도 했다고 한다”고 적었다. 그러나 “사실 확인 결과 시위대에 밀려 넘어진 사실이 없고, 박보영 판사와 쌍용차 해고노동자들이 아예 만나지도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며 이를 바로잡았다.

기사에서 숫자나 단위가 틀리는 것도 심각한 문제다. 매일경제는 3월 10일 ‘주거환경 우수한 DMC래미안e편한세상 매물 품귀…’라는 기사를 내보내며 매매시세를 잘못 기재했고, 서울신문은 1월 2일자 12면의 지방선거 충남지사 후보 적합도와 관련한 ‘양승조 16.3% 박수현 12.4% 접전’ 기사에서 여론조사 일부 표본의 대표성이 상실한 사실을 발견해 바로잡았다.

이밖에 영양제 성분 함량 20㎎을 200㎎으로 쓰거나, 나노미터의 기호를 ㎛가 아닌 ㎚으로 쓴 경우, 서해대교 길이를 353㎞로 보도한 뒤 7310m로 정정한 사례도 있었다.

“오보 숫자보다 중요한 건 정정보도 기간

전문가들은 이번 조사결과에 대해 완벽한 취재보도는 사실상 없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진 않지만, 오보는 나올 수 있다고 봤다. 특히 인터넷 환경에선 속보성이 중요한데, 그러다보면 주의를 기울여도 실수는 있기 마련이란 것이다.

다만 오보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기사에 문제가 있을 때 이를 빠르게 고쳐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언론 보도 후 정정보도가 오래 걸릴수록 잘못된 내용이 사실로 받아들여져 피해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가장 중요한 건 처음 오보가 발생한 다음 정정보도가 나오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이라며 “취재할 때는 몰랐다 하더라도 피해자의 수정 요청을 들으면 대부분 오보 여부를 쉽게 판단할 수 있다. 피해자 의견이 옳다면 빠르게 수정해주는 것이 피해 확산을 막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선호 언론진흥재단 선임연구위원 역시 “사실이 틀렸을 때 그것들을 적극적으로 고치는 것은 언론사의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잘못을 솔직히 인정하고 투명하게 소통하는 것이 독자와 신뢰 구축에 더 도움될 수 있다. 가짜뉴스가 심각해지는 환경일수록 언론에서 내보내는 콘텐츠나 기사, 오보에 대한 필터링 프로세스, 교정 프로세스를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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