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확행’은 10년 전에도 있었다
‘소확행’은 10년 전에도 있었다
  • 원충렬 (maynineday@naver.com)
  • 승인 2018.12.1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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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의 시공간] 트렌드는 새로움보단 확산과 심화

‘브랜드의 시간과 공간’은 브랜드의 라이프스타일을 말하는 두 개의 시선을 통해 브랜딩과 마케팅 이면의 의미를 짚어 봅니다. 공간에 이어..

10년 전에도 우리는 가치소비나 개인화를 고민했다. 트렌드는 변화나 새로움에 방점이 찍혔다기 보다는 확산과 심화의 과정으로 봐야한다.
10년 전에도 우리는 가치소비나 개인화를 고민했다. 트렌드는 변화나 새로움에 방점이 찍혔다기 보다는 확산과 심화의 과정으로 봐야한다.

[더피알=원충렬] 연말을 감지하게 하는 것들이 있다. 백화점의 트리 점등이나 수능시험, 어딘가의 첫눈 소식, 그리고 호빵! 서점에서는 트렌드와 관련한 책이 그렇다. 연말이 다가오면 2019년을 예측하는 다양한 트렌드 분석 도서들이 서점을 채운다.

언젠가 트렌드에 대해 그런 얘기를 한 바 있다. 트렌드를 진정 추동하는 건 누굴까? 마케터들이 아닐까? 어디선가 이런 게 앞으로의 트렌드라고 얘기했을 때, 부지런한 마케터들이 이를 기반으로 전략을 수립하고 그 결과 그 트렌드를 대량으로 소비하게 됨으로써 트렌드 예측이 실제로 현실이 되고 마는 선순환 말이다.

물론 그 씨앗과 조짐은 애초에 발견되는 것이겠으나, 이를 확산시키는 방식조차도 대량생산과 대량소비의 틀에서 가속화되는 것 같다. 그 굴레에서 가뿐히 벗어난다는 게 호모 콘수무스(소비하는 인간)의 세상에서 쉬운 일은 아니다. 필자도 시간을 내서 한번 예측해봤다.

나만의 가치를 소비하다 불황이지만, 불황이기에 더욱 가치에 몰입한다. 하나의 소비에도 충분히 의미를 찾고 싶어 한다. 프리미엄을 제안한다는 것은 결코 고급에 대한 주장이 아니다. 그것이 가성비이든 희소성이든 어쨌든 지불한 비용 이상의 가치가 느껴져야 프리미엄이다. 그 가치가 무엇인지 명확한 제안력을 가져야 프리미엄 브랜드가 된다.

혼자의 시간을 소비하다 혼자라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혼자라서 자유롭고, 혼자라서 즐겁다. 꼭 자발적 아웃사이더과 혼족이어서가 아니라 누구나 혼자의 시간은 소중하다. 나 홀로 몰입을 하더라도, 혹은 휴식을 하더라도 그 밀도에 의미가 있다. 사실상 거의 모든 산업군에서 고객을 1/N이 아닌 1/1로 바라보는 것만으로 새로운 관점을 획득할 수 있다.

나와 지구의 건강을 소비하다 윤리라는 것은 더 이상 도덕책 속 이야기가 아니다. 기업의 비윤리성은 개인이 추구하는 건강에 대한 욕망과 강렬하게 맞닿는다. 친환경을 위해 수신제가해야 하는 건 이제 기업과 브랜드의 중요 과제이다. 지구의 건강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나와 지구의 건강을 동일시할 수밖에 없는 환경과 직면하고 마는 지금에 와서 이를 가볍게 여긴 대가는 환경단체만의 경고가 아니라 고객의 외면으로 곧바로 이어질 것이다.

소박한 행복을 소비하다 지침이 만드는 돌아봄. 작은 행복에 집중한다. 확실한 행복과 가능한 일탈, 근본적인 치유에 사람들은 몰입한다. 삶을 송두리째 변화시키겠다는 호언장담에는 귀가 가질 않는다. 시끄러울 따름이다. 그래서 브랜드도 스몰토크가 필요하다. 시시콜콜한 일상의 이야기 속에서 브랜드 공감의 실마리를 발견할 수 있다.

불변일까 새로움일까?

사실 위에서 언급한 트렌드들은 딱 10년 전 몇몇 트렌드 관련 기사들을 검색해서 키워드만 뽑아낸 것이다. 놀라울 정도로 큰 변화가 없다. 트렌드란 강산보다도 불변인 것일까? 그렇진 않다. 엄밀히 말하자면 트렌드 예측이라는 걸 굳이 예습하는 이유는 세세하고도 구체적인 변화의 결들을 확인하는 것에 있을 것이므로 큰 단위의 명제는 별반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다만, 이렇게 볼 필요는 있겠다. 트렌드라는 것이 변화나 새로움에 방점을 찍기보다 확산과 심화라는 측면이 더 맞다고. 웰빙은 사라진 트렌드가 아니고 친환경도 마찬가지이다. 가치소비나 개인화도 그렇다.

10년 전에도 우리는 소비의 가치에 대해 고민했고, 개인이 추구하는 삶의 다양한 모습들에 주목했으며 윤리와 건강, 그리고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다만 그것이 시간이 지날수록 얼마나 더 기저에 확산되고 공고해지는지, 혹은 그 정도에 따라 어떤 양상으로 진화되는지를 확인할 뿐이다. 새로움보다는 익숙함 속에서 감지해야 하는 흐름일 것이다. 만약 이를 뛰어넘는 근본적인 변화라는 게 실제로 있다면 그건 트렌드라기보단 패러다임이란 단어를 써야 더 어울린다.

트렌드라는 것이 브랜드에 주는 의미도 다르지 않다. 물론 지금 더 주목받는 트렌드가 브랜드 메시지를 공명시킬 수는 있다. 하지만 어떤 브랜드의 흥망이 트렌드에 의해 좌우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브랜드의 철학이나 메시지는 반드시 특정 트렌드를 포괄하거나 더 길게 호흡해야 할 것이다. 짧은 트렌드에 몸을 던진 브랜드들이 리뉴얼에 시름하거나 조용히 사라지는 모습들도 반면교사 삼아야 할 것이다.

2018년과 2019년은 연속적이며 분절되지 않는다. 분절되는 건 달력과 다이어리뿐이다. 앞으로의 무엇이 새롭게 찾아올까가 아니라 지금이 어떻게 강화되거나 분화되는지를 보면 오히려 트렌드의 맥락까지도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그 맥락이 사실상 브랜드의 맥락이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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